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다빈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틀 연속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거주지로 알려진 아파트에 몰려가 시위를 벌였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야동판사는 사퇴하라", "음란수괴 문형배" 등 조롱 섞인 구호를 외치며 문 권한대행을 압박했다. 그러나 정작 아파트 주민들은 "문 대행이 살지 않는 우리 아파트를 왜 타깃으로 삼냐"면서 불편을 토로했다.
18일 오전 7시25분께 서울 종로구의 한 아파트 후문에 '헌법재판관이 음란물 시청 웬 말이냐', '포르노 애호가' 등이 적힌 피켓이 등장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 20여명이 문 대행을 압박하기 위해 출근길 시위에 나선 것이다.
이들은 "야동판사 문형배 즉각 사퇴하라", "문형배는 야동이나 봐라", "음란수괴 문형배" 등 구호를 외치며 노골적으로 문 대행을 조롱했다. 한 여성은 집회 관리 중이라는 경찰을 향해 "우리가 관리 대상이냐. 우리는 집회를 하고 있는 거다"라며 고성을 질렀다.
이날 시위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이끄는 것으로 알려진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 주최로 열렸다. 부방대는 전날부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종결일까지 매일 오전 7시30분과 오후 6시 출·퇴근길 시위를 예고했다.
이들은 문 대행이 살고 있지 않다는 아파트 주민들 항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들은 "문 대행 집을 파악한 내막은 모른다"면서도 "부방대 본부에서 아마 파악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들은 아침저녁으로 이어지는 시위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출근하는 주민들은 시위대에 눈길을 주지 않고 정면만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인 채 종종걸음으로 빠르게 지나갔다. 한 30대 남성은 시위대를 향해 "아이씨"라고 말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윤 지지자가 흔드는 태극기에 얼굴이 닿을까 피하며 걸어가는 주민도 있었다.
아파트 생활지원센터장은 '문 대행이 입주자 등록이 돼 있지 않다'는 안내문을 들고 나와 시위대에 항의했다. 센터장은 "전날 입주자 등록부를 확인했지만 문형배 님은 없었다. 문형배 님을 봤다는 주민도 한 명도 없는데 왜 여길 오냐"며 "집회의 자유도 있지만 헌법상 평온하고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으니 (시위를) 막아달라고 경찰 측에 공문도 보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입주민들 민원도 엄청 많고 불편해한다"면서 "센터장으로서 앞으로 시위를 할 때마다 입주자 등록이 안 돼 있다는 사실을 계속 알릴 예정이고, 집회 책임자와 면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 주민은 "사실 확인도 안 됐는데 왜 남의 집 앞에서 저러는지 불쾌하고 시끄럽다"며 "등하굣길에도 아이들 상대로 욕하고 위협해서 정문으로 제대로 다닐 수가 없다. 정문은 다 막아 놓고, 아이는 학교를 개미굴로 다니듯이 다니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아파트 센터장은 당연히 아니라고 할 테니 그 사람들 얘기 들을 필요 없다"며 "정확한 정보가 있고 다 확인하고 시위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집회를 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현재 문 대행의 휴대전화 문자 테러와 고등학교 동창 온라인 카페 음란물 게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는 수년에 걸쳐 문 대행의 동창 카페에 여러 음란물이 공유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문 대행이 과거 음란물 카페에 가입했다며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퍼뜨리고, 문 대행에게 조롱과 욕설 등을 담은 카카오톡과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문 대행은 헌재 공보관실을 통해 "해당 카페는 동창 카페로서 경찰은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수사해 주기 바라며, 아울러 카페 해킹에 대한 철저한 수사도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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