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랑 공청회 했냐"…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에 상인들 부글부글
입력: 2025.01.06 00:00 / 수정: 2025.01.06 00:00

상가 측 "시에서 공문도 받은 적 없어"
서울시 "법적 절차는 다 해…계속 찾아뵐 것"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풍상가·호텔PJ 구간(250M)의 공중 보행로 철거가 진행된다./뉴시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에서 시민들이 이동하고 있는 모습. 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풍상가·호텔PJ 구간(250M)의 공중 보행로 철거가 진행된다./뉴시스

[더팩트ㅣ설상미 기자] "서울시에서 공청회를 했다는데, 정작 이쪽(공중보행로 밑 골목 가게) 사장님들 중에 철거 사실을 안 사람이 한 명도 없다. 박원순 전 시장 때 보행로 공사할 당시에도 장사가 안 됐는데, 이걸 또 하나. 가뜩이나 경기 안 좋은데 장사를 또 어떻게 하라고..."

1109억원의 예산이 쓰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일대가 개통 2년 만에 철거 수순을 밟는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도시재생사업 중 하나로, 2016년 3월 세운상가 주변을 보존하기 위해 추진돼 2022년 7월 개통됐다.

오세훈 시장과 박 전 시장이 정책 노선을 놓고 이견을 보인 대표적 사업으로도 꼽힌다. 오 시장은 재임 시절인 2006년 세운상가 일대를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한 반면, 박 전 시장은 재임 시절 도시재생에 집중했다. 오 시장은 지난해 10월 "종로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세운상가를 걷어내고 북악산부터 한강까지 이어지는 선형 녹지 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로부터 두달 뒤인 지난해 12월 26일 제6차 도시재생위원회를 열어 ‘세운상가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을 원안 가결했다. 변경안에는 삼풍상가와 PJ호텔 양쪽 250m의 철골 보행로 철거안이 담겼다. 서울시는 남은 750m도 단계적으로 철거한 뒤, 보행로가 철거된 자리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철거 배경으로 천문학적인 사업비에도 지역 상권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었다. 애초 계획과는 달리 보행자들의 이용률이 저조해 지역재생사업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일조량 침해와 누수, 통행 불편 등에 따른 각종 민원도 꾸준히 제기됐다.

3일 오후 1시경 취재진이 서울시가 철거 계획을 밝힌 보행로(삼풍상가와 PJ호텔 양측 약 250m 구간)를 찾았을 당시에도 행인을 찾기 어려웠다. 회색빛 콘크리트 구조물과 바닥으로 일대가 더욱 휑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발표한 '세운상가 일대 공중보행로 일일 보행량 조사'에 따르면, 2017년 계획 당시 하루당 10만 5440건 예측된 예측 보행량이 실제 1만1731건으로, 예측치의 11%에 불과했다. 감사원 역시 지난해 8월 "공중보행로가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일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취재진이 1월 3일 오후 철거 예정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찾았을 당시./설상미 기자
취재진이 1월 3일 오후 철거 예정인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를 찾았을 당시./설상미 기자

세운상가 상인 측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공사에 따른 불편을 또다시 감당해야하냐며 울분을 터트렸다. 반복되는 공사 소음 문제, 통행 불편, 영업 부진 등 각종 손해를 상인들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세운상가 일대에서 10년 간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밝힌 한 50대 남성은 "박 전 시장 당시 소음 때문에 공사를 결사 반대했고, 공사 후에도 사람들이 더 줄었으면 줄었다"라며 "공사 후에 지하상가에 물이 다 새고, 습기가 차서 상인들도 다 나갔다. 완전 부실공사"라고 비판했다.

30년간 세운상가 일대에서 고기집을 운영한 50대 여성은 "박 전 시장 때도 보행로 공사 관련해서 전혀 알지 못하다가 갑자기 공사를 한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전혀 몰랐다"라며 "멀쩡한 보행로를 복원 공사한다고 하길래 소음 때문에 장사 안 된다고 반대했는데, 결국 장사가 어려워졌다"라고 푸념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공사 과정을 두고도 시와 상가 측은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내놨다. 안석탑 세운상가 시장협의회총회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서울시와 어떤 공청회도 한 적이 없고, 시 측으로부터 공문도 받은 적이 없다"라며 "시장들이 바뀔 때마다 전 시장들의 치적을 없애고, 본인의 공을 세우려고 하는 건데 주민 상인들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주민공청회, 관계기관 협의, 시의회 의견청취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했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법으로 정해져 있는 공청회 절차는 일단 다 거쳤지만, (상인들에게) 개별적으로 통지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다들 인지를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올해 철거 설계를 진행하면서 철거되는 구간에 있는 상인분들은 계속 찾아 뵙고 의견을 들어볼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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