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보현기자] 기대만큼의 반응이었다.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의 호연이 시청자를 압도했다. 동시간대 경쟁 드라마를 긴장하게 할 만 했다. 수목 드라마의 오랜 부진을 씻겨 줄 기대해도 좋을 화려한 등장이었다.
SBS-TV '대물'이 수목 드라마 전쟁에 뛰어 들었다. 지난 6일 첫 방송된 '대물'은 시작부터 수목극 왕좌로 떠올랐다. '대물' 첫 방송 시청률은 18.0%(이하 AGB 닐슨미디어리서치 전국기준)로 동시간대 공동 1위를 기록, 기분좋은 출발을 했다.
리얼리티 드라마 탄생을 기대할 만 했다. 사회적인 문제를 주 된 에피소드로 삼아 현실성에 무게를 담았다. 공감대를 형성했고, 몰입도를 높였다. 배우들의 호연이 극의 리얼리티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투박한 연출이 아쉬웠다. 시간순으로만 진행된 편집으로 긴장감은 1/2로 떨어졌고, 엉성한 CG는 시청자의 실소를 자아냈다. 스토리의 감칠맛을 살리기에는 2% 부족했다.
'대물' 첫 방송. 과연 수목극의 큰 물건이 되기 위한 신호탄은 터졌을까. '대물'에 기대할 만한 점과 우려되는 점을 짚어봤다.

◆ 기대 하나. 리얼리티 드라마 탄생
'대물'은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은 기대작이었다. 정치와 드라마의 조화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물'은 정치 드라마로 손색없었다. 순도 높은 리얼리티로 드라마의 흡인력을 높였고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대물' 1회는 현실감있는 에피소드로 무장했다. 한국인 피랍, 대통령 탄핵,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등 일련의 정치·사회 문제를 꼬집었다. 비교적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 현실을 꼬집는 동시에 시청자의 공감을 사고 이해를 돕기 위한 설정이었다.
그렇다고 드라마 장르에 소홀한 것은 아니었다. '대물'은 드라마틱한 요소를 곳곳에 심었다. 주로 판타지를 자극할 만한 캐릭터가 돋보였다. 일례로 해군 잠수함을 구조하기 위해 한국의 대통령이 중국 주석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장면은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앞으로 '대물'은 현실과 판타지의 조화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예정이다. 특히 특정한 정치색을 띄지 않도록 중점을 두고 있다. '대물' 오종록 PD는 "현실 정치와는 무관한 하나의 드라마로 봐주길 바란다"며 "드라마 안에 정치를 어떻게 버무릴지 계속 고민 중이다"라고 말했다.

◆ 기대 둘. 배우들의 호연
'대물'의 가장 큰 재미는 캐릭터다. 기존의 이미지를 뒤엎는 대통령과 검사는 '대물'이 기대를 모았던 이유 중 하나. 첫 방송에서 주요 배우들은 대체적으로 캐릭터의 묘미를 능수능란하게 표현했다. 캐릭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보여 몰입도를 높였다.
누구보다 고현정은 드라마 주인공으로 부족하지 않은 존재감을 보였다. 혼자서도 극을 무리없이 리드했다. 연기는 합격점을 받았다. 안정된 연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200% 살렸다는 것. 카리스마있는 표정과 말투는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에 힘을 실기 충분했다.
권상우의 코믹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고질적인 부정확한 발음은 여전히 문제였지만, 캐릭터에 동화된 모습이었다. 제 몸에 맞는 코믹 연기를 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었다. 특히 임현식과의 코믹 앙상블은 전반적으로 무거운 드라마 분위기를 반전시킬 만큼 흥미로웠다.

◆ 기대거리 셋. 빠른 전개
안방극장도 스피드 전쟁시대다. 빠른 속도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 잡는 것이 강점이 됐다. 속도면에서 '대물'은 여느 드라마에 빠지지 않았다. 빠른 전개로 시청자를 압도했다. 순식간에 60분이 지나갔다는 관전평이 대다수였다.
'대물'은 시대를 넘나들며 빠른 전개를 선보였다. 1회에서 극 중 고현정과 권상우 캐릭터를 완벽히 설명했다. 7일 방송되는 2회에는 차인표와 이수경의 캐릭터가 조명받을 예정. 3회 안에 본격적인 스토리를 기대해도 좋을 만한 빠른 스피드다.
'대물' 제작진은 "초반에는 캐릭터 성향과 각 인물들의 관계를 압축해 보여주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본격적인 스토리에 진입하면 재미가 2배가 될 것"이라며 "회를 거듭할 수록 스피드에 가속도가 붙어 집중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 우려거리 하나. 식상한 연출
대박 요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우려되는 점도 있었다. 특히 드라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투박한 연출이 아쉬웠다.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에는 2% 부족했다. 결국 드라마의 장점을 100% 끌어 당기지 못했다. 스토리와 시너지 효과는 볼 수 없었다.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배우들의 연기도 주목할 만 했다. 그러나 연출에서 재미가 반으로 줄었다. 밋밋한 구성과 식상한 편집으로 긴장감이 떨어진 것. 드라마 스케일에 비해 소극적인 연출이었다. 오종록 PD의 전작 '피아노' 속 섬세한 연출을 기대했던 시청자는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의외의 곳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엉성한 CG는 옥에 티였다. CG로 처리한 대통령 전용기가 빠르게 날아가는 장면이나 침수 위기의 잠수함의 내부가 감탄 대신 실소를 자아낸 것. 매끄럽지 못한 CG로 몰입이 방해된다는 시청자 의견이 대다수였다.

◆ 우려거리 둘. '도망자'와 맞대결
외적인 요소도 신경써야할 점이다. '대물'이 수목 드라마의 물건이 되기 위해서는 KBS-2TV '도망자'를 잡아야 한다. '도망자'는 '추노'의 곽정환 PD와 천성일 작가가 또 다시 손을 잡았고, 비와 이나영 등 톱스타가 총출동한 드라마. 마니아가 형성돼 있는 만큼 그에 맞설 전략이 필요하다.
'도망자'는 감각적인 드라마다. 세련된 연출력과 스토리기 기본 전제다. 여기에 해외 로케이션 촬영과 영화 못지 않은 화려한 CG로 쉴새 없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블록버스터급 스케일과 화려한 영상으로 초반 시청자의 눈길 사로잡기에 몰두 중이다.
그에 비해 '대물'은 볼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을 만한 재미 요소가 없다. 스토리로 승부할 수 밖에 없는 셈. 문제는 스토리만으로는 단기 승부를 보기 힘들다는 것. 초반 점수가 향후를 판가름하는 만큼 시청자의 눈길을 끌 만한 볼거리를 제공할 여지를 남겨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