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씨네] 공포가 공포가 아닌,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 김가연 기자
  • 입력: 2011.06.09 13:33 / 수정: 2011.06.09 16:29

▲ 아이돌의 어두운 단면을 공포로 접근한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사진=영화 스틸컷
▲ 아이돌의 어두운 단면을 공포로 접근한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사진=영화 스틸컷

[김가연 기자] 요즘 연예계는 그야말로 걸그룹 천하다. 10대 소녀들은 무대 뿐 아니라 브라운관, 스크린까지 접수했다. 예쁜 외모와 넘치는 끼로 대중의 마음에 환상을 심어 주는 아이돌. 하지만 그 이면에는 남모를 아픔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감독 김곡·김선)' 는 아이돌의 아픔에 공포를 녹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아이돌과 공포. 다소 뻔한 조합에 상업성이 짙어 보이지만 이 영화는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화이트'는 여느 공포 영화들이 초반부터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괴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거부한다. 오히려 경쾌한 사운드와 현란한 춤사위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은정을 비롯해 최아라, 메이다니, 진세연 등 4명의 소녀들이 등장해 화면을 산뜻하게 만들고 시작한다.

이 소녀들은 영화 속 '핑크돌즈'의 멤버로 등장한다. 어린 동생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리더 은주(은정), 오랜 시간 연습생으로 살아 온 신지(메이다니), 예쁜 얼굴에 집착해 성형 중독자가 된 아랑(최아라) 그리고 제니(진세여연)는 팀을 이루고 최고의 자리를 위해 매진한다.

정상을 꿈꾸며 앨범을 준비하던 중 은주는 우연히 '화이트'란 제목의 비디오테이프를 발견한다. 미 발매된 노래에 매료된 멤버들은 2집 타이틀곡을 '화이트'로 정하고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다. 하지만 그때부터 공포가 시작되고 한 사람씩 죽음의 위협을 느끼게 된다. 이에 은주는 '화이트'에 어떤 저주가 있지 않을까 추적하게 된다.

▲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스틸컷
▲ 영화 '화이트:저주의 멜로디' 스틸컷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볼거리와 사운드다. 아이돌을 주제로 한 만큼 음악과 춤, 화려한 무대가 스크린을 압도한다. 또 신사동호랭이가 작곡한 노래들은 관객의 귀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공포 분위기 조성도 남다르다. 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 듯, 예기치 못한 순간에 나오는 강렬한 사운드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을 섭외해 카메오를 보는 재미도 더했다. '애프터스쿨'은 '핑크돌즈'의 경쟁 그룹으로 등장하며 '2PM' 준호는 '핑크돌즈' 멤버 아랑이 좋아하는 아이돌로 출연한다.

배우들도 캐릭터에 맞게 호연했다. 무엇보다 변정수의 연기가 눈에 띈다. '화이트'로 스크린에 데뷔한 변정수는 냉철한 엔터테인먼트 사장 역을 100% 소화했다. 그동안 브라운관을 통해 차근차근 쌓아 올린 연기력이 이 영화에서 빛을 발한다. 변정수는 도도하고 피도 눈물도 없을 것 같은 악랄한 심성을 마음껏 발산한다.

청순가련형 이미지를 버린 황우슬혜도 시선을 끈다. 펑키한 헤어스타일과 투박한 말투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 준다. 그의 변신이 극 초반에는 다소 어색하지만 후반부터 자연스러워지기에 보는 내내 큰 불편은 없다.

영화는 정점으로 향할수록 '화이트'에 얽힌 저주를 푸는 데 집중하며 점점 공포물 본연의 자세를 잡는다. 하지만 공포적 서사가 빈약하다는 게 문제다. 멤버들을 조여오는 공포감을 관객들이 느끼기 어렵다. 106분 내내 제법 있을 법한 연예계의 어두운 단면을 들춰 냈기 때문일까. 영화는 공포스럽기보다는 안쓰러움에 가깝다.

메시지는 뚜렷했지만 여운이 남는 강력한 오싹한 맛이 없었던 이 영화. 오히려 그룹 내 메인이 되기 위해 경쟁하고, 스폰서가 오가는 가요계의 단면을 보여 주는 데 충실했던 것 같다.
cream0901@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