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나왔다"
비상계엄령이 해제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외부 유리창이 계엄군 진입으로 파손돼 있다. /국회=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조성은·조채원 기자] 비상계엄이 해제된 4일 오전 국회 앞에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들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여성은 대통령실 앞까지 차량을 끌고 와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소동을 벌였다.
이날 오전 9시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인근 국회2문 앞에는 시민 70여명이 모여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했다. 일부는 철제 바리케이드 위에 올라 "윤석열 탄핵, 김건희 구속" 구호를 외쳤다. 롱패딩을 입은 한 남성의 등에는 '건희왕국 박살내자'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또 다른 남성은 '반란군인 색출하자'고 적힌 흰 천을 들고 있었다.
시민들에게 피켓을 나눠주던 김모(65) 씨는 "단체 소속이 아니다. 옆 기자회견에서 쓰고 남은 피켓이 많이 있길래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고 했다. 김 씨는 "윤석열정부 들어 거리에 나온 건 처음"이라면서 "'정말 이렇게 돼선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에 자발적으로 나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4일 국회의사당 2문 앞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고 있다. /조성은 기자 |
경기도 김포에서 왔다는 장모(55) 씨는 "새벽 5시쯤 일어나 상황을 확인했다"며 "국회에 군인들이 들어가면 시민들에게는 총도 겨눌 수 있겠다는 생각에 나오게 됐다"고 전했다. 경기도 평택에서 온 박모(22) 씨도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 일단 국회로 왔다"며 "지금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직장인 최모(52) 씨는 출근도 하지 않고 국회 앞에 나왔다고 했다. 최 씨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충혈된 눈으로 "참담하다. 고등학생 아이에게 너무나도 부끄럽다"며 "우리가 물려줄 세상이 이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국회 정문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수괴 윤석열은 헬기를 띄우고 계엄군을 진입시켜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짓밟고 국회의장을 비롯해 여야 정당 대표들을 체포하려 했다"고 규탄했다.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4일 오전 9시50분께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대통령실 입구까지 차량을 끌고 와 소동을 벌였다. /조채원 기자 |
그러면서 "국민들은 윤석열을 탄핵한 지 오래"라며 "국회는 더 지체할 것 없다. 탄핵소추안을 즉각 발의하고 국민에게 총을 겨눈 내란수괴, 특급 범죄자 윤석열을 당장 체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의당·노동당·녹색당도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죄 주범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주변은 긴장감이 흘렀다. 집회를 여는 시민단체나 운집한 시민들은 없었지만, 경찰은 인근을 통행하는 보행자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40대로 추정되는 여성은 오전 9시50분께 '대통령을 만나겠다'며 대통령실 입구까지 차량을 끌고 와 소동을 벌였다. 차에서 내린 여성은 "무슨 생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느냐, 대통령은 빨리 대답해달라"고 소리쳤다. 경찰은 제지에 나섰고, 여성을 조수석에 태운 채 차량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전날 밤 계엄령 선포 직후 모였던 시민들이 해산했지만 경찰은 바리케이드 등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경찰 관계자는 "특별히 계엄 사태 때문에 나온 시위자는 없고 평소에 나오는 1인 시위만 있다"며 "오늘 대통령실 인근에서 집회 계획도 아직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