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기숙사를 무단 이탈한 학생을 퇴사 조치한 고등학교에 "단 한 번의 잘못으로 장기 퇴사 조치를 한 점은 피해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지난달 31일 A 학교장에게 "규정 위반의 경중과 학생의 반성 정도 등을 고려해 선도 조치 수준을 유연하게 결정하도록 기숙사 운영 규칙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 고등학교 3학년 학생 B 군은 기숙사 취침 점호 후 친구와 함께 기숙사를 무단 이탈했고 학교는 기숙사 운영규정에 따라 B 군을 퇴사 조치했다.
B 군의 보호자 C 씨는 "B 군이 편도 2시간 이상 버스로 통학해야 하는 상황에서 1회의 규정 위반으로 재입사가 불가능한 장기간의 퇴사 조치 결정은 과도하다"고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학교는 "B 군이 무단이탈에 따라 기숙사 운영위원회를 개최해 규정에 따라 퇴사를 결정했다"며 "다만 퇴사 시점을 중간고사 이후로 조정하고 12개월의 퇴사 기간이 과도하다는 의견에 따라 최대 6개월, 최소 4개월 내 재입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하겠다"고 답변했다.
인권위는 "퇴사 조치 규정의 목적과 수단의 적절성은 인정된다"면서도 "이러한 수단은 당사자에게 최소한의 피해에 그쳐야 한다"고 짚었다.
인권위는 "B 군의 학교가 위치한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주소지를 가지고 있어 방학 기간을 제외하더라도 부모가 타지역에서 매일 통학을 지원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B 군이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편도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리며, 장거리 통학은 고3 학생에 대한 대학입시 준비에 현저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이어 "학교는 퇴사 기간을 12개월에서 6개월로 단축했다는 설명만 했을 뿐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일률적인 장기퇴사 규정은 피해 최소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단 한 번의 잘못에 대해 6개월 내지 12개월 간의 장기 퇴사 조치를 한 점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헌법 제10조가 보호하는 학습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봉사활동 부과, 1 내지 3개월 간의 퇴사 등 선도 조치의 수준을 유연하게 개정하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