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학생들의 본관 점거와 학내 시위를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교내 게시물 부착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학생들은 "대자보로 정당한 의견을 표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학교는 "일부 모욕적인 게시물이 있어 학교 운영에 방해된다"는 입장이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지난달 6일부터 9일, 15일 교내 환경미화를 실시하고 미허가 게시물을 정리했다. 이에 현재는 캠퍼스 내 설치됐던 근조 화환과 대자보가 모두 철거됐다.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해 11월부터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대자보 부착 등 시위를 벌였다. 학교 측은 올해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원활한 입시 진행을 위해 규정에 따라 허가받지 않은 게시물을 철거했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 '게시판 부착 홍보물에 관한 규정'에는 게시물의 사전 승인은 물론이고, 반드시 지정된 장소에 게시, 특별한 경우 학생처 허가 없이 2주일 이상 게시 금지, 자체수거일 기재 등이 적시돼 있다. 자체수거일이 경과되거나 기재되지 않은 게시물은 수시로 임의 철거도 가능하다.
학교 관계자는 "게시물은 학생처에서 허가원과 도장을 받아야 한다"며 "이번 사태 때 붙은 게시물들은 대부분 허가원을 거치지 않았고, 험하고 모욕적인 게시물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출입문이나 바닥에 붙어 있는 대자보는 학교 운영이나 행정 업무 진행에 방해가 돼 불법"이라며 "법적으로 따지고 문제를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재학생 A 씨는 "대자보는 학생들이 정당하게 학교에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 중 하나인데 허가를 받지 않거나 게시판 등에 부착하지 않았다는 등 이유로 불법이라는 것은 이해 부족"이라며 "사전 승인을 받는 과정 자체도 내용 검열을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라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재학생 B 씨는 "학교가 학생들을 고소하고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법률로 불법을 들먹이는 건 학생들을 압박하기 위한 의도"라며 "특히 재학생이 될 신입생들은 학교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당연히 알아야 하고, 대자보는 그 문제에 대한 설명이기에 철거는 학생들의 알 권리를 해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교와 학생 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는 가운데 법원은 최근 학교 측이 제기한 퇴거 단행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집회·시위·표현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최대한 보장돼야 하고, 가처분을 통한 집회·시위·표현 행위의 사전 금지는 엄격한 제한 아래 이뤄져야 한다"며 "현수막·사진 게시, 북·앰프 등의 도구를 사용한 구호·노래 제창 등의 행위를 일괄 금지하는 것은 헌법상 집회·시위·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비춰 허용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교 측은 가처분 신청 기각 결정이 위법성을 따진 것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학교 관계자는 "이번 가처분 결정이 위법성을 따진 걸로 보지 않는다. 경찰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가처분 신청의 주된 목적은 마비된 행정 업무를 빨리 재개할 수 있도록 학생들의 본관 점거를 해제해달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게시판 부착 관련 규정의 개정 필요성은 있다고 봤다. 이 관계자는 "오래된 규정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고 돼 있는 표현은 바꿀 예정"이라며 "해당 규정이 있지만 그동안 학생들의 시위에 제재를 한 적이 없었다. 위원회 등이 열리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때나 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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