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스페셜영상인터뷰] '갈갈이' 박준형, ‘개콘 맏형'의 웃음 공식

  • 강일홍 기자
  • 입력: 2026.10.21 16:01 / 수정: 2026.10.21 16:43
정통 콩트에서 스탠딩까지 '한국 코미디 브릿지' 역할
유쾌한 부부 생활부터 라디오 DJ 하차의 뒷 얘기까지
개그맨 박준형은 7080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개콘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1990년대 정통 코미디의 시대가 저물고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 그는 공개 코미디의 힘만으로 정상에 섰다. /이나래 기자
개그맨 박준형은 7080 선배들의 바통을 이어받아 개콘 시대를 이끈 주역이다. 1990년대 정통 코미디의 시대가 저물고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 그는 공개 코미디의 힘만으로 정상에 섰다. /이나래 기자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개그맨 박준형은 한국 코미디의 한 시대를 이끈 주역이자, 무대 위 웃음의 공식을 바꾼 개척자다.

'개그콘서트'의 최전성기를 이끌었던 수장이자 갈갈이패밀리의 리더였고, 프로그램 활동만으로 연예대상의 영예를 안은 상징적인 인물이다.

1990년대 정통 코미디의 시대가 저물고 버라이어티 예능이 대세로 떠오르던 시절, 그는 공개 코미디의 힘만으로 정상에 섰다. 웃음을 만들어내는 무대와 방식이 달라지는 격변기에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그의 도전은 방송 무대에만 머물지 않았다. 대학로에 갈갈이홀을 세우고 관객 앞에서 새로운 개그를 시험하고 다듬은 뒤, 실제로 웃음을 검증받은 개그와 코너를 방송으로 가져오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신인 개그맨들은 관객의 냉정하고 솔직한 반응을 통해 실력을 키웠고, 이 무대는 수많은 스타 개그맨을 탄생시킨 산실이 됐다. 지상파 3사의 대표 코미디 프로그램은 물론 tvN '코미디빅리그' 무대까지 두루 경험한 이력 역시 그의 폭넓은 활동을 보여준다.

2019년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을 계기로 친정 무대로 돌아왔고, 2020년에는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개그콘서트'의 최고참 개그맨으로 여전히 후배들과 함께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

한 시대의 주인공에서 후배들의 버팀목으로, 여전히 웃음을 고민하는 현역으로, 한국 코미디의 흥망성쇠를 온몸으로 통과해온 박준형을, <더팩트> [강일홍의 스페셜영상인터뷰]에 초대해 그가 기억하는 전성기의 비밀은 무엇이고, 오늘날 코미디 무대에서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직접 들어봤다.

<다음은 개그콘서트 최 고참 멤버 박준형과의 일문일답>+인터뷰 전문은 영상인터뷰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개그콘서트가 다시 돌아온 뒤 후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는 소감은 어떠신가요?

"개그콘서트에서 후배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고맙고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정말 웃긴 선배들도 기회를 얻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웠는데, 이제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오래도록 웃길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건 참 소중한 일입니다."

-유튜브에서 개그콘서트가 큰 사랑을 받고 있는데, 달라진 코미디 환경을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요즘은 시청률뿐 아니라 유튜브 조회수로도 대중의 반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그콘서트가 많은 조회수를 얻고 사랑받는다는 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코미디가 방송을 넘어 새로운 수익과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저희도 더 행복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랜 경험을 가진 선배로서, 새로운 개그를 만들어야 하는 후배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지금은 과거의 개그가 대부분 기록으로 남아 있어 후배들이 새로운 소재를 찾기가 더 어렵습니다. 선배들이 다룬 것보다 더 재미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 더 많이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대중의 사랑은 저절로 오지 않습니다. 운은 나중에 따라오더라도 일단 노력해야 합니다."

-어릴 때부터 개그맨을 꿈꾸셨다고 하는데, 어떤 계기로 이 길을 선택하게 되셨나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친구들에게 개그맨이 될 테니 사인을 간직하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유머 프로그램을 즐겨 보며 꿈을 키웠고, 대학 시절 개그 공모전에 도전한 끝에 1996년 KBS 개그맨으로 데뷔했습니다."

-과거의 콩트 코미디와 관객 앞에서 진행하는 개그콘서트는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콩트는 촬영과 편집을 통해 다양한 장면을 만들 수 있지만, 공개 코미디는 관객과 같은 공간에서 직접 호흡해야 합니다. 관객이 웃으면 웃고, 웃지 않으면 바로 반응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죠. 관객이 공연에 참여하고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주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중요한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버라이어티 예능이 강세였던 시기에 연예대상을 받으셨는데, 당시 수상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저는 대상 수상이 제 개인의 능력만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당시 선배들이 다른 방송사로 옮기면서 생긴 공백을 대학로에서 공연하던 갈갈이 팀이 채웠고, 팀의 활약도 컸습니다. 저는 좋은 시기에 좋은 동료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운이 좋았고, 모두에게 감사한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 활동에 그치지 않고 대학로에 갈갈이홀을 세워 직접 공연을 이어가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승대 형과 대학로 공연을 보러 갔다가 현장에서 공연하는 일이 너무 재미있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저 무대에 서서 관객을 웃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공연해 보니 방송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고, 계속 공연하고 싶어 팀을 꾸렸습니다. 그렇게 갈갈이홀을 만들어 무대를 이어갔습니다."

박준형은 2019년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을 계기로 친정 무대로 돌아왔고, 2020년에는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개그콘서트의 최고참 개그맨으로 여전히 후배들과 함께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 /이나래 기자
박준형은 2019년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을 계기로 친정 무대로 돌아왔고, 2020년에는 JTBC '1호가 될 순 없어'를 통해 또 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그리고 지금, 그는 '개그콘서트'의 최고참 개그맨으로 여전히 후배들과 함께 뜨겁게 호흡하고 있다. /이나래 기자

-정형돈, 이수근, 김병만, 김현숙 등 후배들과 인연을 맺으며 어떤 역할을 해오셨나요?

"후배들과 함께하면서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길을 안내하려고 했습니다. 정형돈이 개그맨이 되는 방법을 물었을 때는 이정수와 팀을 이뤄 오디션에 도전해 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현숙도 대학 행사에서 재능을 보고 알게 됐습니다. 재능을 알아보고 실질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선배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방송사를 경험하셨는데, 방송사마다 코미디를 평가하는 기준이나 분위기에 차이가 있나요?

"방송사마다 제작 환경과 PD의 취향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 방송사에서 통하지 않은 개그가 다른 곳에서는 반드시 통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방송사를 옮기는 것 자체는 괜찮지만, 그에 따른 결과도 받아들여야 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어떤 환경에서도 관객을 웃길 수 있는 실력과 경쟁력입니다."

-같은 직업을 가진 개그맨 김지혜 씨와 결혼하면서 느낀 가장 큰 장점과 단점은 무엇인가요?

"같은 개그맨이라 서로의 일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방송이나 일 때문에 생기는 상황도 서로 잘 알죠. 단점이라면 아내가 제 생활이나 동선을 너무 잘 안다는 점입니다. 그래도 서로의 직업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개그맨 부부로 출연한 ‘1호가 될 순 없어’는 두 분의 관계와 방송 활동에 어떤 의미가 있었나요?

"저희는 같은 개그맨이라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부부 예능에서도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저희 부부를 더 많이 알릴 기회도 생겼습니다. 다만 인터뷰에서 방송 속 모습과 실제 생활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설명한 대목은 많지 않아, 확인되는 내용 중심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MBC 라디오 ‘2시 만세’를 14년간 진행하셨는데, 오랜 라디오 활동은 어떤 경험으로 남아 있나요?

"MBC ‘2시 만세’를 정경미, 박영진과 오랫동안 진행했습니다. 매일 꾸준히 청취자들과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14년 동안 함께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프로그램을 떠나는 건 아쉬웠지만 라디오에 대한 애정은 여전합니다. 기회가 있다면 다시 진행하고 싶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웃음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는데, 오늘날 코미디가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유행과 표현 방식은 바뀌어도 잘 만든 개그는 시간이 지나도 웃깁니다. 다만 지금은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표현에 대중이 더 민감합니다. 웃기려고 한 말이라도 객석이 불편해한다면 이미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시대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연구하면서, 사람들이 편하게 웃을 수 있는 개그를 만들어야 합니다."

-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랫동안 코미디 무대를 지켜오셨는데, 앞으로 어떤 개그맨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저는 거창한 업적을 남기기보다 제가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싶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동료들이 무대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저만큼은 조금 더 오래 버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대중이 원해야 계속할 수 있겠지만, 시대에 맞춰 변화하면서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을 드리는 개그맨으로 남고 싶습니다."

(마무리) 같은 연예계라도 개그맨들은 선후배 위계질서가 비교적 엄격한 편인데요. 선배들한테는 듬직한 후배로, 후배들한테는 따뜻하고 가슴 넓은 선배로 자리매김한 박준형씨, 그래서 그런지 코미디협회나 개그맨들의 대형 행사를 하면 어김없이 사회를 맡아, 중간 허리 역할을 해내 박수를 받고 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스튜디오까지 직접 나와 인터뷰에 응해줘서 다시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el@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