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직원 및 시민사회단체 항의 농성
"안건 폐기" 요청에 인권위원장 발길 돌려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전원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중 규탄 시위에 가로막혀 발길을 돌리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공. |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 측 일방 주장을 담은 안건을 상정해 논의하려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직원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로 지연됐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안건을 폐기하고 회의를 미뤄달라"는 요청에 결국 발길을 돌렸다.
인권위는 13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인권위 14층 회의실에서 2025년 제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해 심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인권위 직원이 포함된 전국공무원노조와 36개 인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은 회의실 앞에서 안건 철회를 촉구하며 규탄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내란동조 세력은 인권위를 떠나라", "헌정질서 파괴하는 인권위원은 사퇴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인권위원들이 등장할 때마다 "사퇴하라"고 외쳤다.
특히 이번 안건 상정을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이 모습을 드러내자 격한 반응이 쏟아졌다. 이들은 "인권위원을 그만두고 윤 대통령 변호사를 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김 상임위원은 "내란 수괴라는 건 야당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이러는 게 명백한 폭력"이라고 했다. 김 상임위원은 약 1시간10분 간 대치 끝에 발길을 돌렸다.
이어 안 위원장 등장에 이들은 "안건을 폐기하고 오늘 회의를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김덕진 공동행동 활동가는 "그 안건이 상정·논의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심사숙고해서 위원들을 설득해, 다시는 이 안건이 전원위에 안 올라오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논의의 장이 마련돼야 하지 않겠냐"면서도 이들의 거듭된 요청에 "알았다"며 발길을 돌렸다.
이번 안건에는 '계엄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 남용이 국헌문란', '내란죄를 적용해 체포 또는 구속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잘못된 것',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형사재판에서 방어권을 보장할 것' 등 내용이 담겼다. 안건을 제출한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인권위원은 "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 부여한 고유 권한", "야당의 의석 숫자를 무기 삼아 정당한 사유 없이 탄핵소추안 발의를 남용해 온 것은 국헌 문란" 등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을 그대로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