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행동·촛불행동, 촛불집회…헌재 거리행진
2000명 모여 응원봉 들고 '윤석열 처벌' 촉구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6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정인지 인턴기자 |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이다빈·정인지·송호영 인턴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에도 촛불과 응원봉이 서울 도심을 환하게 비췄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까지 윤 대통령의 즉각 파면과 처벌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기로 했다.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6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윤석열 즉각 파면·처벌. 사회대개혁. 시민대행진'을 열었다. 광화문 앞 사직로 왕복 8차선 중 4차선에는 주최 측 추산 2000명이 운집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지난 14일 여의도 국회 앞 집회 당시 200만명에 비해선 줄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영하권의 차가운 날씨에 롱패딩을 입고 귀마개와 장갑을 끼는 등 중무장한 차림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LED 촛불, 아이돌 응원봉, 양초 등 저마다의 불빛을 밝혔다. 집회는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를 부르면서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 '내란 특검으로 책임자 처벌'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이들은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하나둘씩 방석을 깔고 앉거나 담요를 덮고 앉았다. 입김이 나오는데도 '내란공범 국민의힘 해체하라', '윤석열을 몰아내고 세상을 바꾸자', '헌재는 윤석열을 파면하라', '내란범 윤석열을 체포 구속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나눔과 도움 열기도 뜨거웠다. 한 여성은 가슴 주머니에 '윤석열 탄핵'이라고 적힌 빨간색 LED 봉을 꽂고 빵 20여개를 다른 참가자들에게 나눠줬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보건의료단체연합)의 의료지원 부스에는 의사와 간호사 4명, 의대생 5명 정도가 나와 봉사활동을 했다.
김모(26) 씨는 이날 가로 길이 한 뼘 반, 세로 길이 반 뼘 정도 되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처벌하라'는 글씨가 적힌 뜨개질 작품을 들고 나섰다. /정인지 인턴기자 |
자유 발언에 나선 20대 여성과 성소수자도 눈에 띄었다. 박정안(20) 씨는 "지난 9월부터 태국에서 한 달 살기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과 같이 저항하지 못하는 게 답답해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대학생 박세희 씨는 "평범한 국민들이 진정으로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어야지 않겠냐"며 "윤석열 파면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소개한 10대 A 씨는 "준비한 게 없다"고 말하다가도 참가자들의 '괜찮아'라는 응원에 발언을 이어갔다. A 씨는 "트렌스젠더, 퀴어, 여성 등 소수자들도 광장에 같이 동료로 있었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나왔다"며 "성소수자들도 동료, 시민, 동지로 환영받고 존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을 끌어내리자"고 외쳤다.
집회 참가자들은 지난 12·3 비상계엄 사태 때부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입을 모았다. 10·29 이태원 참사 생존자라는 곽학종(55) 씨는 털모자가 가득한 가방을 열어보이며 "추워 보이는 학생이 있으면 나눠주려고 가져왔다. 지난주 여의도 집회에도 갔다. 잠도 안 자고 일주일을 상주했고 앞으로도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 김모(26) 씨는 흰색 바탕에 빨간색 글씨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처벌하라'는 글씨가 적힌 뜨개질 작품을 들고 나왔다. 야근하면서 만들었다는 작품에는 적색, 황색, 녹색, 청색의 전구로 된 끈 조명이 감싸고 있었다.
김 씨는 "계엄이 있던 주 토요일부터 만들어 이번 주 금요일에 마무리했다. 탄핵이 가결될 거라는 확신이 있어서 서둘러 완성하고 싶었다"며 "윤석열이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아직도 자기 잘못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꼬집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헌법재판소 등 장소의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한다. /정인지 인턴기자 |
집회 이후 참가자들은 1㎞ 정도 떨어져 있는 헌법재판소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발걸음을 옮기는 남성도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 파면', '경찰 병력은 나가라', '집회 시위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헌재 100m 이내 집회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들은 오후 8시10분께 지하철 3호선 안국역 인근에서 행진을 멈췄다. 지나가는 시민들은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건네거나 가던 길을 멈추고 구호를 따라 외쳤다.
이날 오후 7시30분께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 광장에서는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윤석열 체포·김건희 구속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무대에는 '내란수괴 윤석열 헌재는 즉각 파면하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세븐틴·방탄소년단·선미·두산베어스 등의 응원봉을 들고 나와 서로 소개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양서윤 양은 "대전에서 올라왔다. 지난 3일 계엄이 선포됐을 때 그동안 내가 안일했던 걸 깨달았다"며 "서울엔 언니가 있고 군대엔 오빠가 있다. 탄핵이 가결됐을 땐 기뻤고 헌재가 좋은 선택을 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촛불행동 집회 참가자들도 헌재까지 행진했다.
비상행동은 평일 집회 대신 주말인 오는 21일 집회를 열기로 방침을 바꿨다. 촛불행동은 매일 오후 7시 보신각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개최할 계획이다.
보수단체인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대국본)도 매일 오후 2시 헌재와 서울중앙지검, 광화문 일대서 탄핵 무효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