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계속
전날 연행된 민주노총 조합원 석방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5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2박3일 철야농성을 벌였다. /이윤경 기자 |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기간을 하루 앞둔 5일에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시민들이 모였다. 서울과 경기 등에 대설특보가 발령됐지만 윤 대통령 체포를 촉구하는 시민들과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쏟아지는 눈을 맞으면서도 각각 체포 찬성과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이날까지 관저 인근에서 2박3일 철야농성을 벌였다. 비상행동 집회로 한남대로 일대는 2개 차선을 제외하고는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영하 1도의 차가운 날씨에 눈까지 내렸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은박 비닐이나 비닐 우비를 입고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대부분 담요를 덮고 장갑과 목도리, 마스크, 털부츠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오전 10시36분께 저체온증을 호소하는 한 남성이 구급차에 실려 가기도 했다.
일부는 부부젤라, 응원봉 등을 들고 윤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케이크만큼 달콤한 탄핵'. '탄핵하실 분 급구' 등 문구가 적힌 깃발도 흔들었다. '내란동조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 즉각체포',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산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 등 피켓도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은 수갑을 직접 들고 다녔다. 다른 시민은 지난해 29일 발생한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근조 리본을 달았다.
비상행동은 오전 10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촉구 긴급 기자회견'도 개최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은 "헌법을 부정한 자를 처벌하자고 하자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세우는 일"이라며 "경찰과 공수처의 대응은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미래를 구상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5일 오전 10시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윤경 기자 |
이어 "그들이 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하겠다는 결심은 43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포기해야 할 것은 범죄자 윤석열이다. 한시라도 빨리 윤석열을 끌어내고 체포, 구속시키자"고 말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경호처의 헌법파괴 망동을 제지하지 않고 방기한다면 이는 부작위를 통해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경호처의 헌법파괴 망동을 조장하고 사실상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최 권한대행의 신속한 조치가 절실하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강제 폭력 연행하고 내란범 비호한 경찰은 즉각 사과하라"며 전날 집회 과정에서 경찰에 연행된 조합원 2명의 석방도 요구했다. 이들 2명은 전날 집회에서 경찰관을 폭행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으며, 이날 오후 석방됐다. 폭행당한 경찰관은 머리 등을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중상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오전 11시부터는 지하철 한강진역 부근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의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가 진행됐다. 집회 측 추산 5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북한남삼거리를 기준으로 4개 차선이 통제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내리는 눈을 피해 육교 밑에서 방석과 의자 등을 깔고 전 목사의 설교가 나오는 전광판을 바라봤다. 설교에 맞춰 태극기를 흔들고 노래에 맞춰 춤을 추는 이들도 보였다. 육교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부정선거 자행, 판사가 은폐·부정선거 수사하러 계엄, 막으러 탄핵'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전 11시에는 한강진역 부근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주최로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의 집회가 진행됐다 /이윤경 기자 |
이들은 '부정선거 검증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싸우겠습니다', '부정선거 가짜국회' 등 피켓을 들었다. 국제루터교회를 중심으로 양쪽 인도에는 50여개의 화환이 즐비했다. '배신자들 속에서 빛난 경호처장님 감사합니다', '박종준 처장님 인간 장갑차가 돼 주세요', '대통령 경호실은 대한민국을 지켰다' 등의 문구도 눈에 띄었다.
전 목사는 "이대로 두면 대한민국이 북한과 중국에 넘어가기 때문에 계엄령을 선포한 것"이라며 "국회의원들은 부정선거로된 가짜다. 아니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관위의 서버를 까보라"라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 선거를 갖고 놀면 안 되지 않겠냐. 대통령 자리에 있어본 사람만 안다"고 덧붙였다.
비상행동과 대국본의 집회는 경찰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100m가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열렸다. 이에 양측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비상행동 집회 맞은 편 한남초등학교 앞에선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이재명 구속'을 촉구했다.
한 시민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고 적힌 어깨띠를 메고 경찰을 향해 '경찰이 썩었어'라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부정선거는 사형. 전산 서버 까. 까. 까'라고 적힌 현수막을 몸에 둘렀다. 윤 대통령의 체포를 촉구하는 한 시민은 '비열한 정적 죽이기'라는 문구의 깃발을 들고 '박근혜도 걸어들어갔는데 숨어서 뭐하냐' 등을 외쳤다.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 3일 대통령 관저에서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으나 경호처가 '수색 불허' 입장을 고수하면서 5시간30분여 만에 철수했다. 이에 경찰은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입건하고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