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수요시위)'가 지난 16일 별세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를 위한 추모제 형식으로 열렸다.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길 할머니의 뜻을 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9일 서울 종로구 주한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제1688차 수요시위를 열었다. 이날 수요시위에는 길 할머니를 추모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며 150여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저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나비 모양 배지를 가방과 모자, 외투 등에 부착한 채였다.
이들은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길 할머니를 애도했다. 길 할머니의 활동을 돌아보는 추모 공연과 묵념 후 헌화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일부는 길 할머니의 별세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영정사진을 지켜보며 고개를 숙였다. 추모식 이후에는 '공식 사죄. 법적 배상', '할머니의 의지를 대학생이 이어가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길 할머니의 길을 따라 반전평화와 인권이 지켜지는 세상 만들자" 등 구호를 외쳤다.
수녀 김세연(47) 씨는 흐르는 눈물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씨는 "할머니가 온 삶을 바쳐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려주셨는데, 왜곡된 역사도 바로 잡지 못하고 법적인 사과나 배상을 못 이뤄드려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앞으로도 할머니를 기억하면서 정의가 바로 세워질 수 있도록 이 자리에서 계속 연대하고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강태성(25) 씨는 "어렵게 용기 내 피해 사실을 증언해주시고 여성 운동가로서 활동해오신 길 할머니를 더 이상 보지 못 한다는 것이 안타깝고, 공식 사죄와 배상을 받지 못하고 결국 돌아가시게 됐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프다"면서 "이제 남아 있는 생존자 할머니들이 연세가 많아 걱정이지만, 모두 살아계시는 동안이나 그 이후에라도 반드시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길 할머니는 지난 16일 향년 9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길 할머니는 1998년 정부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등록한 이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해 활발히 활동해왔다. 길 할머니가 별세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7명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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