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세종=박은평 기자] 전국 산언단지의 영세 제조업체 229곳 중 190곳에서 노동관계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87곳에서는 884명의 불법 파견이 적발됐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불법파견 감독과 인사노무 종합컨설팅'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지난해 6월 발생한 화성 전지공장 화재 사고의 후속 조치로, 사고 기업과 유사한 1차 전지 제조업체 43곳을 포함해 산업단지의 영세 제조업체 229곳(원청 115곳·하청 114곳)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감독 결과 원·하청이 외형상 도급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실 원청이 하청근로자를 직접 지휘·명령하는 파견근로자로 사용한 '무허가 파견'이 73곳(원청 24곳·하청 49곳), 836명이었다.
일시·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사유가 없음에도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한 '파견대상 업무 위반'이 14곳(원청 4곳·하청 10곳) 48명이었다.
정부는 불법파견 근로자를 실질적으로 사용하는 사용업체(원청 24곳)에 대해 파견근로자 884명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조치했다.
그 결과 직접고용을 거부하거나 연락이 두절된 근로자를 제외한 312명이 직접 고용됐다.
이번 감독 대상에는 불법파견 논란이 있었던 화성 사고 기업의 모기업도 포함됐다. 해당 기업의 1차 협력업체(2곳)는 2차 협력업체와 외형상 도급계약(부품납품)을 체결한 후 164명의 하청근로자를 지휘·명령하는 등 무허가 파견을 받았다.
기간제·단시간·파견 등 비정규직 근로자, 외국인 근로자, 여성 근로자에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명절 상여금, 가족수당 등을 차별해 약 3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13곳도 적발돼 시정조치를 받았다.
최저임금, 연장근로수당 등 금품 12억40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도 118곳 적발해 즉시 시정하도록 했다.
이번 감독 대상은 상시 근로자 수가 50인 내외의 영세제조업체로, 만성적 인력난, 열악한 근로조건, 노무관리 전문성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위반 사항을 해소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에 고용부는 원청이 파견근로자의 직접고용을 유도하는 등 불법파견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지원했다. 기업의 여건을 고려한 컨설팅을 병행해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했다.
불법파견이 적발된 15곳의 원청 사업주 및 파견근로자와의 심층 면담과 경기도 안산지역의 제조업체 115개소의 관계자 의견 청취 등도 현장 의견도 들었다.
현장의 기업들은 경기, 물량 변동에 따른 유연한 인력 운영 필요, 직접 채용 여력 부족 등으로 파견근로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했고, 외부업체의 인력을 합법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요청했다.
근로자들은 실제 원·하청 간 근로조건에 큰 차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원청에 직접고용 될 유인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직접고용보다는 임금 상승과 같은 실질적인 근로조건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김유진 고용부 노동정책실장은 "영세 제조업체의 경우 만성적인 인력난 등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인력공급업체 등을 활용한 탈법적인 인력 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다"며 "현실을 고려해 앞으로도 근로감독뿐만 아니라 고용구조 개선 컨설팅 등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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