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달려갔더니 오인 신고…소방관 힘 빠진다
입력: 2024.11.30 00:00 / 수정: 2024.11.30 00:00

비화재보 출동 해마다 급증…오인신고도 늘어
"안전수칙 계도, 단순 신고보단 자세한 설명 필요"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총 16만7901건으로 집계됐다.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2014년 1만7578건에서 2018년 2만445건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더팩트 DB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총 16만7901건으로 집계됐다.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2014년 1만7578건에서 2018년 2만445건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김시형 기자, 이동현 인턴기자] 불이 나지 않았는데 경보가 울린 비화재보와 시민들의 오인신고로 소방관들이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큰 겨울철을 맞아 실제 화재 때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소방청에 따르면 지난해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총 16만7901건으로 집계됐다. 비화재보 출동 건수는 2014년 1만7578건에서 2018년 2만445건으로 증가했으며, 2022년 처음으로 10만건을 넘어섰다.

비화재보 발생 원인은 좁은 공간에서 다수가 흡연을 하는 경우, 난방기구 열기에 따른 오작동 등 다양하다. 주방에서 요리하다 발생된 급격한 열로 감지기가 오작동할 수도 있다. 노후화 또는 불량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비화재보·오인신고로 출동 하루 최대 1000건

비화재보뿐 아니라 오인신고도 다양하다. 쓰레기 소각 중 피어오른 불을 보고 지나가는 시민이 신고하는 경우도 있고, 식당이나 가정에서 사용한 숯에서 나오는 연기를 화재로 착각해 신고하는 경우도 있다. 비화재보와 오인신고에서 비롯된 출동이 전국적으로 하루에 적게는 100건, 많게는 1000건까지 발생한다는 게 소방관들 설명이다.

문제는 비화재보와 오인신고 모두 소방관이 출동한 후에야 화재가 아닌 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수룡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대변인은 "기계의 열 감지는 화재로 인식돼 화재 발생 알림이 자동으로 오게 되는 만큼 현장에 출동해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오인신고도 직접 출동해 확인하고 나서야 사후적으로 오인신고로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방관들은 잦은 출동에 따른 피로 누적 탓에 실제 화재 때는 제대로 대응을 못할까봐 우려한다. 김 대변인은 "오인신고는 실제 화재가 아니니 다행이지만 잦은 출동으로 피로감이 누적된다"며 "자동화재설비의 오작동이 많으니 기계에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소방관은 "연기가 나면 실제 화재인지 파악하기 어려우니 일단 신고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며 "신고가 들어오면 선제적으로 많은 차량과 인원이 출동하는 만큼 오인신고의 경우 소방력이 남용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경보가 울린 비화재보와 시민들의 오인신고로 인한 소방관들의 출동이 늘면서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큰 겨울철을 맞아 실제 화재 발생 시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는데 경보가 울린 비화재보와 시민들의 오인신고로 인한 소방관들의 출동이 늘면서 피로 누적을 호소하고 있다. 화재 위험이 큰 겨울철을 맞아 실제 화재 발생 시 대응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뉴시스

이에 서울·강원·부산·인천·대전·세종·울산·전북·대구·제주 등에서는 소방서에 신고하지 않고 화재로 착각할 우려가 있는 불을 피울 경우 최대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소방 조례를 마련했다. 실제 과태료까지 무는 경우는 드물다. 신고자가 악의를 품고 오인신고하지는 않기 때문에 대부분 계도 조치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태료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수증기나 연기를 보고 신고한 신고자에게 '잘못 보고 신고했으니 법적 처분을 받아라'고 하면 누가 화재 신고를 하겠냐"며 "오인신고는 계도조치 정도로 끝나는 게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해평 강원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도 "과태료 부과는 '내가 괜히 신고했다가 실제 불이 아니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 때문에 오히려 화재를 더 키우거나 신고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고 했다.

◆과태료보다 안전수칙 준수 교육이 더 효과적

결국 안전수칙 홍보 및 계도를 통한 시민의식 제고가 우선이다. 이 교수는 "기계 오작동에 따른 비화재보는 제도적 문제가 아닌 기계적 문제인 만큼 화재설비 업계에서 기계의 성능을 높일 방법을 고민해야 하고 사람의 오인신고는 시민 교육을 통해 자연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과태료 부과보다는 가스밸브 잠그기, 난방기구 주의 등 가정에서 지켜야 할 안전수칙을 시민들이 잘 지킬 수 있도록 홍보와 계도에 신경써서 오인신고를 미리 차단해야 한다"라며 "오작동이 적은 고성능 화재경보기를 설치하면 화재보험료나 세금을 인하해 주는 등 다양한 유인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 소방관은 "소방관 입장에서는 오인신고가 적게 들어오는 게 좋지만 큰 화재로 번지는 것보단 일단 빨리 신고해주는 게 가장 좋다"며 "신고를 할 때 단순히 '불이 났다' 신고보단 현장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rocker@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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