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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 스틸 컷 |
[김가연 기자]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을 모티브로 한 영화들이 차례로 선보이고 있다. 한국 영화 '위험한 상견례'에서 외화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까지 국적도, 장르도 다양하다. 포인트도 다르다. 2011년판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보다는 희극에 가깝다.
'티아라' 지연(18)과 '엠블랙' 이준(23)이 더빙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된 3D 애니메이션 '노미오와 줄리엣(감독 켈리 애스버리)'은 전작 패러디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3등신 정원 인형들이 펼치는 어메이징한 로맨스는 어린 관객 뿐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성인 관객까지 사로잡는다.
플롯은 단순하다.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파란 모자를 쓴 블루가와 빨간 모자를 쓴 레드가는 만나기만 하면 싸운다. 앙숙이다. 하지만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명제가 통했을까. 레드가 수장의 딸 줄리엣과 블루가 우두머리의 아들 노미오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생사를 걸고 울타리도 뛰어넘는 인형들의 사랑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러닝타임 86분 동안 웃음과 재미로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주인공들은 생김새부터 남다르다. 깨지기 쉬운 점토 인형인 이들의 평균 신장은 엄지손가락 정도. 8등신은 고사하고 3등신 밖에 되지 않는 주인공들은 애니메이션 '스머프'나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 속 난장이와 매우 흡사하면서도 각양각색의 표정이 눈에 띄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등장 인물도 모두 독특하다. 줄리엣의 유모로 출연하는 개구리 '나네트(목소리 연기 정주리, 25)'나 변태 인형, 줄리엣 스토커 인형 등 화려한 캐릭터로 볼거리를 가득 채웠다. 이들은 움직임은 매우 입체적이며 정교하다. 입 모양과 눈가의 떨림 하나도 확실하게 잡아 냈다. 더불어 3D 애니메이션이 선사하는 배경은 강렬하면서도 환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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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D 애니메이션 영화 '노미오와 줄리엣' 스틸 컷 |
레드가와 블루가의 액션 신은 영화의 백미다. 스펙타클한 몸놀림과 빠른 비트의 음악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여기에 간간히 코믹요소를 더해 관객들의 배꼽을 흔들어 놓는다.
극은 정점을 향해 갈수록 블루가와 레드가의 싸움에 집중한다. 이들의 로맨스를 알게 된 인형들의 거침없는 난투극이 이어지는 것. 존재의 상징인 모자가 잘려 나가면 이들은 좌절한다. 본질이 사기인지라 자칫 넘어지면 존재 자체가 사라질 위험성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은 가문의 비극을 막고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다툼을 벌인다.
이들의 전쟁에 가장 필요한 무기는 단연 잔디 깎기 기계다. 인형들의 '힘의 상징'이기도 하면서 적을 무찌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렇기에 인형들은 가장 파워풀한 잔디 깎기 기계를 잡기 위해 분투한다. 최강 잔디 깎기 '테라퍼미네이터'를 사수하기 위해 벌이는 노력은 '터미네이터'를 연상시키며 관객의 웃음을 유발한다.
영화 중간 노미오와 셰익스피어의 만남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불의의 사고로 집을 떠나 공원에 오게 된 노미오는 셰익스피어 동상을 만난다. 셰익스피어는 당차게도 '로미오와 줄리엣'의 비극적 결말에 딴지를 걸며 노미오에게 사랑을 지킬 것을 다짐시킨다. 고전과 재창조의 만남은 관객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더빙 연기에 도전한 '연기돌' 지연과 이준, 두 번째 목소리 연기에 도전한 정주리의 모습도 다채롭다. 27년 간의 '남자 꼬시기' 내공을 목소리에 모두 담았다는 정주리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실제로 로맨스가 전개된다면 팬들에게 꽤나 질타 받았을 것만 같은 이준과 지연의 목소리 커플 연기도 풋풋하다. 영화 마지막까지 이들은 스크린을 상큼 발랄하게 이끈다.
인형 노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점토 인형들은 그토록 원하던 슈퍼 파워레인저급 잔디 깎기 '테라퍼미네이터'도 얻을 수 있을까. 86분의 러닝타임이 지루하지 않은 이들의 판타지는 오는 14일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