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오승혁·조채원 기자] 영하의 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17일 오후 1시30분 서울 동작구 흑석중앙교회 앞에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사단법인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연탄나눔운동(사랑의연탄) 주최로 열리는 연탄 배달 봉사를 위해 중앙대 봉사동아리 MRA 학생 17명이 팔을 걷어붙인 것이다.
검정색 옷을 입고 나온 학생들은 장갑과 팔토시를 끼고 앞치마까지 한 채 배달 채비를 마쳤다. 흰 목도리를 두른 한 학생은 "봉사 끝나면 검은 목도리 된다"는 조언에 목도리를 풀고 패딩 지퍼를 끝까지 채웠다.
연탄 나눔 대상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장애인, 조손가정,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속한다. 학생들은 이날 흑석시장과 흑석초등학교 인근 연탄을 사용하는 세 가구에 300장씩, 총 900장의 연탄을 배달했다.
김은희 사랑의연탄 간사는 "연탄 나눔 봉사를 할 때 연탄을 받는 집과 이웃해 사는 주민들이 봉사자들에게 불편한 기색을 보이거나 연탄 쓰는 집의 거주자들에게 눈총을 주는 일도 있다"며 "최대한 깨끗하고 안전하게 봉사를 마쳐야 하고 또 연탄만 보지 말고 연탄을 받는 이들을 보며 여러분이 따뜻한 온기가 돼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학생들은 골목에 나란히 섰다. 차량 진입조차 어려운 좁은 골목이었다. 간격을 벌려 장당 3.6kg인 연탄을 일일이 손으로 옮겼다. 두세 시간 반복되는 동작에 학생들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배달을 마친 학생들의 얼굴과 손엔 검댕이 묻어났다. 이들은 서로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동네 주민 80대 A 씨는 "젊은 사람들이 정말 좋은 일한다"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매서운 추위와 불경기에도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려는 손길은 끊이지 않고 있다.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모경종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서울에서는 총 1386가구가 연탄에 의지해 겨울을 나고 있다. 서울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백사마을이 위치한 노원구가 497가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성북구 187가구, 강남구 121가구, 서초구 116가구 등 순이었다.
취약계층은 연탄에 의존해 겨울을 나지만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다.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의 한 연탄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경기 동두천시에서 연탄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라 운임비가 크게 늘었다. 배달비를 제외한 연탄의 장당 가격은 900원 정도인데, 배달 봉사자가 없는 경우 연탄이용 가구가 부담해야 하는 연탄 가격은 1500~2000원으로 뛰어오른다. 통상 하루에 필요한 연탄은 6~8장이다.
다행히 연탄 배달 봉사를 지원하는 따뜻한 손길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사랑의연탄에 따르면 연탄 봉사자는 2021년 2만427명, 2022년 2만7344명, 2023년 2만9248명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2023년 사랑의연탄이 후원한 연탄은 2022년 대비 총 21만3868장 줄었다. 연탄 지원 가구도 1213가구 감소했다. 하지만 1가구 당 연탄 소비량은 2022년 253.5장에서 2023년 267장으로 오히려 늘었다.
사랑의연탄 관계자는 "올해 운임비가 더 붙어 연탄값이 오르긴 했지만 후원 받은 연탄으로 저희가 지원하는 가구에 충분히 드릴 수 있는 정도"라며 "올해라고 눈에 띄게 후원이 줄진 않았다. 후원자들이나 봉사자들의 열기는 더 뜨거운 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