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대학 차원에서 의과대학 학생들의 학업 복귀를 압박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더 이상의 의대 증원을 명분으로 한 휴학은 허용하지 않고, 학칙에 따라 제적도 불사하겠다는 것이다. 애초에 동맹 휴학 명분 중 하나가 의대 증원 정책이었던 만큼, 증원이 이뤄진 대학들도 '엄정 학칙 적용' 방침을 공식화할 지 주목된다.
정부가 지난 7일 '의대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의대에는 복학 관련 공지가 줄을 잇고 있다. 특히 증원되지 않은 서울 소재 8곳 대학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나타나는 분위기다. 8곳은 가톨릭대, 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양대다.
가톨릭대 관계자는 12일 "본과 4학년을 제외한 모든 학년은 오는 31일 개강 예정"이라며 "오는 28일까지 복학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제적처리 된다고 학내 게시판과 문자를 통해 재차 공지했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는 지난달 말 개강을 4월 28일로 연기하고 방학을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가 7일 정부 발표 이후 개강일을 일괄 재조정했다.
서울대 의과대학 홈페이지는 이날 학장단 명의로 '학생·학부모들에게 드리는 글'을 띄웠다. 학장단은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집단행동 휴학 불가, 학사 유연화 불가, 원칙적인 학사관리 원칙에 따라 휴학 승인은 절대 불가능하다"며 "오는 27일 휴학을 철회하고 복학원을 제출해 수업에 복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복학원을 제출하지 않으면 학칙에 따라 비가역적 미등록 제적 또는 유급처리 될 것"이라며 "증원이 이뤄지지 않은 서울시내 8개 의과대학 학장단이 의견을 모은 내용"이라고 안내했다.
학장단은 24·25학번 동시교육에 따른 부실교육 우려에는 "의대도서관 개관이 임박해 복귀하더라도 교육시설이나 학습여건에 불편함은 느끼지 못할 것"이라며 "서울대 의대는 증원이 없었기 때문에 24·25학번을 동시에 교육하더라도 교육의 질은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4·25학번 학사관리 분리대책도 적극 수립하고 있는데 복학하는 학생 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이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고려대·연세대 의대 등은 앞서 미복귀 의대생을 학칙대로 처리하자는 방침을 세웠다. 편성범 고려대 의대 학장은 전날 교수·학생·학부모에게 메일을 보내 "올해는 더 이상 작년과 같은 과정을 반복할 수 없으며 모든 학년의 학사 일정, 수업 일수, 출석, 성적 사정 등에 대해 학칙에 따라 원칙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편 학장은 "이 기간 이후에는 학칙에 따라 추가 등록·복학이 불가하다"며 "기한을 넘길 경우 학생들은 학칙에 따라 미등록 제적과 같은 심각한 불이익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경고했다. 고려대는 최종 등록·복학 신청 마감 기한을 이달 13일에서 21일까지로 연기했다. 연세대 의대도 오는 21일까지 등록 후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은 유급, 등록하지 않고 휴학을 신청한 학생들을 제적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휴학 연장신청을 한 학생들을 일단 좀 지켜보고 있다"며 "오는 13일 의대 주관으로 학사운영 방안 등을 협의하는 자리가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경희대는 지난해 수업을 거부한 의대 신입생 대부분을 유급 처리했다.
대학들이 시한을 대체로 '3월 말'로 못박은 이유는 수업일수 충족, 24·25학번 교육 문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의대협회· KAMC)는 24학번의 3개 학기를 4개로 쪼개는 방식 등으로 24·25학번을 분리 교육하는 방안 등을 제안한 바 있다. 분리 교육이 가능하려면 3월 말까지는 복귀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대학이 수업일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 결석하면 유급 처리된다는 점도 '3월 말' 개강 이유 중 하나다. 특히 24·25학번 학생들이 수업을 계속 거부해 유급되면 내년도에는 트리플링(24·25·26학번 동시교육)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대학들도 기초·교양수업이 많은 예과 1학년 수업 특성 상 더블링은 소화 가능하지만 추후 실습 등을 고려하면 트리플링까지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