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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주 제주도로 날아갔다. 한가로이 놀러간 것은 아니고 국내에서 가장 돼지고기 식문화가 발달한 곳, 제주도에서의 육도락(肉道樂) 기행을 위해서다. 막상 가서보니 과연 제주도는 돼지고기 천국이다. 주민들은 적어도 이슬람으로 개종하는데는 어려움을 겪을 듯하다. 단 하루라도 돼지고기가 없으면 못살 것 같은 음식문화를 가졌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로 국은 물론이며, 국수도 끓인다. 어른 주먹만큼 큼지막하게 썰어 그대로 구워먹는 소금구이를 비롯해 다양한 돼지고기 요리가 발달했다. '돔베고기'를 맛보기 위해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바로 '제주도 삼합'이 있다는 것. 당장 제주 신라호텔로 달려갔다.
삼합이란 원래 별다른 음식이 있는게 아니다. 서로 잘 어울리는 3가지 식재료를 함께 먹도록 내온 것이 삼합(三合)이다. 흔히 잘 알려진 것이 호남지방의 '홍어삼합'으로 삭힌 홍어를 묵은 김치, 돼지고기 수육과 곁들여 먹는 것을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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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라호텔 한식당 '천지(天池)'는 그야말로 '제주음식 천지'다. 주방장이 권하는대로 제주식 삼합을 맛봤다. 제주식 삼합은 바로 구운 전복과 명이나물(장아찌), 씻은 김치, 돔베고기로 구성됐다. 돔베는 도마를 이르는 제주 사투리인데 돼지고기를 삶아 덩어리 째 도마 위에 놓고 칼로 썰어내오는 것을 말한다. 돔베고기를 먹을 때, 작은 도마 위에 나올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이는 그리 상관할 바가 못된다. 문제는 어떤 품질의 고기를 얼마나 잘 삶아내느냐가 관건이다. 한점 집어 입에 넣어보니 과연 아주 훌륭한 맛을 낸다. 앞다릿살이지만 전혀 퍽퍽한 느낌이 없고 오히려 부드럽고 고소한 특유의 맛이 살아난다. 어떻게 이토록 부드럽게 삶아낼 수 있을까. 실로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제주 출신 셰프에게 들어보니 삶을 때 묵은 된장을 넣어 잡내를 제거했다고 한다. 토종 흑돼지는 서귀포시 남원읍 길갈에서 무항생제로 사육한 놈으로 공급받는다. 제주신라호텔은 직접 장을 담그는 호텔로 유명하다. 장류 뿐만 아니라 김장도 한다. 씻은 김치와 곁들여 먹는 것은 강한 맛을 싫어하는 제주도 특유의 입맛이다. 제주 사람들은 방어회를 먹을 때 조차 씻은 김치에 싸먹는다. 한접시가 게눈 감추듯 금세 사라져 버렸다. 함께 주문한 흑돼지 양념숯불구이도 맛있다. 식지 말라고 철판에 올려나왔지만, 은은한 숯향이 담뿍 배어있다. 직화로 초벌구이를 한 다음 먹기좋은 크기로 썰어 다시 철판에 올려 익힌 덕이다. 전북 순창에서 가져온 복분자에 재운 덕에 향도 색깔도 먹음직스럽다. 목살에 여러번 칼집을 내 숯향이 섞인 육즙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육도락가'로서 감히 한마디 하자면 제주도 사람들 고기 좀 먹을 줄 안다.
★제주신라호텔 한식당 천지=무항생제 청정 흑돼지를 이용한 흑돼지 보쌈(제주식 삼합)은 직접 담가 1년 이상 묵힌 김치와 울릉도산 명이나물 등과 함께 제공된다. 3만9000원. 흑돼지 양념숯불구이는 목살을 순창 복분자 소스를 2년간 숙성시켜 재워 숯에 구워낸다. 묵힌 된장으로 끓인 찌개와 함께 차려진다. 3만6000원. 문의(064)735-5342 www.shilla.net/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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