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윤석열 퇴진' 집회 참여 및 시국선언
"청소년들이 성찰하고 참여하는 것이 더 바람직"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 청소년 단체 회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근처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를 막는 청소년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서예원 기자 |
[더팩트ㅣ이다빈 기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10대 청소년들도 거리에 나와 '윤석열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청소년들을 보호의 대상이 아닌 동료 시민으로 인식하고 그들의 정치적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시민사회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들은 연일 거리에 나와 분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이번 윤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에는 촛불과 응원봉을 든 청소년들의 참여가 두드러졌다.
청소년들의 행동은 집회 참여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시국선언 발표로 이어졌다. 서울 송곡여고 학생회는 지난 8일 윤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 중·고등학생 7018명은 지난 10일 "교과서를 부정하지 않는 민주국가에서 살고 싶다"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어 대구 경상여고 재학생 148명도 14일 "이 나라를 이끌 우리가 안전한 국가에서 큰 꿈을 펼쳐 빛나는 미래와 소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싸워나갈 것"이라고 했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과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등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국선언을 진행했다. 시국선언에는 청소년 4만9052명이 동참했다. 청소년 시국선언으로는 최대 규모다.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침묵하지 않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영 아수나로 활동가는 "청소년들은 이미 이전부터 광장에 나왔었지만 최근에 성소수자와 여성, 농민, 장애인 등의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더 주목을 받는 것 같다"며 "결국 청소년도 이 사회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시민으로서 저항하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4일에는 서울 은평구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시국선언문 삭제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정치 관여 행위'와 '학생 신분에 어긋나는 행위'라는 점을 언급하며 '퇴학'이라는 징계 사항을 설명하고 시국선언문을 내리라고 했다.
이후 시국선언문은 학생회 공식 SNS에서 삭제됐다. 다만 학교 측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로로 위해를 가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학생 개개인을 보호하기 위한 학교 차원의 조치였다"며 "이 일로 학생들에게 징계가 부과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을 독립적 주체로 보고 응원하고 격려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영 활동가는 "청소년은 정치적인 말과 실천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는 존재"라며 "청소년도 '동료 시민'으로서 정치적 실천이 금지되지 않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청소년은 공부를 해야지' 내지는 '기특하다', '멋있다'고 평가하는데, 이런 언어들은 청소년들을 온전한 존재가 아니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청소년이 어떤 구호를 외치는지, 어떤 글을 쓰는지 구체적인 노력과 실천에 관심을 갖고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형평성 문제에 대한 각성이 생기고 10대들의 사회 참여 욕구나 동기가 생기면서 탄핵 집회나 시국선언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래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것은 10대의 역할로, 청소년들이 성찰하고 참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며 "부모는 자녀를 통제 대상보다는 독립적인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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