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식 날 확성기 대고 욕설, 경찰 폭행…캠퍼스 '탄핵 몸살'
  • 이다빈 기자
  • 입력: 2025.02.28 19:26 / 수정: 2025.02.28 19:26
극우 성향 유튜버, 학교 앞서 "중국인 박멸"
탄핵 찬성 측 남성, 경찰관 폭행 현행범 체포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렸다. 다만 이날 오전 한국외대에서는 2025학년도 입학식이 개최되면서 오전과 오후의 분위기가 상반됐다. /이다빈 기자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열렸다. 다만 이날 오전 한국외대에서는 2025학년도 입학식이 개최되면서 오전과 오후의 분위기가 상반됐다. /이다빈 기자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대학 신입생 입학식과 같은 날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에서 욕설이 쏟아지고 경찰이 폭행당하는 등 캠퍼스가 난장판이 됐다. 대학 생활에 한 번 뿐인 날 뜻밖의 광경을 지켜본 신입생들과 학부모는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28일 오전 11시 서울캠퍼스에서 2025학년도 신입생 입학식을 개최했다. 신입생들은 꽃다발을 들고, 부모의 손을 잡거나 팔짱을 낀 채 기대에 부푼 모습이었다. 수백 명은 입학식이 끝난 뒤에도 캠퍼스를 둘러보며 학교를 배경 삼아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일부 학생은 "온 김에 학교 구경하자", "1교시 강의는 어디서 듣는 거냐"고 말하며 새 학기를 준비에 부풀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한국외대 긴급행동' 주최로 교내 정문 앞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됐다. 교내 정문부터 캠퍼스 곳곳에는 '윤석열을 즉각 파면하라', '종북좌파 아웃' 등의 정치적 주장이 담긴 현수막이 걸렸다. 찬반 재힉생과 동문은 물론 극우 유투버 등 윤 대통령 지지자를 비롯한 외부인들도 몰려들었다.

28일 오후 2시에는 한국외대 긴급행동을 주최로 교내 정문 앞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고,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되면서 극우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 등 외부인들이 몰렸다. /이다빈 기자
28일 오후 2시에는 '한국외대 긴급행동'을 주최로 교내 정문 앞에서 탄핵 찬성 집회가 열렸고, 오후 3시에는 같은 장소에서 탄핵 반대 시국선언이 진행되면서 극우 유튜버와 윤 대통령 지지자들 등 외부인들이 몰렸다. /이다빈 기자

이날 윤 대통령 지지자들 100여명은 학교 정문 앞 인도에서 확성기를 켜고 "불법 탄핵, 사기탄핵"이라고 외치고 "빨갱이래요"라며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을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다. 한 지지자는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 중국놈들 싹다 박멸시켜야 한다"며 "XX 같은 XX야, 빨갱이는 꺼져"라고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일부는 찬성 집회 참가자가 들고 있는 피켓을 뺏거나 현수막을 찢는 등 폭력성을 드러냈다.

이 학교 동문이라는 A 씨는 "내란 옹호세력 규탄하는 피켓을 뒤돌아서 들고 있었는데 탄핵 반대하는 한 남성이 피켓을 몰래 뺐었다"며 "피켓을 뺏기면서 밀쳐지고 손목, 손가락 등에도 상처가 났다. 경찰이 인적사항을 확인해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학교 당국은 집회 참가자 및 외부인의 교내 출입을 통제했다. 교내 정문 앞 인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는 '대학 구성원의 교육 및 연구활동 보장과 안전한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해 집회를 목적으로 하는 인원과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이같은 안내에도 휴대폰 카메라를 든 한 극우 유튜버는 교내로 진입하며 찬성 측과 말싸움을 벌였다. 찬성 집회 참가자는 "외부인이 학교 안에 들어와도 되는 거냐. 카메라 끄고 빨리 나가라"며 항의했지만 "아무것도 안 했다"며 퇴거를 거부했다.

탄핵 찬성 측 집회 참가자들도 반대 집회에 항의하다가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찬성 측 남성 1명은 경찰관 얼굴을 때려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되기도 했다.

28일 한국외대는 집회 참가자 및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교내 정문 앞 인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는 대학 구성원의 교육 및 연구활동 보장과 안전한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해 집회를 목적으로 하는 인원과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이다빈 기자
28일 한국외대는 집회 참가자 및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다. 교내 정문 앞 인도에 설치된 바리케이드에는 '대학 구성원의 교육 및 연구활동 보장과 안전한 학습 환경 보장을 위해 집회를 목적으로 하는 인원과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있었다. /이다빈 기자

대학 생활을 앞둔 신입생들은 이같은 탄핵 집회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신입생 손모 씨는 "집회로 분위기가 흐려졌다고 생각한다"며 "공부하려고 대학에 왔는데, 외부인들이 학교 앞에서 집회를 하면 학교 이미지도 안 좋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신입생 B 씨는 "학내에서 정치 활동을 하지 않으면 좋겠다"며 "개강을 앞두고 있어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신입생 학부모도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모(59) 씨는 "학생들이 학내에서 자유롭게 토론하는 건 몰라도 폭력으로 번질까 걱정된다"며 "학생들의 공간에 좋은 행사도 아닌 정치적인 문제를 들고 외부인들이 들어오는 건 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조모(52) 씨도 "학교에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는 있지만 순수하게 우리 대학생들만의 표현이면 좋겠다"며 "외부인들이 균형감 없는 주장으로 대립하기보다 대학 내에서 다양하고 건강한 의견과 대화가 오가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관계자는 "입학식과 집회가 겹치는 상황은 아니었다"면서도 "이미 집회를 했던 타 대학들에서 외부인이 들어와 갈등이 고조되거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answer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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