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워서 행복해요"…외국인 주민들의 '뜨거운 수업'
  • 설상미 기자
  • 입력: 2025.02.05 00:00 / 수정: 2025.02.05 00:00
서울시, 외국인주민용 '한국어 교실' 16곳 운영
TOPIK도 지원, 맞춤형 교육과 문화 체험 제공
4일 오전 10시 마포구에 위치한 연남글로벌빌리지 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어 수업./설상미 기자
4일 오전 10시 마포구에 위치한 연남글로벌빌리지 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어 수업./설상미 기자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연락처. 뜻이 뭘까요. 양추이리가 한 번 답해볼까요."

4일 오전 10시 마포구에 위치한 연남글로벌빌리지 센터에서 진행된 초급 한국어 수업 시간. 10여 명의 외국인 수강생들이 모인 교실에 한국어 강사 김주영(가명) 씨가 학생 한 명 한 명을 호명하며 열띤 강의를 이어갔다. 연락처 바로 위에 적혀진 '전화번호'와 같은 의미지만, 낯선 언어가 주는 어색함 탓일까. 다들 선뜻 답을 내진 못했다. 김 씨는 "새로운 문화를 배우려면 긴장되고 낯선 느낌이 있기 때문에 실생활 소통을 최대한 많이 하려는 편"이라며 "배움을 통해 수강생들이 의견을 개진하고 의사소통을 하게 될 때 성취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주민 수가 246만 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 거주 외국인주민이 44만 명을 넘으면서, 서울시 전체 인구 대비 4.7%를 차지했다. 서울시 인구 21명 중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이에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서울 거주 외국인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실질적인 솔루션을 담은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외국인주민과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도시 서울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내보였다.

외국인주민 정착을 위해 언어 배움은 필수인 만큼, 서울시는 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실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했다. 한국어 교실은 서울외국인주민센터, 동부외국인주민센터, 서울글로벌센터, 서울시글로벌청소년교육센터 등 주요 거점 센터를 비롯해, 지역외국인주민센터(강동, 금천, 성북, 양천, 은평)와 글로벌빌리지센터(강남, 금천, 서래, 성북, 연남, 이촌, 이태원) 등 서울 전역의 16개 시설에서 운영된다.

한국어 교실은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양한 수준별 강좌를 통해 실생활에 필요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국적 취득을 위한 한국어능력시험(TOPIK) 대비도 가능하다. 중국 국적의 수강생 양추이리는 "국적 취득을 생각하고 있어 토픽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온라인 한국어 수업과 달리, 강의를 들으면서 강사와 직접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어 수업에 아주 만족한다"고 밝혔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보고 한국 문화에 빠진 모로코 국적의 수강생 애즈매는 "한국 문화가 좋아서 한국에 왔다"라며 "한국어를 배우면서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프랑스 국적의 마틸드는 "프랑스에서 학교를 다닐 때부터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인 남자친구랑 소통하기 위해 배우고 있다"라며 "10점 만점에 11점, 수업에 만족하고 있다"고 웃어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시청에서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해 5월 20일 오전 시청에서 외국인주민 정책 마스터플랜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외국인주민들에게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교육 역시 필수적이다. 센터는 △봉사활동 △문화체험 프로그램(한국의 설 명절 체험 등) △심리정서 프로그램(감정 치유를 위한 아로마 테라피) △취업지원 프로그램(이력서, 면접 준비) 등도 제공하고 있다.

이외에도 센터는 외국인주민들의 한국 정착을 위해 법무부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 조기적응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사회통합프로그램은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한국 문화, 한국어 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제공한다. 센터에서 해당 교육과정을 이수할 시 △귀화면접심사 면제 △국적심사 대기기간 단축 △귀화신청자 대상 귀화용 종합평가 합격 인정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대한민국에 장기 체류하고자 하는 외국인주민은 이민자 조기적응 프로그램에서 기초 법 제도 및 사회 적응 정보 등을 배운다. 외국인 등록을 위한 의무 교육에 해당한다. 양매영 연남글로벌빌리지센터장은 "조기적응 프로그램의 경우는 외국인 등록증 발급을 위해 꼭 필요한데, 서울 내 운영기관 부족으로 외국인들이 지방까지 가서 교육을 받으러 가야 한다는 사정을 알고 운영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이후로도 서울 거주 외국인주민이 자립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선 서울시 글로벌도시정책관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들이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며 "더 많은 외국인주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고, 질 높은 교육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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