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반복·단순·반복"…대중가요, 3년째 '심플' 중

  • 나지연 기자
  • 입력: 2010.02.09 13:37 / 수정: 2010.02.09 17:53

▶ "가요계, 3년째 반복되는 흥행공식"…대중성과 다양성의 딜레마

[ 나지연기자] 요즘도 계속되는 가요계 트렌드를 설명한다면? '심플 이즈 베스트'다. 가사나 안무, 음악 스타일이 '단순'과 '반복'으로 버무려져 단순한게 흥행의 미덕이 됐다. 후크송의 인기와 아이돌 열풍을 떠올리면 더 쉽게 파악된다.

이런 경향은 지난 3년간 지속돼 왔다. 특정 후렴구가 반복되는 음악과 가사,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안무가 무대를 장악했다. 서로의 곡의 바꿔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가수 각각의 개성을 중시하기보다 철저히 유행을 따른 결과다.

가요의 심플화는 하나의 대박 포인트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획일화돼 다양성을 잃었다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장에서 찍어낸 듯 똑같은 틀의 음악들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침체된 가요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최근 가요계에 불고있는 흥행공식인 심플화 바람을 살펴봤다. 유행은 선도했지만 음악 선택의 폭은 좁아졌다.

◆ 단순한 가사·반복되는 안무

지난 2007년 원더걸스 '텔미(Tell me)'가 전국민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반복되는 후렴구와 단순한 안무가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은 비결이었다. 이후 텔미효과를 학습한 가요계는 가사와 안무의 심플화 작업에 박차를 가했고, 후크송 열풍으로 이어졌다.

먼저 가사의 경우 입에 붙기 쉬운 단어가 무한반복되고 있다. '쏘리쏘리쏘리쏘리', '오~오오오 오빠를 사랑해', '보핍보핍보핍보핍' 등 특정 단어나 감탄사가 후렴구에 계속 이어진다. 이런 반복학습은 한 번만 들어도 쉽게 기억되고, 따라 부르기도 수월하게 만든다.

춤 역시 마찬가지다. 손이나 엉덩이, 다리 등 특정 부위가 강조된 포인트 안무가 유행이다. 과거엔 어려운 동작의 군무 스타일 춤이 많았다면 최근엔 '엉덩이춤', '시건방춤' 등 쉬운 안무가 대세다. 안무가 대중화가 곧 곡의 성패를 결정할 정도가 됐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적다보니 반응이 오는 곡들을 보고 신곡도 쏠려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후크송 같은 음악으로)히트 패턴이 고정되어 있다보니 음악들이 단순화됐다"고 분석했다.

◆ 가요계, 심플에 빠진 까닭?

3년째 단순반복에 빠진 가요계. 대부분의 가요 관계자들은 심플화의 이유로 극심한 불황을 꼽고 있다. 음악 시장의 수익모델이 앨범 판매에서 음원 수익으로 바뀌자 벨소리 다운로드에 용이한 30초 반복에 전념한 것. 돈이 되는 음악 만들기에 나선 셈이다.

이는 후크송 대세론을 가져온 계기가 됐다. 변화나 실험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곡을 선보이는 대신 시장성이 확인된 곡들을 선보여 위험 부담을 줄이고 있다. 또한 빨라진 소비 패턴도 쇠놰형 음악인 후크송을 부추겼다.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안무도 마찬가지였다. '텔미춤', '게다리춤', '엉덩이춤' 등 유행안무가 앨범의 인기를 견인하자 너도나도 포인트 춤 만들기에 집중했다. 그러다보니 가수 본인의 실력이나 분위기와 상관없이 대중들이 선호하는 안무가 창작됐고, 동작이 심플해지기 시작했다.

댄스팀 '야마' 김용현 팀장은 "텔미춤 열풍 이후로 제작자들이 신곡을 들고 오면서 아예 포인트 춤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한다"면서 "이후부터 안무가들 사이에선 가수다우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춤을 만들어야 한다는 공식이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 심플의 두 얼굴…가요계는 축소된다

문제는 '심플'이라는 가요계 트렌드가 대중 음악 시장을 축소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는 점이다. 반복되는 음악, 단순한 안무가 주를 이루면서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어들었다는 것. 모든 기획사들이 유행공식에만 충실하다보니 골라듣는 재미는 사라졌다.

실제 후크송이 열풍을 이룬 지난 3년간 가요계는 아이돌 일색으로 변모됐다. 걸그룹과 보이그룹이 차례로 두각을 나타내며 시장을 독식했다. 음원 사이트 순위 역시 후크송이 도배하다시피했다. 장르별로 음악을 듣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게 돼버렸다.

가수 개개인의 개성도 사라진지 오래다. 소녀시대의 신곡 '오(oh)'를 원더걸스가 불러도 전혀 무리가 없다. 결국 음악이나 안무를 통해서는 어떤 가수가 어떤 가수인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뚜렷한 색이 없으니 그만큼 대중이 질릴 가능성도 높다.

위프 엔터테인먼트 안대용 씨는 "벨소리나 컬러링조차 돈이 되는 음악이 아니면 제작되지 않는다. 결국 있는 것 중에 음악을 선택해야하니 시장이 유행만 따르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자유롭게 활성화 할 수 있는 음악 시장이 형성돼야 가수가 음악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진정한 가요계가 만들어 질 것이다"라고 그 해법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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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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