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지혜·서보현기자] 드라마 '친구-우리들의 전설'이 만들어지기로 했을 때 사람들은 "영화 '친구'와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터 품었다. 곽경택 감독의 자기 복제작이 되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우려는 어느 정도 현실로 드러났다. 드라마로 만들어진 '친구'는 영화의 스토리는 물론 대사와 촬영 장소까지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영화에서 주요 장면이었던 것은 드라마에서도 똑같이 비중있게 다뤄졌고 카메라 구도도 이를 따라갔다. 심지어 똑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출연진도 있었다.
결국 곽경택 감독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800만 이상이 본 장면을 또 다시 되풀이 한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곳곳에 존재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는 '껄껄' 웃을 뿐, 자기복제 논란에 대해 개의치 않아하는 듯 했다.
곽 감독은 "영화와 비슷하게 간 것은 그것이 최고의 베스트컷이었기 때문"이라면서 "하지만 드라마 '친구'는 영화와 다른 것이 분명 존재한다. 영화에서는 하지 않았던 것을 드라마에서 모두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있는 모습을 보였다.
곽경택 감독이 자기복제 논란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 드라마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들에 대해 들어봤다.

◆ "드라마 '친구'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들"
▶ 이야기도 이야기지만 현장 환경 또한 영화와는 판이하게 달랐을 터다. 곽감독은 이러한 어려움을 예상했던 터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100% 사전 제작을 주장했다. 제작비 78억 원도 미리 조달했기에 약 6개월에 거쳐 20부작을 모두 완성할 수 있었다.
"사전 제작을 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촬영 여건 면에서는 편하지 않았냐고들 하세요. 물론 좋은 점들이 많았죠. 쪽대본, 초촬영은 면할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사전 제작이기 때문에 욕심은 더 내게 되더군요. 다시 찍을 수 없으니까.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강행군의 연속이었죠. 보통 영화 찍을 때는 하루 14시간, 4~5일에 한 번씩은 꼭 쉰다는 원칙을 지켰었는데 드라마는 하루 15시간을 넘기며 촬영하기 일쑤였고 6~7일 연속으로 촬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어요. 배우들하고 스태프들 고생 많이 시켰답니다."
▶ 드라마 '친구' 역시 곽 감독이 직접 극본을 썼다. 2시간 안에 모든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영화와 20부작이라는 긴 호흡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 드라마는 많은 차이가 있다. 시나리오와 극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0년 전 영화 '친구'의 시나리오는 8고까지 쓴 산고 끝에 나온 작품이었습니다. 영화는 한 신 당 3분을 넘기지 않아야 했고 이야기를 집약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내용을 줄였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는 길이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작가 입장에서 봤을 때 그 부분에서는 드라마가 영화보다 좀 더 자유로운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의 관계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고 싶었어요. 결말의 경우에도 영화는 열린 결말을 선택했지만 드라마는 다르게 갔습니다. 영화에서는 준석이가 동수의 죽음을 지켜보는데 드라마에서는 죽어가는 동수에게 뛰어가죠. '동수가 왜 죽었을까'라는 책임을 주기 위해서였어요. 아무래도 그게 엔딩신이 될 것 같네요."

▶ 드라마 '친구'는 초반부터 영화 '친구'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똑같이 재연돼 눈길을 끌었다. 배우만 달라졌을 뿐 똑같은 장면을 똑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들도 많다. 이는 어떻게 보면 자기 복제라고도 할 수 있어서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도 컸을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영화에서 찍었던 장면을 똑같이 재연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 의심도 했었어요. 하지만 촬영감독과 이야기를 한 것이 그때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민 끝에 찾았던 장소, 찍었던 장면들인가 생각을 해보니 더 이상의 베스트는 없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결국 10년 만에 영화를 찍었던 그 장소들을 다시 찾았어요. 격세지감을 느꼈습니다. 영도 대교나 대변항 방파제 같은 영화의 주요 장소들은 완전히 달라졌더군요. 그래서 다른 곳을 찾아서 찍었습니다."
▶ 영화와 같은 점이 있는가 하면 달라진 점도 있다. 지금까지 곽경택 감독은 남성중심의 영화를 많이 만들어왔고 멜로도 깊게 다루지 않았다. 그런데 드라마 '친구'는 다르다. 진숙의 캐릭터가 영화에 비해 비중 있게 그려지고 있고 그를 둘러싼 멜로가 눈에 띈다. '친구'의 멜로버전은 어떤 느낌으로 그려질까.
"영화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멜로를 좀 더 강화했다는 거겠죠. 드라마를 만든다고 하니까 주위에서 가장 먼저 이야기 한 것이 '드라마는 무조건 멜로야. 멜로가 있어야 돼'라고 하더군요. 시나리오 작업할 때부터 멜로라인을 구축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진숙이를 둘러싼 준석, 동수, 상택 세 남자의 멜로 라인을 보다 뚜렷이 했죠. 또 영화에서 암시만 했던 중호와 성애의 사랑 이야기도 양념처럼 추가했어요. 근데 우리가 그리는 러브 스토리는 신세대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옛날 향수를 자극하는 그런 멜로라 중장년층 시청자들도 재밌게 볼 수 있을 겁니다."

◆ "도약 꿈꾸는 '친구', 아시아 시장도 노린다"
▶ '친구'가 화제가 됐던 것이 엄청난 금액(제작비의 2/3)에 일본에 선판매 됐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더 환영받는 느낌이다. 그동안 뜸했던 드라마 한류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 '친구'가 이렇게 큰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에서는 제 이름과 '친구'라는 콘텐츠, 그리고 현빈 등 한류스타로 도약하고 있는 스타들의 가능성만 믿고 큰돈을 투자한 겁니다. 최근 한국 드라마들의 수출단가가 급격히 떨어진 상황에서 저희로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것이죠.
올 겨울이나 내년 초쯤 일본에 방송될 것 같은데 어떤 반응을 얻을지 저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촬영 전부터 해외 방영을 염두해두고 많이 신경을 쓴 만큼 좋은 반응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 해외판의 수위는 국내 공중파 방영본 보다 높다고 들었다. 듣기로는 촬영 당시 칼, 몽둥이 등 버전을 다르게 해서 찍기도 했다고 들었다. 어떤 점들이 달라지는지 궁금하다. 혹시 줄거리나 대사나 특정 장면, 결말 등에서도 달라지는 것이 있을 것 같다.
"해외 수출을 고려해 특정 장면은 국내판과 해외판을 다르게 해서 찍었습니다. 국내 공중파본의 경우 칼은 몽둥이로, 몽둥이는 각목으로 바꿔찍었다면 해외판은 영화와 가장 유사하게 촬영했죠.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 줄거리나 대사, 결말 등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편집의 경우 해외판은 다시 조금 더 수정 보완할 예정이고요."
영화감독이 흥행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고 드라마 감독이 시청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곽 감독은 말로는 죽는 소리를 해도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그 이유는 평가와 상관없이 내용물에 만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6개월간의 강행군을 마친 곽경택 감독은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매주 주말 밤을 기다리고 있다. 부산의 촬영 현장에서 '액션" 소리를 외치던 기억을 떠올리며 결과물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사진=이승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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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기자들이 풀어 놓는 취재후기 = http://press.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