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정소양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파격적 혁신을 선보이며 국내를 발칵 뒤집어 놓은 가운데 서울시에서도 AI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인재 양성, 인프라 조성, 투자확대 등의 축을 기반으로 한 AI 핵심강국 진입 전략을 마련한다는 오세훈 시장의 구상에 바탕을 두고있다.
12일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최근 잇따라 'AI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7일 열린 '인공지능(AI)과의 동행을 위한 정례 간부회의'에서 "AI 전선에서 뒤처지는 것은 10년 뒤, 30년 뒤에 대한민국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것"이라며 "AI스타트업 등 기업에 대한 지원과 협업, 또 중앙정부와 협조를 통한 시너지 창출로 대한민국이 AI 3대 강국으로 진입하는데 서울시가 대표적인 행정기관이 되도록 역할을 다해달라"고 밝혔다.
지난 2일에도 'AI 3대 강국, 우리도 가능합니다'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세계 AI 시장 지각변동을 일으킨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는 연구 인력 139명뿐인 작은 기업이 적은 비용으로 이뤄낸 혁신"이라며 "여기서 대한민국의 AI 3대 강국 진입의 희망을 본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최선을 다해 기업에 날개를 달고 AI 인재 양성에 모든 힘을 쏟아붓는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시장의 'AI 산업' 육성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2년 취임 초부터 전략을 구상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시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은 멀리 내다보고 있다"라며 "오 시장이 AI에 관심에 기울인 건 상당히 오래전부터다. 최근 딥시크 등 AI 관련 주제가 뜨겁다 보니 (오 시장도) 관련해서 발언을 하는 것일 뿐 이미 예전부터 착실히 준비해 왔다"라고 전했다.
실제 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이후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AI를 주목하고 전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아왔다.
시는 지난해 5월 '서울 AI 허브' 앵커시설을 개관했다. 이는 시가 신축한 첫 번째 지원시설로, 양재·우면동 일대에 흩어져있는 AI 산업 지원 시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지하 1층~지상 7층으로 구성된 이곳에서는 AI 기술 연구 협력 및 대·중견기업 연계 네트워킹을 확대할 협력기관과 기업 재직자 대상 교육 및 우수 인재 공급을 지원할 교육기관을 유치해 오픈이노베이션 분야 확대, AI 기술 적용 융·복합 교육 확대 등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해 10월 서울 AI 허브에 개소한 '국가 AI 연구거점'은 AI 분야 기술혁신과 기업 성장, 인재 양성 등 사업과 국내 대학 및 국제 연구기관과 함께 공동연구, 학술대회 등을 개최하는 등 인공지능 연구 구심점으로서 역할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28일 서울 양재 일대 약 40만㎡ 부지가 지역특화발전특구 최초의 'AI 특구'로 지정됨에 따라 시는 글로벌 AI 선도 혁신거점 조성과 AI 인재 양성 등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재 AI 특구'에서는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특허법, 출입국관리법 등 6개 규제 특례를 적용받는다. 이와 관련 시는 서초구, KAIST AI 대학원 등과 협력 체계를 구축해 인재양성, AI 스타트업 펀드 조성 및 융자지원, 공동연구, 특구 활성화를 위한 도시 인프라 조성 등 특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행정에도 AI를 적용해 시민생활도 혁신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전국 지자체 최초로 행정에 AI 기술을 접목한 '서울시 AI행정 추진계획'을 발표했고 3년간 총 2064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AI 산업 육성 '인재 확보' 중요…오세훈 "인재 1만 명 확보"
올해도 이같은 AI 생태계 조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오 시장은 11일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울 2025'에서 '모든 산업을 AI 중심으로 재편한다'는 정책 기조를 바탕으로한 'AI 비전'을 발표했다.
연간 1만 명(청년취업사관학교 인재 4000명, 대학 인재 6000명)의 AI 인재를 양성해, AI 인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올해부터는 AI 등 이공계 분야 석사과정 장학금 제도(총 6억원, 60명 지원)도 신설해 매년 확대하는 등 서울형 인재 발굴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실제 전문가들은 AI 산업 육성의 최우선 과제로 '인재 확보'를 꼽았다. 지난 5일 시에서 열린 'AI 산업육성 전략 자문회의'에서 장병탁 서울대학교 교수는 "서울은 이미 글로벌 AI산업 중심이 될 잠재력과 인프라가 충분한 도시"라며 "앞으로 적극적인 투자와 보상으로 좋은 인재를 모아나가면 기술, 인재, 투자 간 선순환이 일어나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은 "서울시가 'AI 영사이언티스트'라는 이름으로 서울시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지원하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서울에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의 AI허브보다 규모를 10배 확장한 '서울 AI 테크시티'도 조성할 계획이다. 국내·외 대학원과 세계적인 연구기관은 물론 문화·주거공간까지 갖춘 '직·주·락' 복합공간으로 AI 인재들이 창의적인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서울 속 AI 산업도시'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시정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한 행정혁신 추진으로 도시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시는 인재 양성, 인프라 조성, 투자확대 등의 축을 기반으로 한 AI 핵심강국 진입 전략 마련과 함께 행정에 AI를 접목, 시정 전 분야에 'AI제이션(인공지능화)'을 탑재하고 전 직원의 행정 DNA를 AI 중심으로 개선해 시민 생활을 혁신적으로 바꿔나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시는 전 직원에 대한 맞춤형 AI 교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행정분야 AI활용을 위한 프로세스도 체계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국내 AI 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 및 해외시장 진출 지원, 시민 참여형 행사를 통한 AI 대중화 등도 이뤄내겠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모든 산업을 AI 중심으로 발 빠르게 육성·재편하는 전략적인 목표를 갖고, 명실공히 글로벌 AI 3대 강국의 중심 서울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