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여권 유력 차기 대선주자인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실상 조기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건 모양새다. 올해 서울시가 최대 화두로 꼽았던 '규제 철폐'에 속도를 가하면서, 시정 철학으로 내세웠던 6대 동행 사업에도 힘쓰고 있다. 동시에 연이은 '이재명 때리기'와 국회 개헌 토론회 등으로 여의도 정치와도 거리를 좁히는 중이다. 대선 주자 오세훈의 첫 관문은 당 경선 시 시장직 사퇴 여부로 꼽힌다.
21일 서울시와 국회 등에 따르면 최근 오 시장은 민생 살리기를 위한 규제 철폐 정책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지방 분권 강화를 위한 개헌론을 주도하는 등 차별화에 나섰다. 내달에는 오 시장의 시정 철학과 정치 비전이 담긴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오 시장이 지난해부터 '중앙-지방의 동행'을 주제로 강의를 해오면서 틈틈이 집필 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진다. △도전과 성취 동행 △약자동행 △AI 동행 △자유진영 동행 △미래세대 동행 등 오 시장이 주력해온 6대 동행 사업과 그에 대한 소회 등이 담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작년 여름부터 '지방 동행' 주제로 꾸준히 강의를 이어오면서 과정을 집필한 것으로, 대권을 염두에 두고 쓴 책이 아니다"라며 "아직 집필 중이다. 책 제목과 컨셉, 정확한 출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오 시장의 개헌론 역시 조기 대선을 염두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서 "핵심은 중앙집권적인 국가체계를 허물고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데 있다"며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4개의 권역별 초광역 지자체를 만들어 과감히 모든 권한을 위임해야 한다"고 했다. 12·3계엄 후 권력구조 개편 요구가 잇따르자 오 시장이 개헌 카드를 선점해 입지를 넓혔다는 평가다.
탄핵 반대 여론을 의식해 조기 대선에 선을 긋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도 오 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토론회에는 국민의힘 전체 의원(108명) 절반에 달하는 48명이 참석해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를 비롯한 당 4역은 물론, 친윤계 의원으로 꼽히는 김기현·윤한홍·박성민 의원 등도 참석해 화제가 됐다.
유력 대권 경쟁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야당을 향한 오 시장의 견제도 노골적이다. 21일 오 시장 페이스북을 보면, 올해 낸 SNS 메시지 50개 중 절반이 넘는 28개가 이 대표와 민주당을 향한 비판 메세지로 집계됐다. 이중 이 대표를 직접 겨냥한 메세지는 16개에 달했다. 오 시장은 이 대표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 사법리스크를 집중 공략했다. 지난 7일 이 대표 측근인 김용 전 부원장의 법정구속을 두고는 "이미 핵심 측근들이 줄줄이 실형을 선고 받았는데도, 정작 당사자들는 결백을 주장하며 대통령이 되겠다는 극도의 후안무치를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경제 정책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민주당의 '전국민 25만원 민생 지원금'과 관련해 19일 "이재명식 '달콤한 경제사기'가 지향하는 방향은 대한민국 국가 부도"라고 직격했다.
시정을 포함해 각종 현안에 대한 전격적인 결정도 늘었다. 오 시장은 지난 6일 예산 전액 삭감으로 고대구로병원 수련센터가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되자, 시비 5억 원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12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에 5년째 적용 중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즉시 해제하면서, 대권 도전을 염두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오 시장은 21일 중국의 테무·BYD·딥시크 논란에 대해 "자국 내 데이터센터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보호 기술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며 대외적 이슈에도 관심을 보였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시점은 3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한다. 이대로라면 대선은 5월 중순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공직선거법 53조에 따라 오 시장이 대통령 궐위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전 30일까지 사직해야한다.
오 시장 대권의 첫 관문은 시장직에 사퇴하고 경선에 도전하느냐다. 시장직을 사퇴하지 않고 경선에 도전할 경우, 사실상 시정은 공백기를 맞게 된다. 시장직을 사퇴하고 경선에 도전할 경우 공직선거법 201조에 따라 재보궐선거는 치러지지 않는다. 대신 김태균 서울시 행정1부시장 대행 체제로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유지될 예정이다. 오 시장이 2011년 무상급식 이슈로 시장직을 걸고 사퇴했던 만큼 또다시 강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