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출신? 과거는 문제없어"…마이너 배우, 드라마 뚫고 하이킥
  • 나지연 기자
  • 입력: 2009.10.30 14:57 / 수정: 2009.10.30 15:31

[ 나지연기자] "오디션을 볼 때마다 재연배우 경력 때문에 캐스팅을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캐스팅 되더라도 내 경력을 뒤늦게 알고 출연 직전 취소시킨 경우도 있었죠"

과거부터 방송사 드라마국에 박혀있는 뿌리깊은 선입견 2가지가 있었다. 재연 배우는 결코 정극 배우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첫번째. 케이블 배우는 공중파에 출연하기 어렵다는 고정관념이 두번째다. 실제로 이들을 인터뷰 해보면 보이지 않은 선입견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 이같은 선입견은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의 옛 이야기가 됐다. 배우들의 출신을 따져 진골 성골을 나누지 않게된 것. 연기만 잘하면 양쪽 분야를 넘나들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른바 '마이너 연기자'로 불리던 재연 배우들이 공중파 정극에 잇따라 출연하며 '메이저 배우'로 재도약하고 있다.

재연 프로그램이나 케이블 드라마에 주로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던 재연 배우들의 성공사례를 짚어봤다. 지상파 드라마에 캐스팅 되는 과정과 이들이 쏟은 남다른 노력도 엿봤다.

◆ 메이저 진출 사례
마이너 배우들의 반란이 심상치 않다. 최근 드라마 속 활약을 보면 '재연배우', '케이블 전문배우'라는 말은 의미가 없어진 듯 하다. 실제 이 분야에서 주로 활동했던 탤런트들은 지상파 드라마의 주요 배역을 꿰차며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이전 이미지는 떠오르지 않을 정도.

대표적인 스타는 김희정을 꼽을 수 있다. 김희정은 주로 '사랑과 전쟁'에 출연하며 마이너 배우로 분류됐다. 그러던 중 지난 2007년 SBS-TV '조강지처 클럽'에서 모지란 역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MBC-TV '태희혜교지현이'와 KBS-2TV '수상한 삼형제'에 주연으로 출연하며 성장했다.

tvN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에서 철없는 대학생 김혁규 역으로 열연한 고세원도 마찬가지다. 고세원은 '케이블 전문배우'라는 이미지를 벗고 지상파 드라마 조연 자리를 꿰찼다. 바로 KBS-2TV 드라마 '수상한 삼형제'에서 자신의 실리만 쫓는 검사 왕재수 역으로 대중에 얼굴을 알린 것.

이외에도 '사랑과 전쟁'에서 주로 불륜녀 역을 맡으며 시청자의 눈에 각인됐던 민지영은 KBS-2TV '전설의 고향-기방괴담'편에 등장하며 점차 비중있는 역을 맡고 있다. '사랑과 전쟁' , '막돼먹은 영애씨'의 김예령은 영화 '날아라 펭귄', '엄마의 휴가'에 주조연으로 등장하며 영역을 넓혔다.

◆ 캐스팅 과정

'재연배우', '케이블 전문배우'들이 메이저로 진출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드라마의 작가나 제작자들이 이들이 출연한 작품을 눈여겨 봤다가 직접 출연 제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이너 배우'라는 인식을 뒤엎을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 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한 예로 고세원의 경우 '수상한 삼형제' 문영남 작가가 '막돼먹은 영애씨'를 눈여겨보고 있다가 추천해 캐스팅된 경우다. 문영남 작가는 드라마 속 고세원의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 후 '수상한 삼형제' 드라마 제작진에게 직접 고세원의 캐스팅을 제안했다.

하지만 작가의 추천이 다는 아니다. 제작진들의 '오케이' 사인이 있어야 한다. 고세원의 경우는 제작진과의 미팅에서 그 역량을 잘 발휘한 경우다. 이미 전작에서 볼 수 있던 연기 실력은 물론 안정된 발성법과 깔끔하고 남자다운 이미지를 발휘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수상한 삼형제' 김철민 PD는 "작가의 추천을 받고 고세원을 직접 만났는데 KBS 공채 출신이고, 그동안 탄탄히 쌓아온 연기력이 있어 캐스팅이 가능했다"면서 "물론 케이블 전문 배우라는 이미지도 있었지만 연기에 대한 믿음이 더 커서 부담은 없었다"며 캐스팅 과정을 밝혔다.

◆ 그들의 숨은 노력

마이너 배우들이 메이저 무대로 진출할 수 있었던 건 운좋은 캐스팅 때문은 아니었다. 어떤 환경도 마다하지 않고 꾸준히 연기 열정을 이어왔기에 기회도 잡을 수 있었던 것. 실제 이들은 동료 배우나 제작자들의 선입견 시선보다 연기 그 자체를 중시했기에 발전할 수 있었다.

알고보면 이들 대부분은 공채 탤런트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김희정이나 고세원, 민지영이 그렇다. 그래도 기회는 쉽게 오지 않았다. 단역과 조연을 전전해야 했던 것. 고난의 시간이 계속되면서 주변엔 포기하는 사람도 늘어갔다. 하지만 이들은 결코 연기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예로 지난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희정을 들 수 있다. 김희정은 10년이나 연기를 했음에도 '사랑과 전쟁' 캐스팅에 응했다. 주변 동료들은 '이거 하면 드라마 끊긴다"며 말렸지만 그녀는 어떤 드라마라도 소화해야 실력을 쌓을 수 있다며 과감히 도전했다.

실제로 김희정은 "배우는 늘 변화하고 달라져야 한다. 그것만 생각하고 사람들의 시선은 의식하지 않았더니 이만큼 올 수 있었다"라며 "17년간 정말 한길만 보며 달려왔는데 지금도 연기는 나에게 있어 영원한 숙제"라며 누구 못지 않았던 자신의 노력을 설명했다.

◆ 색안경, 헤쳐가야 할 문제

마이너 배우들은 이제 메이저로 성장하며 연기 인생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연예계에 아직까지 이들에 대한 색안경이 남아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재연배우', '케이블 배우' 캐스팅을 꺼리는 분위기가 아직 남아있기 때문.

한 드라마 관계자는 "캐스팅을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요소는 연기력이다. 하지만 배우의 네임밸류와 파급효과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재연배우나 케이블 전문 배우는 아직까지 B급이라는 인식이 강해 캐스팅시 망설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차별대우에 대해 설명했다.

재연배우 여재구가 자살한 이후 동료배우였던 이두경 역시 "주위에선 재연배우나 단역배우로 활약하는 사람들은 한 단계 낮은 배우로 치부한다"고 토로하면서 현실적으로 이들이 기획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고정배역을 맡기 어려운 문제들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래도 절망보단 희망이 더 크다. 이런 연예 관계자들의 우려와 달리 메이저로 올라선 마이너 배우들의 활약이 출중하기 때문. 이들의 연기에 보내는 시청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색안경과 선입견에 맞설 가장 큰 무기다. 마이너 배우들의 반란은 이제 시작됐다. 그들의 메이저 평정을 할 날도 이제 머지 않았다.
< 사진 = 이승훈기자·드라마 홈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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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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