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설상미 기자]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지원 예산 9억 원이 전액 삭감됐다."
예산 삭감으로 존폐 기로에 섰던 고대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가 서울시의 긴급지원으로 기사회생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회가 센터 예산을 전액 삭감해 시에서 긴급히 나섰다는 입장을 내놨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회가 아닌 정부여당이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고 반박하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올해 예산이 전액 삭감된 센터는 서울시 재난관리기금 5억 원을 지원 받는다. 2025년 예산에서 정부가 연간 지원해온 9억원의 예산이 삭감되면서 센터는 오는 28일까지만 운영될 예정이었다. 오 시장은 "11년간 20명의 생명 수호자를 배출해온 이곳은 재작년 한 해 571명의 중증외상 환자를 치료한 필수 존재"라며 "생명의 최전선을 서울시가 지키겠다"고 지원 배경을 밝혔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오 시장의 주장을 두고 "거짓말"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2025년 예산에서 중증외상 전문의 양성 예산은 지난해 예산에서 전액 삭감된 '0'원이었다"며 "복지부마저도 본인들이 9억 예산을 책정했으나 기재부에서 깎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것을 되살린 것이 국회 보건복지위 민주당 의원들"이라며 "0원이던 예산을 8억 8000만원 증액해 복지위에서 의결했다"고도 했다. 민주당이 예산에 힘썼는데도 정부여당이 증액을 거부하면서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소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 예산을 전년 대비 8억 8800만 원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했다. 소위는 다시 8억8800만 원을 증액했다. 소위는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은 중증외상환자를 전담하는 전문인력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수련 전문의를 대상으로 인력양성을 지원하는 사업"이라며 예산 증액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정부는 끝내 증액 협상 거부로 국회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삭감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5일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정부 예산 편성 시 별도로 반영되지 못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예산 증액이 의결됐으나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는 중증외상전문의 육성을 위한 외상학 전문인력 양성 사업이 올해 3월 이후에도 차질 없이 운영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현택 민주당 부대변인은 "당초 복지부와 기재부가 정부 예산안을 협의할 때 삭감해 놓고 그 책임을 국회의 예산 심의 과정으로 떠밀었다"라며 "국회에 제출한 정부 예산안에 포함되지도 않은 예산을 어떻게 삭감하느냐"고 했다.
'국회 예산 과정에서 삭감'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야당은 오 시장을 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됐다’고 언급하면서 슬그머니 본인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던데, 이것이야말로 ‘실용주의 코스프레’가 아닌지 되묻고 싶다"며 "확인도 안 하고 내지르는 말,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