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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보면 해외여행 자율화 이전까지 오랜시간을 한반도에 갖혀서 살아온 탓인지, 일부 한국인은 해외여행과 국내여행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잣대가 무척 다르다. 예를 들어 해외 휴양지에 쉬러갈 때면 일정 내내 그저 리조트에서 쉬고 수영이나 스노클링 등 액티비티를 즐기다 돌아오지만, 국내 대표 휴양지인 제주도를 가면 아침일찍부터 출근이라도 하듯 부지런히 돌아다닌다. 여행기자라도 된 듯 꼭두새벽 일출을 보러 나가고, 별이 총총 박혀야 돌아온다. 모처럼 맞는 휴가에 적지않은 돈까지 써가며 기껏하는 것이 '노동형 여행'이다. 이러니 정작 다녀와선 피곤하다니 해외에서의 휴식이 그립다느니 뒷말을 한다. 숙소나 식사를 정할 때도 마찬가지다. 해외여행지에선 평생 다시는 못올 것처럼 좀더 근사한 곳을 찾아 기분을 내지만 국내에선 아끼고 아낀다. 호텔 바에서의 칵테일은 고사하고 식당 등 기본적인 부대시설을 이용하는데도 퍽 주저한다. 그래서 인근 마트(편의점도 아니다)에서 산 캔맥주와 과자가 든 비닐봉지를 주렁주렁 들고, 또 그게 부끄러워 황급히 로비를 지나 객실에 숨어든다.
어차피 어려운 시간내서 휴가를 즐기는 것이라면 제대로 놀아야 후회가 없다. 제주도 중문 단지의 특급호텔들은 해외 유명호텔에 비교해도 손색없는 휴양리조트다. 제주 신라호텔은 이러한 휴가의 방법을 바꾸기 위해 호텔 내 캠핑과 글램핑, 사계절 즐길 수 있는 야외 수영장 등 새로운 감성의 부대시설을 해마다 내놓고 있다. 올해는 그동안 일만 죽도록 하느라 잃어버린 감성을 채울 수 있는 호텔 내 라운지 시설과 문라이트 스위밍, 야간 프라이빗 비치바 등 세가지 시설을 선보였다. 국내 호텔업계를 선도하는 신라호텔이 뭔가 내놓을 때마다 대한민국의 휴양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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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심하라 '쉴 휴(休)'자 휴가
많게는 한달씩 휴가를 떠나면 유럽인들은 대부분 휴양지에 오면 호텔 밖으로 한발짝도 안나가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럴려면 좋은 햇살과 근사한 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록 열대의 칼날같은 햇살은 아닐지라도 제주도의 노란 가을 햇볕과 중문단지의 시설은 세계적인 명품이다. 이곳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다면 가능한 푹 쉬는 것이 좋다. 제주신라호텔은 리조트 호텔을 표방하기 때문에 서울 도심의 호텔과는 전혀 다른 차별화된 여러 시설을 선보였다. 짧다면 무척 짧은 2박3일 일정의 제주 신라호텔에서의 휴가 중 하루 스케줄을 짜보자면 다음과 같다. 금요일 밤 비행기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도로 데려다 준다. 다음날 아침은 도심 아파트의 출근길 아침과는 다르다. 소리조차 매캐한 출근 모닝콜이 울지 않은 대신 창밖으로부터 밀려드는 맑은 공기와 새소리의 알람 속에서 일어난다. 내려와 간단히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을 한 후, 신선한 제주산 식재료로 차려진 조식을 먹는다. 향긋한 미역국이나 제철 고등어가 주는 부드러운 맛은 자신이 제주도에 와 있음을 다시금 실감할 수 있는 신선한 자극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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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후 식당가에서 바로 이어지는 숨비정원으로 잠시 산책을 나간다. 가로누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눈부신 정원 속 마시는 청량한 공기는 어떤 디저트보다 낫다. 바다를 내려다보며 잠시 앉았다 객실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초등학생 아이는 키즈 아일랜드에서 신나게 놀고 있을테니, 넥타이와 수트 대신 편안한 옷을 골라 입고 새로 문을 연 '라운지S'에서 책을 고른다. 향기로운 차를 마시며 평소 읽고 싶었던 독서를 즐기는 오랜만의 망중한. 코를 골지 않는다면 슬쩍 잠이 들어도 좋다. 아내와 함께 받기로 한 스파 예약시간이 언제인지만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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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직접 준비하는 걸로'.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편안한 글램핑 카바나에서 가족을 위해 두툼한 흑돼지와 스테이크, 랍스터 등 바비큐를 굽는 시간. 오랜만에 '진짜 아빠'가 되는 순간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중문 주상절리 아래 프라이빗 비치는 바람이 불어와도 춥지않다. 만약 이곳에 일하러 왔다면 무척 쌀쌀하게 느꼈을테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향기로운 차를 마시는 여유는 휴가를 떠나온 이만의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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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지 않는 제주의 밤, 그리고 쉼
익숙치않게도 제주의 해는 새파랗게 저문다. 저녁 무렵 잠시 다녀온 새별오름에는 억새가 잔뜩 피어났다. 볼록 솟아난 오름을 뒤덮은 억새밭은 백발 성성히 은빛 가을의 정취를 뽐내고 있다. 단풍이 가을의 관능미를 자랑한다면 억새는 그윽한 원숙미를 내는 장식이다. 석양의 뒷편에 잔뜩 금물이 들대로 든 억새는 바람을 따라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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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그라드는 붉은 태양과 억새는 오랜 친구처럼 잘 어울린다. 멀리 바라보이는 제주 앞바다와 이국적인 말 농원은 제주의 억새밭에서만 볼 수 있는 '황송한 배경'이다.
짤막한 외출을 마치고 다시 돌아와 야외수영장으로 향한다. 밤 바람은 제법 차갑지만 물 안은 품처럼 따뜻하다. 텀벙텀벙 수영을 즐겨도 좋고 그저 자쿠지에 앉아 있기만해도 좋다. 사진만 찍어 놓고 본다면 이곳은 열대의 어느 고급 휴양지. 가을 달빛 아래 야외에서 수영을 즐기는 기분은 적어도 '육지'에서라면 정말 상상하기조차 힘든 즐거움이다. 푸른 하늘은 어느덧 검게 변하고 밝은 별빛이 반짝인다. 아마 빈센트 반 고흐 역시 이같은 하늘을 본 적이 있었으리라. 초롱초롱한 별자리를 찾아보려고 한번 고개를 들면 목이 아플 지경이 되서야 내릴 수 있을 만큼 제주의 밤하늘은 황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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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장구 소리도 잦아들 무렵 짐을 챙겨 객실로 들어간다. 다시 보송보송한 침구 속으로 몸을 숨기는 순간부터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한 잠이 시작된다. 깜빡 잊고 있던 업무며 이달 대출이자 등이 생각날 법도 하지만 단 1초도 머릿속에 머무르지 않는게 신기하다. 하루종일 열어보지 않은 메일이나 카톡 쯤은 아예 생각나지도 않는다.
제주 | 글.사진 이우석기자 demory@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