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바보' 40대, 퇴근길 교통사고에 4명 살리고 떠나
  • 이윤경 기자
  • 입력: 2025.03.11 16:51 / 수정: 2025.03.11 16:51
인체조직 기증으로 100명 살려
"하늘에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임봉혁(45) 씨는 지난달 28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임봉혁(45) 씨는 지난달 28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채로 교통사고를 당한 40대 남성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4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11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임봉혁(45) 씨는 경기 고양시에서 2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임 씨는 온화하고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었다. 좋아하는 음식이 앞에 있어도 남들이 잘 먹으면 젓가락을 느리게 움직이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임 씨는 캔버스 제작 회사에서 이사로 재직했으며 사람들과 대화하고 영화 보는 것을 좋아했다. 집에서는 9살 딸과 잘 놀아주는 자상한 아빠이자, 폐섬유화와 갑상선으로 몸이 편찮은 부모님을 병원으로 모시고 다니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임 씨는 지난달 21일 퇴근길 횡단보도에서 넘어진 뒤 교통사고를 당했다. 병원으로 이송돼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가족은 임 씨가 생전 삶의 끝에서 다른 생명을 살리는 장기기증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자주 했기에 기증을 결심했다. 이대로 떠나보내기보다는 몸 일부라도 어디선가 살아 숨 쉬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는 마음이었다.

결국 임 씨는 지난달 28일 의정부성모병원에서 심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인체조직 기증을 통해 기능적 장애가 있는 100여명의 환자도 도왔다.

임 씨의 아내 강영미 씨는 "혜민 아빠, 여기서는 자기보다 남을 위해 살았으니까 하늘나라에서는 자기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요"라고 했다. 이어 "우리 혜민이 잘 지켜주고, 나도 여기서 아버님, 어머님 잘 챙기고 혜민이랑 행복하게 지낼게요. 우리 다음에 다시 만나요. 사랑해요"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bsom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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