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박사 최계경의 육도락 기행]삼겹살의 강남스타일, 산봉화로구이 소삼겹
  • 이우석 기자
  • 입력: 2012.11.07 05:39 / 수정: 2012.11.07 05:39

양념소삼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최계경 AZ쇼핑 회장(왼쪽)과 안재만 산봉화로구이 사장.
양념소삼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최계경 AZ쇼핑 회장(왼쪽)과 안재만 산봉화로구이 사장.

삼겹살에도 '강남스타일'이 있다. 바로 쇠고기 삼겹살이다. 강남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었던 '압구정'에서 10년간 쇠고기 삼겹살(소삼겹)로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집이 있다길래 당장 달려갔다. 상호는 '산봉화로구이'. 압구정동 뒷골목에 단독 2층 목조 외관 건물로 이뤄진 점포는 이미 잘 알려져 있어 쉽게 찾았다. 이럴수가! 대낮인데도 고기를 먹는 손님이 꽤 된다.

테라스 쪽 창가에는 이미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 앉자마자 주문한 메뉴는 당연히 '양념소삼겹살'. 먼저 무생채, 동치미, 채소 등 반찬이 차려졌다. 곧 숯이 담긴 화로가 내려앉더니 석쇠에 얇은 삼겹살을 닮은 쇠고기가 올라탔다. 양지살을 살짝 얼렸다가 얇게 켜내면 대패삼겹살처럼 얇고 쫄깃한 식감을 내는 소 삼겹살이 된다. 화력 좋은 숯불에 고기가 얇아 금세 익는 터라 재빨리 뒤집어야 한다. 달큰한 양념은 전반적으로 젊은 층 입맛에 맞춘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지역 상권의 특성상 젊은 층과 여성의 기호에 맞출 수 밖에 없다. 압구정동은 '밤이 되면 40대 이상은 업주 밖에 없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20~30대 젊은이들이 많이 몰리는 거리이기 때문이다.

쇠고기 양지살을 얇게 켜내면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한 쇠고기 삼겹살이 된다. 돼지에 비해 기름이 적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쇠고기 양지살을 얇게 켜내면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한 쇠고기 삼겹살이 된다. 돼지에 비해 기름이 적어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텔리어 출신이며 현재 부티크 호텔(호텔 더 디자이너스)까지 운영하고 있는 안재만(43)사장은 "달달한 맛을 내면서도 상큼한 맛을 더하기 위해 설탕 대신 사과와 키위 등으로 맛을 낸다"고 말했다. 과연 설탕 특유의 끈적거림이 없고 구워도 딱딱해지지 않는다. 두께가 얇아 미리 숙성을 시키는 대신 내오기 직전 양념을 해, 식감을 유지하는 것이 이 집의 비결이다.

맛이 진한 양지살을 쓰기 때문에 돼지의 삼겹살에 비해 지방이 적어 여성들이 좋아한다. 안 사장은 "새벽 2시까지 영업하는데 저녁에는 젊은 여성들로만 구성된 테이블이 수두룩하다"고 귀띔했다. 갈빗살도 많이 나가는 메뉴다. 보통 이집에 오는 손님 중 여성들은 소삼겹, 남성들은 갈빗살을 선호한다고 한다. 구울수록 고소한 맛을 내는 갈빗살은 두껍게 썰어내 좀더 제대로 육즙을 느낄 수 있다.

깔끔한 맛을 내는 산봉냉면은 특히 고기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더없이 좋다.
깔끔한 맛을 내는 산봉냉면은 특히 고기를 먹은 다음 후식으로 더없이 좋다.

마지막으로 비밀병기가 등장했다. 그 유명한 '산봉냉면'이다. 약 30년 전부터 강남구 대치동 옛 그랜드백화점에서 명성을 날린 산봉냉면은 그야말로 '강남 냉면'이다. 깔끔하면서도 달달한 동치미 육수에, 실처럼 얇은 면을 말아 내오는 산봉냉면은 평양식도 함흥식도 아니다. 서울, 아니 강남식 냉면이라 분류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고구마 전분을 사용해 얇지만 고무줄처럼 강한 탄력을 유지하는 면발이 여성들의 인기를 독차지해왔다. 냉면이 아니라 샐러드나 디저트의 일종이란 느낌마저 든다. 그 냉면이 고기와 만나 기막힌 하모니를 이루면서 산봉화로구이의 강력한 경쟁력이 됐다. 맛이 강한 대신 양은 적당한 쇠고기 삼겹살을 즐긴 후, '갈 때까지 가서' 냉면으로 마무리하는 이른바 '코스식 육도락'. 고기와 밥으로 잔뜩 배를 채우는 전통 방식이 아니라 이것이야말로 '강남 스타일'이 아닐까.

★산봉화로구이=수많은 점포들이 생겨났다 금세 사라지는 압구정동의 정글에서 10년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젊은이들의 고깃집. 여성층이 선호하는 입맛에 편안한 인테리어까지 갖춰 연인들도 즐겨 찾는다. 소 삼겹살은 고기 특유의 기름기가 적어 많이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곁들인 무생채가 입맛을 새록새록 살려줘 가벼운 술자리를 갖기에 좋다. 양념소삼겹 1인분 1만1000원. 산봉냉면 5500원.(02)546-2229.

<축산물쇼핑센터 AZ쇼핑 대표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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