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만에 적성 찾아"…인생 2막 열어준 50플러스재단
입력: 2025.01.11 00:00 / 수정: 2025.01.11 00:00

중장년 구직효능감·소득 높이고 불안 낮춰
연 5회 권역별 채용박람회, 현장형 채용설명회 예정


서울시중장년일자리박람회./서울시 제공
서울시중장년일자리박람회./서울시 제공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30년 만에 잘 하는 일을 찾았어요.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무너져가는 절 일으켜 세웠습니다. 진정한 나의 길, 진짜 내 인생 2막 로드맵이 완성됐어요."

애견샵을 20년간 운영하다 인생 2막을 연 임준원 씨(52)의 이야기다. 나름 애견 사업으로 한 우물을 팠지만, 그런 그도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는 피해 갈 수 없었다. 대리운전, 아파트 입주민 세차, 어패류 영업까지 밤낮없이 일했지만, 가족들에겐 어느새 무능한 투명 인간이 돼버린지 오래. 궁여지책으로 개업한 자동차 세차장도 얼어붙은 시장에 속수무책이었다. 대출금 이자도 감당하지 못할 즈음에, 저금리로 대출을 바꿔준다는 보이스피싱 문자로 3200만 원을 날렸다. 돈보다 더 망가진 건 마음이었다.

그런 그에게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재단은 중장년 서울시민을 위한 재취업 교육을 무료로 제공했다. 자동차 정비병 출신인 임 씨는 군 제대 당시 부대 내 모든 차량을 정비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차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재단의 '중고 자동차진단평가 전문 인력 양성 과정'을 통해 자동차진단평가사를 준비했다. 96시간을 꽉채워 진행할 정도로 수업은 알찼다. 과정이 끝날 당시에는 교수 추천으로 관련 학과의 전문학위과정도 밟을 수 있었다.

그는 재단을 통해 무너진 마음을 치유하면서 인생 2막을 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임 씨는 "중장년이라면 누구든, 자신있는 분야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기를 진심으로 권한다"라며 "나처럼 52세에도 인생 제2막을 열고 새로운 직업에 성공적으로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맥도날드 크루로 일하면서 '베스트 파트너'로 선정된 윤미희 씨(65)는 4년 전만 해도 우울과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었다. 남편은 여전히 바빴고, 아이들은 장성해 제 삶을 살았다. 교회 봉사도 하고, 친구들과 다양한 취미활동도 했지만 그의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서울시50플러스 서부캠퍼스’의 현수막을 발견하면서 그의 삶은 180도 뒤바뀌었다.

재단에서 ‘가치동행일자리(舊 보람일자리)’라는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처음에는 어르신 급식 지원단을 지원했다. 무기력한 삶에 활기가 돌았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었고, 매일 가슴이 뛰었다. 그는 현재 가치동행일자리 활동, 맥도날드 크루,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총 3개의 일을 하는 N잡러다. 윤 씨는 "나를 무기력에서 활력으로 변화시킨 이 모든 기회들은 우연히 찾아간 50+상담센터에서 시작됐다"라며 "3가지 일을 하며 내 인생의 어떤 시기보다 활기차고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주최한 사업에 참여했던 윤미희씨. 윤 씨는 어르신 급식 지원단, 맥도날드,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N잡러다. 윤 씨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스스로를 움직인 원동력이라고 했다./서울시 제공
서울시50플러스재단에서 주최한 사업에 참여했던 윤미희씨. 윤 씨는 어르신 급식 지원단, 맥도날드, 편의점 등에서 일하는 N잡러다. 윤 씨는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스스로를 움직인 원동력"이라고 했다./서울시 제공

이처럼 서울시는 인생 전환기를 맞이한 중장년 세대의 사회 적응과 안정적인 노후 준비를 위해 ‘중장년 집중지원 프로젝트 서울런4050’을 시행하고 있다. 재단은 이 사업의 핵심 수행기관으로, 4050 세대의 노동시장 참여 유지 및 재진입과 직업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실제로 재단 사업을 통해 사업참여자들의 구직효능감과 월 평균 소득은 높아졌고, 불안 지수는 낮아졌다. 재단이 지난해 8월 발표한 '서울시 중장년 정책 효과성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 참여자의 사전 구직효능감은 평균 3.64점이였다. 사업 참여 이후 평균 4.06점으로, 11.5%(0.42점) 증가했다. 직무역량수준 역시 평균 6.11점에 그쳤으나, 사업 참여 이후 평균 7.55점으로 23.6%(1.44점) 증가했다.

자연스레 소득 수준은 올라갔다. 사업 참여자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사전 119.78만 원에서 참여 후 153.21만 원으로 33만 원가량 뚜렷하게 증가했다. 월평균 소득이 27.9% 증가한 셈이다.

반면 미래걱정 지표는 줄었다. 노후불안과 취업불안의 두 지표 모두 사후에 불안수준이 나아진 것이 확인됐다. 사업 참여자의 사전 노후 불안은 평균 4.04점이었으며, 사업 참여 이후 평균 3.97점으로 1.7%(0.07점) 감소했다.

이후로도 시는 재단을 통해 세대별 맞춤 일자리를 발굴·연계하고,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역할을 이어갈 기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일 재단에 따르면, 시는 민관 협력을 통해 일자리박람회를 확대 추진하고, 직업전환을 돕기 위한 교육·훈련 대상자도 지난해의 4배 이상으로 확대 운영한다. 재단은 △연령대별 맞춤형 일자리 지원 확대 △직업전환을 위한 리스킬링(Reskilling) 강화 △권역별 특화사업 추진 △중장년 고용 생태계 패러다임 전환 등 네 가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우선 자치구와 협력해 연 5회의 권역별 채용박람회를 열고, 기업의 채용설명회는 수시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중장년 구직자에게 체계적인 직업 훈련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기 위해 지난해 3700여명이었던 교육·훈련 대상자를 1만6000여명으로 대폭 확대해 운영할 계획이다. 기업과 구직자가 만나는 기회의 장인 '서울 중장년 일자리박람회'도 확대한다. 박람회 행사 기간은 지난해 하루에서 올해 이틀로, 참여업체는 지난해 71개에서 올해 120여개로 확대된다.

강명 서울시50플러스재단 대표는 "2025년은 대한민국이 본격적인 초고령화와 인구절벽 시대에 들어선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중장년이 더 많은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맞춤형 일자리 지원과 정책 대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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