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 불안 호소
관광·여행업계 타격 불가피
12·3 비상계엄 여파로 국내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발길도 뜸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사진은 평소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 상점가에 '임대' 표시가 붙어있는 모습. /송호영 기자 |
[더팩트ㅣ정인지·송호영 기자] 12·3 비상계엄 여파로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발길도 뜸하면서 상인과 여행업계는 울상을 짓고 있다.
1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주노조)는 지난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시간여만에 내부 채널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소식을 공지했다. 한국어가 서툰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조처다.
본국에 있는 가족과 친지에게서 '거기 전쟁 나는 거 아니냐', '괜찮은 거 맞냐'는 안부 전화가 폭주했다. 고향으로 돌아오라는 재촉까지 잇따랐다. 불안에 떨던 이들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야 한숨을 돌렸다.
당장 귀국하겠다는 이들은 없지만 불확실한 상황 속에 두려움은 여전하다. 정영섭 이주노조 활동가는 "노동자들이 본국에서 자신을 다급히 찾는 안부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면서 "노동자들은 '한국은 잘 살고 민주주의에 자유로운 나라인 줄 알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 활동가는 "이주노동자들 차원에서 탄핵에 동참하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움직임도 있다"고 했다.
한국을 방문한 관광객들도 불안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날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서울 중구 명동에서 만난 A(19) 씨도 걱정을 털어놨다. 계엄 선포 이후 가족을 만나러 미국 알라바마에서 왔다는 A 씨는 "미국에서 계엄 소식을 들은 저도 놀라고, 한국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더 놀라셨다"면서 "나라의 대통령이 그런 일을 주도했다는 게 믿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명동을 찾는 외국인들의 발길도 계엄 선포 전에 비해 줄었다. 한국행 항공권을 취소하고 대신 인근 일본이나 중국을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한다. 예약을 취소하기 번거로워 어쩔 수 없이 한국에 온 이들도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명동 상인들은 크진 않지만 매출에 타격이 있다고 했다. 유심 판매업체를 운영하는 홍승조(42) 씨는 "(계엄 이전에는) 저녁이면 명동성당 앞에 사람이 많아 줄을 따라 종종걸음으로 다닐 정도였는데 지금은 보시다시피 이렇다"며 "외국인들이 작년 대비 50% 이상 줄었다"고 우려를 표했다.
홍 씨는 "싱가포르나 태국 관광객에게 물어보니 총으로 무장하고 민간인과 대치하는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며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지만 아직 해결되진 않고 있으니 여전히 위험하다는 반응이 주류"라고 털어놨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 관광을 주관하는 인바운드 여행사의 타격도 크다. 여행업계는 수십 년간 쌓아온 국가 이미지가 계엄으로 한순간에 추락했다고 토로했다. 모 여행사 대표 이송아(48) 씨는 "기존 예약도 상당수 취소되고, 예정된 투어도 확답을 주지 않고, 신규 예약도 없는 상태"라며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여행을 주관하는 우리 같은 인바운드 여행사는 이번 계엄이 너무 치명적"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씨는 "K-팝과 K-드라마의 인기로 한국을 자주 찾던 고객들의 연락이 뚝 끊겼다. 무장한 군인이 국회에 들어가는 모습이 전 세계에 중계됐으니,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라며 "한국 상황을 더 지켜봐야겠다는 고객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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