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학생 고소도 유지
"학생들 겁박…맞서 싸울 것"
동덕여대 학생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혜화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학내 민주주의 실현, 남녀공학 전환 반대, 총장 직선제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동덕여자대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동덕여대는 학내 시위를 벌인 학생들 형사소송을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밝히면서 학생들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동덕여대 중앙동아리연합은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지하철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민주없는 민주동덕' 집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성신여대 학생과 시민 등 총 2500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두꺼운 패딩에 모자, 마스크를 쓰고 방석 위에 앉아 '고소고발 학생묶고 언론으로 학생공격', '학생소통 원한다며 면담노쇼 말이되냐', '앞뒤다른 대학본부 학생탄압 규탄한다' 등 구호를 외쳤다. '학생고소 철회해', '공학전환 철회' 등 개사한 가사를 넣은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도 불렀다.
중앙동아리연합은 "대학 본부가 총학생회를 상대로 형사소송을 한 상태이고, 본관 점거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상태에서 총학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법률적으로 따지고 있다"며 "총학이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만약 개인이 이름을 걸고 나서면 학교가 그 개인을 고소할 수 있어 동아리에서 다수가 모여 주최를 하게 됐다"고 했다.
재학생 A 씨는 "학생들이 처음 공학 전환 반대 시위를 할 때 '공학 전환 논의된 적 없는데 철회하라고 하니 당황스럽다'고 말하던 대학 본부가 이제 와서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어 공론화를 하겠다는 게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며 "공론화위원회의 구조가 현재 대학평의원회라는 의결기구와 유사한데 전혀 학생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더팩트ㅣ이새롬 기자] 남녀공학 전환 소식이 알려지며 동덕여대 학생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 지 나흘째 되는 15일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내 단과대 건물에서 학생들이 문을 걸어잠근 채 점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
동덕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11일부터 남녀공학 전환 논의를 반대하며 본관 등 건물을 점거하는 등 학교와 대치해왔다. 본관 점거는 23일 만인 지난 4일 해제했지만, 학생들은 수업을 거부하거나 교내 운동장에서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동덕여대는 지난 19일 총학과 5차 면담을 통해 내년 3월부터 6개월간 교수와 동문, 학생, 직원으로 구성된 '공학전환 공론화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공론화위원회는 의결기구가 아닌 이번 사태를 분석하고, 공학 전환과 여대 유지의 장단점을 논의하며 학생들 의견 수렴을 위해 설치한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들 사이에서 '학생들 입장이 거의 반영되기 힘든 위원회'라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과 직원, 교수, 졸업생 모든 동덕인들이 다 참여할 수 있고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법적 대응 강행 입장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달 동덕여대 학생 21명을 상대로 공동 재물손괴와 공동 건조물 침입, 업무방해 등 혐의로 제기한 형사소송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동아리연합은 "수년 전부터 비판받아 온 동덕여대의 사학비리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으나 학교의 비리는 덮어두고 민주적인 소통을 요구하는 학생들을 향해서 수십억의 피해 보상금을 들먹이며 겁박하고 있다"며 "학생들의 참여 없는 총장 임명과 밀실에서의 공학 전환 논의, 학생 고소까지 하는 상황에서도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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