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윤경 기자] "100만원짜리 노트북을 사고 나니 통장에 30만원 남았어요. 이젠 돈 쓰는 걸 주저하게 됩니다."
대학교 4학년 이모(24) 씨는 몇 년 전만 해도 돈을 쓰는데 거리낌 없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이제는 필요한 물건만 사고 중고거래 사이트를 이용하는 등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 씨는 배달 플랫폼 멤버십을 해지하고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는 광고가 포함된 가장 저렴한 가격제로 변경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사고 싶은 것을 사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문화를 대신해 더 합리적인 소비를 뜻하는 '요노(YONO, You Only Need One)'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요노는 불필요한 물건 구매를 자제하고 꼭 필요한 것만 산다는 뜻이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지난해 12월 만 14~69세 소비자 2000명을 대상으로 '2025 새해 소비 트렌드 전망'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보여지는 소비보다 내가 만족하는 실용적인 소비를 선호한다'는 답변이 89.7%를 차지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요노 문화의 확산을 확인할 수 있다. 번개장터가 발표한 '2024 세컨드핸드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건수는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또 다른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은 지난해 10월 기준 가입자 수 4000만명을 넘었다. 전 국민 5명 중 4명은 중고거래를 이용해 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김모(27) 씨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인터넷을 검색한다. 새 물건들을 사기엔 비용 부담이 들어 중고거래를 알아보게 됐다"며 "각종 이벤트에 응모해 할인을 받거나 물건을 얻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최근에 이사를 하게 되면서 중고거래 등을 통해 가구를 샀다. 직접 운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새 가구들에 비해 가격이 많이 내려가 저렴했다"며 "(아낀 돈으로) 노후 준비를 위해 목돈을 모아 투자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시대를 맞아 경제적 어려움이 소비 패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소비 심리에 크게 작용한다"며 "지금 당장 돈을 쓰는 것보다 다가올 어려움에 대비하기 위한 (금전적) 유동성 확보가 더 우위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나중에 가서도 소비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저축을 하거나 소비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며 "식비나 필수재 소비까지도 지출을 줄이고 있어서 경제적인 여력이 확보되기 전까지는 이런 현상들이 더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