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영화 '통증' 스틸컷 속 정려원(왼쪽) 권상우 |
[김가연 기자] 남순(권상우)은 통증이란 단어를 모른다. 각목으로, 쇠파이프로 맞아서 몸에서 피가 철철 흘러 넘쳐도 이 남자는 눈만 끔뻑거린다. 남순은 자신의 아픈 몸을 방패삼아 매를 맞아 돈을 번다. 교도소에서 만난 형 범노(마동석)와 자해를 하는 것이 일과. 남순은 맞고 또 맞으며 돈을 받아낸다.
그와 반면 피가 나면 멈추기 않아 작은 통증에도 치명적인 여자 동현(정려원)이 있다. 동현은 집에서 자신의 팔뚝에 직접 주사를 꽂아가며 하루하루를 이어간다. 몸은 힘들지 몰라도 그는 아픈 자신을 티내지 않기 위해 언제나 웃는다. 그런 그가 무식한 남순을 만났다. 동현은 어쩐지 남순이 애처롭다.
남순과 동현은 극과 극인 고통을 느끼는 서로에게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세상에 문을 닫고 살았던 남순은 동현의 적극적인 구애에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다. 그러나 우연히 시작된 이들의 만남은 시간이 더할수록 빠져들지만 접합될 수 없는 안타까운 사랑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두 배우의 묘미를 잘 살렸다. 그동안 액션과 멜로를 갈팡질팡하던 권상우는 곽경택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듯 자신의 몸에 맞는 연기를 소화했다. 머리를 짧게 깎은 모습에서 우직하면서도 단순한, 하지만 순수함이 넘치는 남순의 모습이 보인다.
권상우는 은근히 감성멜로와 잘 어울리는 배우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이후 자신을 제대로 알린 작품이 SBS TV '천국의 계단'일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MBC TV '슬픈연가',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등의 작품에서 순수한 남자주인공을 연기해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그의 연기에 한 단계 올라서는 영화가 될 듯 싶다. 남순이 몸에 밴 듯한 자연스러운 연기는 여성관객들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작지만 사연을 머금은 그의 눈빛에 관객들의 눈이 쏠린다. 정려원도 제 역을 다했다. 특유의 발랄함이 돋보인다. 사랑에 한없이 순수한 사랑스러운 동현에 제대로 이입했다.
아쉬운 점은 '통증'이라는 공통점이 이 두 사람을 엮었지만 그 연결고리는 탄탄하지 못하다는 것. 분명 독특한 소재지만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사랑도 더하고 빼는 계산적인 사랑에 익숙해진 이들에게 순수한 사랑의 의미가 전달된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다.
더팩트 연예팀 ssent@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