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퀴어퍼레이드, '혐오를 중단하라'
  • 이성락 기자
  • 입력: 2015.06.28 21:15 / 수정: 2015.06.29 01:24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28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차별 없는 세상을 향해 28일 오후 5시 서울광장에서 제16회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사랑하라, 저항하라, 퀴어레볼루션!

성소수자들의 행진이 무사히 끝났다. 우려했던 보수 기독교 단체와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28일 오전 11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16회 퀴어문화축제는 약 3만여 명의 성소수자,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행사의 하이라이트 '퀴어퍼레이드'를 남기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오후 5시 서울광장을 출발해 을지로 2가, 퇴계로 2가, 회현사거리, 소공로 등 거쳐 다시 서울광장(2.6km)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재밌다. 너무 재밌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성소수자들과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음악에 맞춰 머리와 몸을 사정없이 흔들며 '축제'를 만끽했다. 퍼레이드 참가에 뜻이 없던 몇몇 시민도 흥에 겨워 우연히 만난 행렬에 가담하기도 했다.

동성애자 행진 반대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는 내내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동성애자 행진 반대' 퀴어문화축제가 진행되는 내내 '퀴어퍼레이드'를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물론 작은 소동도 있었다.

축제 진행 내내 '퀴어퍼레이드'를 저지하기 위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오후 4시 30분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측이 본격적인 퍼레이드 준비에 돌입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원들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해 경찰과 가벼운 몸싸움을 빚기도 했다.

우리에게 자유를 28일 오후 5시 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시작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가 거세졌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우리에게 자유를 28일 오후 5시 '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시작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항의가 거세졌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퇴치하듯 동성애자를 퇴치해야 한다. 동성애자는 보호의 대상이 아니다. 격리의 대상이다."

출발 시간(오후 5시)이 임박해 오자 비난의 강도가 높아졌다. 한 기독교 단체원이 "너희는 미쳤다"라고 말하자 성소수자 일부가 "그래 미쳤다"라고 되받아치며 거친 언쟁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대로라면 성소수자들과 반대 단체의 충돌이 불가피했다. 경찰은 최대한 양측의 접촉을 막기 위해 잔뜩 긴장한 상태로 통제에 열을 올렸다.

긴장 경찰은 성소수자들과 보수 기독교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통제에 열을 올렸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긴장' 경찰은 성소수자들과 보수 기독교 단체의 충돌을 막기 위해 통제에 열을 올렸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제발 방해하지 마세요. 경찰분들 이 분 좀 막아주세요."

퍼레이드는 시작부터 잡음을 냈다. 서울광장을 채 빠져나가지 못한 상태에서 반대 단체 일원이 도로에 뛰어나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큰 충돌은 없었고, '우려'는 금방 사라졌다. 행진 대열이 서울광장을 빠져나오자 긴장감은 눈 녹듯 사라지고 음악과 환호만이 거리를 메웠다.

음악에 맞춰 행진 2.6km의 행진을 마치고 서울광장으로 들어오는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음악에 맞춰 행진' 2.6km의 행진을 마치고 서울광장으로 들어오는 '퀴어퍼레이드' 참가자들. /서울광장=문병희 기자

'퀴어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내내 성소수자 관련, 인권을 주장하는 외침은 전혀 없었다. 그저 음악에 몸을 흔드는 수많은 사람만 존재했을 뿐이다. 행진 도중 엄정화의 '페스티벌'이 흘러나오자 잠깐 '춤판'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이날 가장 바쁘게 움직인 건 경찰이었다. 퍼레이드 선두에는 여경 20명을 포함해 경찰 관계자 수십 명이 밀집해 만일의 사태에 대해 대비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소 느린 걸음으로 길 안내를 하며 성소수자들과 반대 단체의 돌발 행동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약 1시간 동안의 행진을 마치고 서울광장에 인근에 도착한 퍼레이드 참가자들은 경찰과 퀴어문화축체위원회 측의 안내를 받으며 다시 서울광장 안으로 무사히 들어갔다. 다행히 퍼레이드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큰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작년 퍼레이드 행사 때 충돌 문제가 빚어졌던 만큼 이번에는 경찰이 좀 더 안전에 대한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며 "주최 측도 행진에 관한 안전 문제를 가장 많이 신경 썼다"고 밝혔다.

그냥 즐겨요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시민들은 성소수자, 보수 기독교 단체 모두에게 환호를 보냈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그냥 즐겨요' '퀴어퍼레이드'에 참여한 시민들은 성소수자, 보수 기독교 단체 모두에게 환호를 보냈다. /서울광장=이성락 기자

이날 '행진'은 단순히 성소수자 그들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는 행사는 아니었다. 적어도 퍼레이드가 진행됐던 시간만큼은 '음악' 그리고 '사람'이 전부였다.

퍼레이드에 참여한 시민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성소수자들에게 환호를 보냈고, 이들의 행진에 대해 반대 의견을 주장하는 단체를 향해서도 큰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퍼레이드가 끝난 뒤 서울광장에서 만난 한 모(20대·여) 씨는 "성소수자를 응원하지도 비난하지도 않는다. 그저 재미있어서 행진 대열에 합류했다"며 "충돌 없이 평화롭게 끝났다니 다행이다"고 말했다.

[더팩트ㅣ서울광장=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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