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친' 비 vs '고개숙인' 권상우…물의에 대처하는 자세
  • 서보현 기자
  • 입력: 2010.09.29 20:41 / 수정: 2010.09.29 20:41

[ 서보현기자] 권상우가 고개를 숙였다. 29일에 열린 SBS-TV '대물' 제작발표회에서 반성의 뜻을 전달한 것. 지난 6월 사고 후 미조치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공개 사과였다.

딱 하루 전인 28일에는 전혀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KBS-2TV '도망자 플랜 B'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비는 입을 닫았다. 배임 의혹 등 각종 구설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시종일관 업(UP)된 모습을 보였다.

의혹이 일어난 후 첫 공식석상. 권상우는 뺑소니 의혹에 잘못을 인정하며 고개를 숙였다. 반면 비는 먹튀 논란을 묵인했다. 해명하기는 커녕 의혹 자체가 일어나지 못하게 원천봉쇄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엇갈린 태도만큼 대중의 시선도 상반됐다. 먼저 비는 여전히 비난 여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당하지 못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권상우는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었지만 용기있는 태도였다는 점은 인정받았다.

물의에 대처하는 권상우와 비의 상반된 자세를 살펴봤다.

◆ 고개 숙인 권상우

사건 발생 후 가진 첫 공식 활동. 이날 권상우는 시종일관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우선 제작발표회에 앞서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했다. 드라마 제작진과 동료 연기자, 그리고 팬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시간을 가진 것.

제작발표회 내내 긴장한 모습도 역력했다. "일련에 있었던 사고로 피해를 입히고 인사를 드리게 돼 죄송하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단어 선택에도 신중한 모습이었다. 평소 당당했던 모습 대신 굳은 표정으로 위축된 심정을 대변했다.

사건에 대한 질문도 피하지는 않았다. 권상우는 "내 잘못으로 생긴 일이기 때문에 말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며 "촬영 현장에서 그 어떤 스태프와 연기자와 마주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사건 이후 커진 비난 여론에 대해서는 겸허하게 받아 들였다. 권상우는 "연기자이기 때문에 매를 맞든 칭찬을 받든 작품에서 보여줘야 할 것 같다"며 "최대한 열심히 해서 좋은 연기로 내 마음을 보여드리는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도망친 비

반면 비는 정반대 태도를 보였다. 일단 질문 자체를 원천봉쇄했다. 미리 예정돼 있던 사회자의 질문 이외에 단 1개의 질문을 선별해 받은 것이 전부였다. 또 다른 질문은 차단했다. '시간 관계상' 더 이상의 인터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먹튀 논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제작발표회에서 비는 액션 연기, 흥행 여부, 출연 이유에 대해서만 간략히 설명했다. 이미 보도자료 등을 통해 알려진 내용과 다를 것이 없는 수준이었다.

과장된 표정과 상기된 말투도 보였다. 자신을 둘러 싼 구설수와 비난 여론에 전혀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심지어 출연진들에게 먼저 장난을 치는 여유도 부렸다. 이나영이 이상형 질문을 받자 의자에 팔을 걸치고 눈을 마주치는 등 익살을 부렸다.

당당함도 잃지 않았다. 본인이 드라마의 주역이라는 점도 강하게 어필했다. 비는 "최근 곽정환 PD가 토정비결을 봤는데 이번에 정 씨에게 많은 도움을 받는다고 하더라. 내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권상우 vs 비, 상반된 자세

권상우와 비가 처한 상황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우선 권상우는 법적인 문제를 저질렀다. 형사상의 처벌도 받았다. 반면 비는 도덕적인 문제다. 배임 의혹에 먹튀 논란만 있을 뿐이다. 비에게 법적인 잘못을 탓하거나 책임을 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권상우는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의 뜻을 전했다. 물론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행동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 연예계에는 그런 최소한의 사과 조차 하지 않는 스타가 더 많다는 것. 이에 자세를 낮추고 잘못을 인정하며 정면돌파한 그의 행동이 돋보이는 것이다.

반대로 비는 각종 의혹에서 도망치기에 바빴다.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막는 이중적인 행동도 보였다. 의혹을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논란을 외면하려는 의지가 더 커 보였다. 때문에 스스로 '도망자'라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도 없었다.

비는 스타다. 동시에 모범을 보여야 하는 공인이다. 법적인 잘잘못을 떠나 비가 물의를 일으키고 대중에게 실망을 안긴 것은 틀림없다. 믿었던 팬들에게는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하지 않았을까. 해명할 시간이 부족했던 건 절대 아니었다.

<글=서보현기자, 사진=이승훈·송지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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