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김아름 기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로 상징되는 밤을 달콤하게 보낸다'는 의미의 허니문. 신혼부부라면 로맨스를 꿈꿀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시간이다. 더욱이 정신없이 결혼식을 치른 뒤에야 겨우 사랑하는 사람과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니 누구의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
그런데 이게 웬걸 즐겁고 달콤한 시간이 돼야 할 허니문이 생각도 못한 황당한 일로 엉망이 되며 급기야 부부가 되고선 처음 하는 싸움의 시발점이 되곤 한다. 먼 나라까지 놀러와서 돈은 돈대로 들고 감정은 감정대로 상하니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결국 몸과 마음은 너덜너덜해졌다.
달콤해야 할 신혼여행, 도대체 얼룩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부적으론 여행사로 인한 불쾌한 경험이 클 것이다. 허니문은 다른 여행 상품과 달리 그 특수성으로 소비자 피해유형도 다양하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접수된 피해 사례는 274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피해 유형은 여행사가 특약을 이유로 내세워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전체 피해의 약 절반(48.9%.134건)을 차지했고 '여행일정의 임의변경'(21.5%.59건)이 뒤를 이었다.
피해자가 속출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특별약관에 대해 ‘서면에 의한 동의 및 설명을 의무화’했으며 10%의 위약금을 초과하는 경우 실제 손해를 입증하도록 7개 여행사에 약관 시정을 권고했다. 그러나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사실상 구제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신혼부부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A 여행사 직원 정모(28) 씨는 "여행사를 선택할 때 여행상품을 선정해 계약을 진행한 뒤 계약금 입금 전에는 반드시 해당 여행사 사무실에 방문해야 한다"며 "최근 저렴한 상품만 찾는 신혼부부를 상대로 불법을 저지르는 회사가 많은 만큼 될수록 여행사의 규모와 체계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계약해지 시 부과되는 과다한 위약금에 대한 내용을 꼼꼼히 확인한 뒤 상품에 대한 숙지와 일정, 그리고 옵션 등에 대한 세부 사항에 변동이 없는지 확인하고 상품의 가격까지 정확히 비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비단 허니문에 이러한 문제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 또는 떠나서도 의견 다툼을 빚는 신혼부부들도 있다.
취재진이 만난 신혼부부들 가운데 몇 쌍은 '첫 부부싸움을 신혼여행 가서 했다'고 말했다. 다툼의 이유는 비슷했다. 사실 여행지를 정하는 데 있어서 시간과 예산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되지 않겠으나 대게 여행 취향과 원하는 나라, 예산 등의 문제였다. 더욱이 최근 유럽 등 먼 곳으로 여행지를 정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갈등도 다양해지고 있다.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에서 71개 국가별 사용자들의 '체크인'을 바탕으로 신혼부부의 허니문 추세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신혼여행으로 가장 먼 거리를 이동한 나라 1위에 올랐다. 한국 신혼부부의 평균 이동 거리는 4000마일(약 6437km)로 일본의 15배에 달하는 정도다. 굳이 먼 곳으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뷰에 응한 사람 대부분이 ‘평생 한 번 뿐’이란 전제를 바탕에 뒀다. 이들은 ‘생활에 쫓기고 일에 몰두하다 보면 먼 곳으로 여행 한번 가기 힘들어진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현실을 고려할 때 당연한 이유인지 모른다.
그러나 거리가 멀수록 육체적 피곤함은 늘어나게 될 것이며 여행에 드는 비용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결국 ‘허니문 푸어(결혼 시작과 동시에 빚을 지는 것)’에 일조하는 셈이다.
이에 B 여행사 직원인 한모(26) 씨는 신혼 여행지를 정하는 데 있어서 예비부부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밝히며 의견 공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예비부부들의 마음 자세가 어떠냐에 따라 신혼여행 자체의 의미가 달라지는 만큼 '난 반드시 이곳을 가야해'라고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신혼여행의 의의를 잘 생각해 ‘유행'에 따른 여행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인 만큼 충분한 의견을 나눈 뒤 허니문 스타일을 골라 여행지를 골라야 한다"며 "서로 공통된 스타일을 협의해 정해야 누구도 불평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고 예산을 정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내외적으로 문제와 갈등이 있는 가운데 문제 없이 신혼여행을 즐긴 부부들도 여럿 있었다. 이들은 남들과 같은 것은 거부하며 개성과 취향에 맞는 여행 계획을 준비하는 부부들로 '저렴한 가격으로 더욱 큰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94일간의 신혼여행을 다녀 온 성기백 부부는 스스로 계획한 신혼여행을 소개하며 "특별한 것이 따로 있을까. 평생을 함께할 단 한 사람과 직접 만든 신혼여행 그 자체가 특별해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누군가의 손으로 상품화된 신혼여행은 정형화돼 있는 만큼 개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화려한 외국이 아니라 국내를 한 달간 여행해도 직접 계획해 만든 것이라면 그 역시 특별한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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