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가 저출생 극복 정책으로 내놓은 미혼남녀 만남 행사가 또다시 흥행했다. 지자체의 신원 검증 절차와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이 통했다는 평가다.
20일 시에 따르면, 지난 14일 개최된 미혼남녀 만남 행사 ‘설렘, 아트나잇’에서 최종 22커플이 성사됐다. 이번 행사에는 최종 100명 모집에 2356명이 신청해 약 2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화손해보험(주) 한남사옥에서 진행된 행사는 명화 선택을 기반으로 해, 참가자들 사이에서 더욱 인기를 끌었다. 지상 5층 규모 한남사옥은 일반인들의 접근이 쉽지 않은 예술적 공간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신경민(가명) 씨는 "본 행사에 미술을 매개로 이성을 만난다는 점이 색다르면서도 재밌는 경험이었고 많은 이성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좋았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참가자인 김성준(가명) 씨는 "미술 작품(명화)이나 행위 예술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프로그램 구성이 알차다고 느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여성들이 더 많이 신청해 눈길을 끌었다. 데이트 컨셉이 예술 소재인 데다, 시에서 확실한 신원 검증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여성들의 수요가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시는 주민등록등본(초본)·재직증명서·혼인관계증명서를 통해 소재지 확인·직장(소득)·미혼 여부 등의 자격요건을 확인했다. 성범죄자 알림e(여성가족부)를 조회한 후 추첨을 통해 선정된다. 박준범(가명) 씨는 "서울시가 엄선한 남녀들을 주선하는 자리인 만큼, 연애와 결혼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라며 "1회, 2회 모두 지원했는데 다 낙첨해서 다음 번엔 꼭 뽑히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개최된 '설렘 in 한강'에서는 100명 모집에 총 3286명이 신청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단체 만남을 주선해왔지만, 시 차원에서 나선 건 최초였다.
앞서 서울시는 2023년 저출생 대책으로 미혼 남녀 만남 주선 사업인 ‘서울팅’을 진행하기 위해 관련 예산 8000만 원을 추경안에 편성했다가 몰매를 맞은 바 있다. 높은 주거비용, 경쟁 사회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양육과 일의 병행 어려움 등 저출생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단편적인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실효성 없는 1회성 행사에 가깝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끝내 서울시는 ‘서울팅’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결정하고 관련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계속되는 흥행세에 시는 이후로도 미혼남녀 만남 행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올해에는 5월, 9월, 11월 등에 행사가 예정됐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관계자는 "미혼 남녀 만남 기회에 대한 요청이 꾸준하게 많았다"라며 "서울시 예산을 들이지 않으면서 해당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안을 찾다 민간 쪽에서도 관심이 많아서 재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한화손해보험(주)이 예산을 전액 부담하면서 '세금 낭비'라는 비판도 피해갔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나는 게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사업은 시가 앞장서 신원을 보증해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에 흥행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일회성 행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시가 기업 등 민간 참여를 독려해 공공의 장을 열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