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12일 종각역 지하철 역사 내에 위치한 휴(休)서울이동노동자쉼터가 오픈한 지 3일 만에 만석을 이뤘다.
지난 10일 열린 쉼터는 택배·배달·대리기사·가사돌봄 등 외부에서 이동하면서 일하는 이동노동자들의 휴식 공간이다. 지하철 역사 내 마련된 곳은 종각역과 사당역 총 2개역. 지하철 환승역 등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 쉴 곳을 마련해 달라는 이동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됐다.
가사도우미 김영애(가명) 씨는 "쉼터 오픈을 기다려왔다"며 "하루 5시간 근무하는데, 이동할 때 시간이 뜨기 때문에 중간에 쉴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쉼터 관계자는 "오픈한 지 3일 밖에 안됐지만, 한파에 잠시 쉴 수 있는 곳이 생겨 다들 만족해 한다"고 밝혔다.
종각역 쉼터에는 직원 한 명이 상주하면서 이동노동자들의 방문을 체크했다. 쉼터는 택배·배달·대리운전기사뿐만 아니라 가사관리사, 방문 검침원,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등 다양한 직종의 이동노동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입장시 와우패스 무인출입 앱 설치 후 QR 코드를 찍어야 한다. 이달은 운행 첫 달로 시민들의 입장이 비교적 자유롭게 가능하지만, 내달부터는 앱을 통한 본인 인증 없이는 출입할 수 없다. 20평 남짓한 센터에는 휴대폰 충전기, 공기청정기, 냉난방기, 정수기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마련됐으며, 녹차 및 커피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쉼터는 주중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운영된다. 이날 오후 6시 전까지는 비교적 한산했지만, 한 시간 뒤인 7시에는 대리기사들로 만석이 됐다. 이들 사이에서는 대리기사의 업무 특성에 맞게 운영 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리기사 김주혁(가명) 씨는 "쉼터가 없으면 대리기사들이 대기할 때 카페에서 5000원 정도 커피 값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며 "오후 11시부터 새벽 6시까지가 피크시간이기 때문에 운영 시간이 좀 더 확대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에 시는 야간 근무가 많은 이들의 업무 시간에 맞춰 탄력적 운영을 할 계획이다. 추후 이용자 현황과 수요에 따라 운영시간 조정을 검토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야간 시간대도 운영하고 싶었지만, 교통공사 측에서 역사 닫는 시간을 고려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라며 "시범 운영 후 의견을 수렴해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달 수요 증가로 쉼터 이용객은 매해 증가하는 추세다. 쉼터 방문객은 지난해 6만8411명으로 전년(5만5029명)대비 24.3% 증가했다. 현재까지 시는 서초, 북창, 합정, 상암에 거점형 쉼터 4개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자치구에서도 '간이 이동노동자 쉼터' 13개소(강남4곳·강서·관악·도봉·서대문·성동·영등포·용산·중랑구2곳)를 운영 중이다.
다만 역사 내 쉼터는 실질적으로 배달노동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주차 공간과 떨어져 있어 지상에 위치한 쉼터보다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민간 건물이나 주변 도로 쪽을 통해 주차 공간을 찾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찾아가는 지하철 노동상담'
이동노동자들은 오는 3월부터는 '찾아가는 지하철 노동상담'을 통해 현장에서 바로 노무사와 상담을 할 수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와 자치구 노동자 종합지원센터가 연계해 한달에 1~2회 쉼터에서 노동법률상담을 제공한다. 공인노무사에게 무료로 임금, 해고, 산재, 휴가 등과 관련해 논의할 수 있다. 이외에도 감정노동 심리상담, 세무 상담 등도 가능하다. 서울노동권익센터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하철역 쉼터 내 노동법률상담이 매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대리기사 등 이동노동자들의 상담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호재 서울시 민생노동국장은 "앞으로도 쉼터 운영을 통해 이동노동자들이 노동 환경에서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노동 상담 및 법률 지원 등 실질적인 권익 보호 서비스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