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두 주인공 매즈 미켈슨(왼쪽)과 아나 무글라리스 |
[김가연 기자] 샤넬의 이야기 중 거의 알려지지 않은 운명의 로맨스를 다룬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배경은 19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13년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매즈 미켈슨)는 프랑스 파리에서 발레 '봄의 제전'을 초연하지만 프랑스 정서와 맞지 않은 공연때문에 관객들의 혹평을 받는다.
하지만 그의 공연을 눈여겨 본 이가 있었으니, 패션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어 가던 샤넬(아나 무글라리스)이다. 그의 작품에 흥미를 느낀 샤넬은 스트라빈스키의 얼굴은 눈에, 이름은 머릿속에 새긴다.
몇년후 러시아 혁명때문에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가족들과 가난하게 지내던 스트라빈스키에게 샤넬은 후원자가 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서 파리 외곽에 있는 자신의 저택에 가족과 함께 머물것을 권하고 이를 받아들인 스트라빈스키는 가족과 함께 샤넬의 집에 거처를 옮긴다.
샤넬과 스트라빈스키는 각가 자신의 일에 열중하지만 서로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눈빛도, 서로에 대한 열정도 뜨거워진다. 그 과정에서 샤넬은 향수 '샤넬 No.5'를 완성하며 스트라빈스키도 시대에 남을만한 작품을 완성해낸다.
![]() |
| ▲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스틸컷 |
영화 초반은 상당히 흥미롭다. 시작부터 눈과 귀를 강하게 끈다. '봄의 제전'이 이끌어내는 발레극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인다. 영화 속 음악과 발레의 앙상블 역시 뛰어나다. 긴장감 넘치는 음악으로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초반을 이끈다.
문제는 이 긴장감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 중간중간 매혹적인 음악과 영상으로 눈을 사로잡지만 샤넬과 스트라빈스키의 전형적인 치정극은 보는 내내 지루하다. 로맨스는 아슬아슬함을 오가며 격정적으로 전개되지만 강하게 끄는 한방이 없다.
영화는 샤넬보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이 눈에 띈다. '샤넬 No.5'를 만들기 위한 샤넬의 노력이 언뜻 비춰지지만 스트라빈스크의 열정에는 부족하다. 샤넬을 기대한 관객이라며 자칫 실망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우니 다행이다. 샤넬을 연기한 아나 무글라리스의 카리스마는 압도적이다. 실제로 샤넬 수석디자이너의 뮤즈로 활동중인 그는 도도하면서도 차갑고, 열정적인 묘한 분위기를 살리며 샤넬을 완성했다.
지난 2009년 제 62회 칸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돼 당시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총 상영시간은 110분, 청소년 관람불가로 오는 25일 개봉한다.
cream0901@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