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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고 슬림한 외형, 그래도 40ℓ 넉넉
지난 주말 모처럼 산행을 다녀왔다. 가까운 관악산을 갔는데, 전날 내린 비로 오랜 가뭄이 해갈되면서 숲이 싱그러워 좋았다. 무엇보다 메말랐던 계곡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우렁찬 소리를 내면서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내려 4시간이 넘는 산행 내내 피곤한 줄 몰랐다. 이번 산행에 동행한 새로운 장비가 잭울프스킨의 '알파인 트레일'(이하 알파인) 배낭이다.
고작(?) 관악산을 오르면서 40ℓ의 중배낭을 메고 다니는 것이 어울리지 않은 것 같아 잠시 고민을 했지만,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데에는 40ℓ 치고는 배낭의 크기가 작아보였기 때문이다. 겉 모양에서 이전까지 사용했던 그레고리 30ℓ 배낭과 크기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 보였지만, 배낭의 구성에 군더더기가 없고, 뚜껑을 열었을 때 품이 넉넉해 수납공간이 훨씬 여유로웠다.
사실 배낭이 작으면 그 안에 물건을 다 넣지 못해 손에 들게 되고, 이럴 경우 균형을 깨트리는 행동으로 많은 에너지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 30ℓ 이상의 넉넉한 배낭이 필요한 이유다. 더구나 내리막길에서 뒤로 넘어질 때 등을 감싸주는 배낭은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부피를 갖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벼운 산행에 큰 배낭은 다소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알파인 배낭은 부피에 비해 크기가 작아보이는 시각적 효과로 인해 이번 관악산 동행이 가능했다.
잭울프스킨의 알파인 배낭은 여름 시즌 배낭여행족을 겨냥해서 출시한 제품이다. 40ℓ의 중배낭이면서도 무게는 1.34㎏의 초경량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실 오래 걷는 트레커에게는 단 1g이라도 가벼운 것이 최고다. 모양도 슬림형이라 큰 배낭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뛰어난 착용감과 통풍성 강점
배낭에서 무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착용감이다. 배낭을 멨을 때 따로 노는 느낌이 들면 산행에 방해가 되기 쉽다. 알파인 배낭은 착용감이 뛰어났다. 편안하게 등에 착 달라붙는 느낌이 좋았다. ACS(Air Comport System) 타이트 시스템을 적용했기 때문에 짐이 흔들리지 않고 등과 밀착되어 몸에 주는 부담을 최소화한 덕이다. 착용감이 좋으면 무게도 덜 무겁게 느껴지는 법이다.
통풍성도 뛰어났다. 강철프레임인 크로스 링크 뒷판구조를 사용해 안정성을 보장하면서, 최적화된 S형 어깨 스트랩과 코어 통풍 구조를 갖춘 허리 벨트 등으로 장시간 메도 답답한 느낌이 덜한 편이다. 걸을 때 착 감기는 듯한 허리벨트와 어깨와 겨드랑이 곡선에 맞추어 설계된 멜빵의 구조도 산행을 편안하게 해주는 요소가 됐다. 다만 멜빵의 경우 어깨에 닿는 부분의 쿠션감이 떨어져 걷는 내내 딱딱하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깔끔한 디자인은 높은 점수를 줄만했다. 밝은 하늘색 배낭이 쉽게 눈에 띄면서도 지루함이 없다. 레인커버에 키후크, 비상용 호루라기까지 갖췄다. 보통 배낭을 메면 긴 끈들이 너저분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이도 고정 클립으로 짧게 정리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넉넉한 공간에 비해 자잘한 부속 수납공간이 부족한 편이고, 40ℓ의 경우 하늘색 한가지 색깔만 출시됐기 때문에 좀더 화려한 색을 원하는 이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점 역시 아쉬웠다.
40ℓ짜리 알파인 배낭의 가격은 21만원. 20만원대의 가격이 솔직히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40ℓ란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다고 할 수 없다. 시중에는 같은 용량에 이보다 비싼 배낭이 수두룩하다.
유인근기자 ink@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