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고발] 곧바로 즉석만남?, '랜덤채팅' 女기자가 직접 경험해 보니…
  • 문지현 기자
  • 입력: 2013.01.25 09:41 / 수정: 2013.01.25 10:23

랜덤채팅을 통해 선정적인 사진과 대화가 오가고 있다.
'랜덤채팅'을 통해 선정적인 사진과 대화가 오가고 있다.

[ 문지현 인턴기자] "야사(야한 사진) 구합니다!"

바야흐로 '스마트폰 4000만 시대'가 열렸다. 모바일이 이미 '대세'가 됐고, 참신하고 유용한 어플리케이션이 속속 등장하며 주목 받고 있다. 하지만 밝은 곳이 있으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 스마트폰의 빠른 발전 뒤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어플리케이션도 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진 대표적인 어플리케이션이 바로 '랜덤채팅'이다.

최근 젊은 층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랜덤채팅' 어플리케이션이 유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무작위로 걸려드는 사람과 채팅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랜덤채팅'의 특징이다. 하지만 '랜덤채팅'이 지니고 있는 '익명성'이라는 특징이 문제가 되고 있다. 각종 욕설과 무분별한 광고, 심지어는 범죄 행위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어 큰 문제다.

'랜덤채팅'은 어플을 다운 받으면 누구나 접속이 가능하다. 채팅창도 별다른 인증 과정 없이 바로 열린다.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각종 범죄 수단으로 이용되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이용자의 정보가 전혀 공개되지 않기에, 범죄에 대한 예방과 후속 조치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취재진이 '랜덤채팅' 어플을 다운 받고 채팅창에 접속해 보니 충격적인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채팅창을 열자마자 누군가가 들어와 말을 걸었다. 성별과 나이를 물어 대답했더니 기다렸다는 듯 자극적인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야사(야한 사진) 구합니다", "즉석 만남 하실래요?" 등의 낯 뜨거운 메시지가 곧바로 떴다. 자신의 신체 부위를 직접 찍은 은밀한 사진을 보내는가 하면, 욕설과 은어 등을 써 가며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랜덤채팅'의 주요 사용자가 10대라는 점이다. 기자가 실제로 나이를 묻고 확인한 결과 10번 가운데 8번 정도가 10대라고 답했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랜덤채팅'을 이용해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비방, 그리고 야한 사진들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10대가 봐서는 안 되는 성인 광고와 도박 광고 등도 판을 치고 있다.

'랜덤채팅'에 응한 서울에 사는 10대 A는 자신이 '랜덤채팅'에 자주 접속한다고 고백했다. 그는 첫 대화부터 "노예녀를 구한다"고 밝혔고, 자신이 10대라는 사실도 알렸다. 이어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 아이디를 알려 달라"고 말하며 즉석 만남까지 시도했다. 취재진이 직접적인 연락처를 알려 주지 않자 A는 바로 채팅방을 나가 버렸다.

실제로 '랜덤채팅'이 범죄 행위로 연결되는 경우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최근 '랜덤채팅'을 통해 만난 여대생을 흉기로 위협하고 성폭행한 20대 남성이 구속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각종 유흥 장소에서 4차례 성관계를 맺었고, 여성이 헤어지자고 하자 남성이 흉기로 위협해 큰 충격을 낳았다.

이처럼 아무런 제약 없이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랜덤채팅'은 '자유로운 대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청소년 범죄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성인 인증과 적절한 광고 차단 등 범죄 예방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복잡한 일을 간편히 해 주는 '착한 어플'들과는 달리 청소년의 미래를 망칠 수 있는 '나쁜 어플'로 인식되고 있는 '랜덤채팅'. 스마트폰이 발전하는 빠른 속도만큼 '랜덤채팅'이 낳은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도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wlgus0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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