[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여기서부터는 관광객은 출입이 금지됩니다."
지난 10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북촌 한옥마을 중심 거리. 카우보이 모자, 갈색 조끼 유니폼을 입고 가슴에는 배지를 단 '북촌 보안관'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의 출입을 막아섰다.
서울 종로구는 지난 1일부터 북촌 한옥마을 일대의 방문 시간 제한 정책을 본격 시행했다. 관광객의 대량 유입에 따른 소음과 혼잡을 줄이고 주민들의 정주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구는 지난해 7월 북촌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주민 불편 수준을 고려해 레드존, 옐로우존, 오렌지존으로 구분했다.
해당 구역의 경우 관광객의 방문 가능 시간이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됐다. 특히 북촌로11길 일대 3만 4000㎡ 규모의 '레드존'은 관광 목적으로 출입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구는 레드존과 옐로우존 등 북촌 한옥마을 곳곳에 '북촌 보안관'을 세워뒀으며, 이들은 오후 5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관광객 출입 제한 안내를 하고 있다.
<더팩트> 취재진이 방문한 10일 오후 5시에도 관광객 출입을 통제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종로구 소속 '북촌 보안관' 김남순 씨는 "관광객들의 협조가 잘 돼 안내를 하면 바로 내려가시는 편"이라며 "레드구역의 경우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5시 이후 '레드존'의 관광객 출입을 막을 시 '옐로우존'으로 관광객이 몰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우려와 달리 옐로우존으로 몰리는 현상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관광객들은 다소 아쉬워하는 모습도 있지만, 실제 거주 중인 주민들은 너무 만족해하신다"며 "실제 조용해져서 좋다는 반응도 많고 보안관들이 통제하는 모습을 직접 보셔서 믿음이 간다는 얘기도 들렸다. 이후 삶이 달라지셨다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고 전했다.
다만 10만원으로 책정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는 아직 없었다.
관광객들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까지 '5시 출입금지'를 몰랐다가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가 많아 홍보 강화가 더욱 필요해 보였다.
가이드와 함께 오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오전에 방문하거나 오후 5시 이전으로 관광을 마치고 내려가지만, 개별 관광 외국인들은 이같은 정보를 미리 알지 못한 것이다.
북촌마을 안내소에서 만난 대만인 관광객 클레어(24)도 '5시 이후 출입이 안 된다'는 안내원의 말에 발걸음을 돌렸다. 클레어 씨는 "구경하지 못해 아쉽다. 미리 알았다면 더 일찍 왔을 것"이라고 했다.
내국인들 사이에서도 홍보는 부족했다. 북촌 한옥마을 '레드존'을 방문했던 김수현(22) 씨는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오늘 친구와 수업을 마치고 놀러 왔다"며 "이런 정책이 시행된 지 전혀 몰랐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했는데, 이쪽(레드존)에선 못 찍는다고 해서 건너편에 넘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단계인 만큼, 현장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대책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이 밖에도 종로구는 전세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와 교통 혼잡 해소를 위해 7월부터 과태료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월 '전세버스 통행 제한'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북촌 주민들이 더 안정적인 일상을 누리고, 종로와 북촌을 경유하는 대다수 관광객 역시 정해진 시간 안에서 올바른 관광 문화를 실천하길 기대한다"면서, "해당 지역 상인들의 어려움을 충분히 알고 있으며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추가 대안도 검토하겠다. 주거와 관광이 조화를 이루는 지속 가능한 관광모델을 정착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특별관리지역 지정을 해제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