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의 사건들 下] 무수한 說만 남긴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 김아름 기자
  • 입력: 2014.06.07 11:23 / 수정: 2014.06.07 11:28

지난 1991년 3월 26일 한날한시에 5명의 아이가 사라졌다.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가겠다고 집을 나선 아이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싸늘한 유골이 돼 돌아왔고 이 사건은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미제로 남게 됐다./ 영화 아이들
지난 1991년 3월 26일 한날한시에 5명의 아이가 사라졌다. 도롱뇽 알을 잡으러 가겠다고 집을 나선 아이들은 11년이 지난 2002년 싸늘한 유골이 돼 돌아왔고 이 사건은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으로 미제로 남게 됐다./ 영화 '아이들'

[김아름 인턴기자] '공소시효', 어떤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소의 제기를 허용하지 않는 제도로 더는 재수사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범죄자에 형벌을 내릴 수 없다. 때문에 억울한 사건을 겪은 피해자 입장에선 '범인을 잡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한 마음과 초조함에 하루하루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이에 일각에선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더팩트>은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재수사할 수 없는 의문의 사건들 가운데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재조명했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당시 군경 50만 명이 동원돼 와룡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아이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나 2002년 와룡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당시 국민일보 보도자료)/KBS 뉴스 캡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당시 군경 50만 명이 동원돼 와룡산 일대를 샅샅이 뒤졌으나 아이들은 발견할 수 없었다. 그리고 11년이 지나 2002년 와룡산에서 아이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당시 국민일보 보도자료)/KBS 뉴스 캡처

◆ 19910326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그리고 11년 후…

지난 1991년 3월 26일 지방자치선거가 있던 임시공휴일 아침, 대구에 사는 박찬인(당시 10세) 어린이는 김종식(9) 어린이를 비롯해 김영규 (11), 조호연(12), 우철원(13) 어린이와 와룡산으로 도롱뇽 알을 찾겠다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섰다.

그러나 이 아이들은 땅거미가 어둡게 깔리는 저녁이 될 때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이상함을 감지한 가족들은 아이들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가족이 애타게 찾았으나 와룡산 그 어느 곳에서도 아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경찰과 군인 50만여 명이 동원돼 와룡산 일대를 뒤덮으며 수색에 나섰다.

동원된 많은 인력이 500여 차례 산을 오르며 수색했으나 아이들의 흔적은 티끌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도토리를 줍기 위해 이 산을 찾은 등산객에 의해 유골 4구와 신발 5켤레가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유골은 감쪽같이 사라졌던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로 판명됐다.

유골들은 발견 당시 뒤엉켜 있었고 실종되던 날 입고 나간 옷은 얼굴을 덮고 있었다. 경찰은 와룡산에서 길을 헤매다 조난당해 저체온증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측했으나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와룡산은 마을에서 멀지 않는 야산으로 마을 불빛만 보고도 찾을 수 있어 조난당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이후 유족들은 범인을 찾고자 유골을 경북대학교 법의학에 기증했고 법의학팀은 아이들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두고 여러 증언과 제보가 잇따랐으나 허위로 판명났다./채널A 그때 그 사람들 캡처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을 두고 여러 증언과 제보가 잇따랐으나 허위로 판명났다./채널A '그때 그 사람들' 캡처

◆ UFO 납치, 한센병 환자의 납치 등 그야말로 說說說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은 세간의 화제를 모으며 전 국민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때문에 주변에선 여러 증언과 소문이 쏟아져 나왔다. 피해 아이들과 함께 와룡산에 가기로 했던 김태룡 군은 이 아이들과 와룡산을 함께 갔으나 '너무 멀리 나가 놀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에 집으로 되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함승훈 군은 아이들을 목격하진 않았으나 아는 형과 함께 와룡산 계곡에 갔다가 산 위쪽에서 10초 간격으로 다급한 비명이 두 차례 들렸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함 군과 함께 있던 형은 아무런 소리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1992년 8월엔 한센병 환자가 병을 고치기 위해 아이를 유괴해 죽였다는 헛소문이 나돌면서 경찰이 한센병 환자 정착촌을 강압적으로 수사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 범죄심리학자가 김종식 군의 아버지인 김철규 씨가 아이들을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었다./채널A 캡처
한 범죄심리학자가 김종식 군의 아버지인 김철규 씨가 아이들을 살해해 암매장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됐었다./채널A 캡처

사건 발생 8년이 지난 1996년엔 실종된 김종식 군의 아버지 김철규가 아이들을 모두 살해한 뒤 토막 내 암매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철규 씨 집안 곳곳을 파내기도 했다. 그리고 2010년 10월 22일 김철규 씨는 아들 실종 후 술로 세월을 보내다가 간암으로 사망했다.

지난 2002년 9월 28일 국민일보는 구두닦이 일을 하는 한 남성이 대구경찰청에 와 '2002년 7월 30대 남자 한 명이 구두를 닦으며 "사격 중 5명의 소년이 갑자기 나타나 2명이 총에 맞아 이 가운데 한 명이 죽고 나머지 한 명은 다쳤으며 이를 은폐하기 위해 5명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 목을 조르고 총을 난사해 죽인 뒤 매장했다" 말했다'고 제보했다는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제보도 잇따랐다. 사건이 발생한 해인 1991년 325건, 1992년 97건, 1993년 131건 등이 접수됐으나 모두 허위로 드러났다.

◆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유족, 공소시효 폐지 주장과 진상규명 촉구

지난 3월 26일 대구 와룡산 세방골에선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23주기를 맞아 추모제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피해 유족 및 실종자 가족과 시민단체 등이 참석해 사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을 촉구했으며 공소시효 폐지도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에서 민간조사법이 정부 안으로 제정되길 바라고 있으며 사건에 대한 진상과 관련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사건팀 beautifu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