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난제 ‘유보통합’…교육부-복지부 '샅바싸움‘
입력: 2022.08.27 00:00 / 수정: 2022.08.27 00:00

“교육부 관리부처 돼야”…“유치원·어린이집 왜 합치냐 의견도”

‘만 5세 취학’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정부가 국가책임교육의 대안으로 내놓은 ‘유보통합’을 두고 소관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샅바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한 지역 어린이집 원생들이 버블쇼를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만 5세 취학’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정부가 국가책임교육의 대안으로 내놓은 ‘유보통합’을 두고 소관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샅바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 사진은 한 지역 어린이집 원생들이 버블쇼를 관람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ㅣ안정호 기자] ‘만 5세 취학’이 사실상 폐기되면서 정부가 국가책임교육의 대안으로 내놓은 ‘유보통합’을 두고 소관부처인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간의 샅바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과정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은 교육계와 보육계가 근 30년 간 논쟁 중인 사안으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다시 포함되면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일원화하고 유보통합추진단 설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복지부도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유보통합 추진 계획을 밝혔다.

이처럼 유보통합 추진에 대한 두 부처의 의견은 같지만 이를 관리할 추진단의 관리 주체를 두고는 부처 간 의견이 갈린다. 윤 대통령이 인수위에서부터 예고한 유보통합추진단을 어디에 설치할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먼저 교육부는 교육 재정 일원화, 선진국의 유보통합 사례를 비춰 봤을 때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외부에서 듣는 사회적 요구는 관리부처부터 통합해서 진행이 필요한데 이에 교육부가 (관리부처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면서 이에 반해 "복지부는 제 3의 기관에 (유보통합추진단을 설치)돼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육계도 최종 관리부처를 (교육부 중심으로) 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며 "재정적 문제도 있고 다른 나라 사례도 0세부터 학령기 아동에 대해 책임지는 것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서울 동작구의 한 어린이집./이선화 기자
사진은 서울 동작구의 한 어린이집./이선화 기자

반면 복지부는 관리부처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어린이집이 유치원 수보다 많고 만 0~2세도 다니는데 교육부 중심으로 가자고 하는 분들도 있는 반면 싫다는 분들도 있다"면서 "유치원에서도 왜 어린이집과 합치냐는 의견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리부처가 교육부가 되는 것이 단순한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정부 부처 간에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했다.

유보통합에 대한 논의는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됐다. 김영삼 정부는 1995년 당시 5·31교육개혁에서 유보통합 방안을 처음 꺼냈다. 이후 김대중 정부에서 유보통합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추진되지 못했다.

이어 노무현 정부에서는 유아정책연구소를 만들어 유보통합을 추진했고 이명박 정부는 누리과정을 도입했지만 결실을 맺지 못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유보통합추진단이 만들어지면서 유보통합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당시 국무조정실 산하로 추진단이 설치되면서 소관부처 간 이견이 계속돼 추동력에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당시 업무 담당했던 실무자들이 당시 협의 외의 실무를 수행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현재 유보통합이 국민들의 중요한 관심사인데 다시 (추진단 설치를) 국무조정실에 하면 실제 추진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부에 유보통합추진단을 만들고 교육청과 협력해 유보통합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사진은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부에 유보통합추진단을 만들고 교육청과 협력해 유보통합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제공

유보통합 추진은 저출산 상황과 맞물리면서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권 교수는 "최근 저출산이란 큰 파도 속에서 아이들의 수가 급속도로 줄고 있다"며 "이 상황을 시장 논리에만 맡기면 운영난을 겪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속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아교육계와 보육계 모두 국가 무상교육 체제로 관리를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공감하게 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학부모 단체들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한 유보통합을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교육희망네트워크 등 7개 단체가 모인 ‘교육부 중심 유보통합 추진을 위한 학부모 연대'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문성을 갖춘 교육부에 유보통합추진단을 만들고 교육청과 협력해 유보통합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미령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포럼대표는 "현재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평생 학습사회로 OECD 국가들 대부분은 교육부로 유보통합을 했다"면서 "전 연령대가 교육부에 와 있는데 유아만 복지부에 있는 게 이상하다"면서 교육부 중심의 유보통합 추진을 촉구했다.

vividoc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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