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훈련·꼼꼼한 장면 설계

최근 안방극장에는 복수와 범죄, 킬러를 앞세운 액션물이 잇따라 등장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로맨스와 휴먼물이 주를 이루던 흐름에서 액션 장르가 새로운 흥행 공식으로 떠오른 가운데 K액션은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지는지 <더팩트>가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드라마와 영화를 보다 보면 배우들이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고 빠르게 달리는 차량에 매달리며 수십 명을 상대하는 화려한 액션 장면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화면에서는 배우 한 사람이 모든 장면을 소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액션을 설계하는 무술감독과 배우 대신 위험한 장면을 수행하는 스턴트 배우들이 있다.
이들은 전문 스턴트팀을 중심으로 작품마다 호흡을 맞추며 액션 장면을 완성한다. 대표적인 스턴트팀이 신세영 무술감독이 소속된 '오서독스 스턴트팀'이다. 이들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 등 다양한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액션팀이다. 현대극과 사극 액션은 물론 와이어 액션, 모션캡처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루며 배우 트레이닝과 액션 연출, 스턴트 촬영을 맡고 있다. 특히 2022년 tvN 예능 '슈퍼액션'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오서독스 스턴트팀'의 신세영 무술감독은 최근 <더팩트>와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카메라 뒤에서 액션 장면을 완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는 MBC '이몽' '지금 거신 전화는' '유부녀 킬러', SBS '푸른 바다의 전설', KBS2 '태양의 후예', tvN '폭군의 셰프', ENA '아이쇼핑' '아너' 등 다수의 작품에 참여했다.
현재 신 감독은 작품에서 스턴트 대역과 무술감독을 맡는 것은 물론 VFX(시각특수효과) 등 기술 파트와 협업해 액션 장면을 완성한다. 배우의 액션 트레이닝부터 현장 무술 지도, 액션 연출까지 담당하는 업무 범위도 넓다.
하지만 무술팀의 작업은 촬영 당일 현장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하나의 액션 장면이 탄생하기까지는 수개월에 걸친 준비 과정이 선행된다.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에 필요한 액션 장면을 추려낸 뒤 연출진과 액션의 방향성을 논의한다.
신 감독은 "먼저 시나리오를 받은 뒤 주요 액션 장면을 정리하고 연출진 및 주요 스태프와 회의를 진행한다"며 "장소 헌팅과 그림 콘티 회의를 거쳐 체육관에서 영상 콘티를 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액션의 큰 틀이 완성되면 배우들과 함께 본격적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배우의 움직임을 지도하고 촬영 환경에 맞춰 액션 합을 수정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 동선과 편집까지 고려해 장면 전체를 설계하는 과정도 이어진다.
이러한 준비 과정은 스턴트 배우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신 감독은 "드라마에 필요한 동작 연습 프리 기간은 약 3개월"이라고 전했다.
그렇다고 같은 동작만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액션 합을 시도하고 이를 영상으로 확인하면서 작품의 장르와 캐릭터, 촬영 장소에 가장 적합한 움직임을 찾는다. 수없이 수정하고 보완하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최종 액션이 완성된다.
그는 "한 가지 합을 반복한다기보다 어떤 합을 보여줄 것인지 찾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합을 반복하면서 작품에 어울리는 동작을 찾아가는 과정이 약 3개월 동안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처럼 작품마다 액션은 달라지지만 기본기는 같다. 때문에 스턴트 배우들은 작품이 없을 때도 체육관에서 몸을 만들며 언제든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점프와 구르기, 낙법과 발차기 등 반복 훈련을 통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근육과 움직임을 단련해야 갑작스러운 촬영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점프 동작 구르기 발차기가 가장 중요한 훈련"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아크로바틱(공중회전과 텀블링 등 고난도 곡예 동작)과 기계체조, 파쿠르(장애물을 넘고 오르며 이동하는 액션)를 통해 공중 동작과 구르기를 익힌다. 합기도와 유도, 주짓수를 통해 안전하게 넘어지는 낙법 훈련을 진행하고 태권도와 마샬아츠, 카포에라는 작품에 필요한 다양한 발차기와 움직임을 구현하는 데 활용된다.
현대극만 준비하는 것도 아니다. 검도와 펜싱, 봉술과 궁술 등 무기 액션은 물론 와이어와 레펠(로프를 이용해 높은 곳을 오르내리는 기술), 차량·오토바이 스턴트, 승마까지 장르와 상황에 맞는 전문 훈련도 병행한다.

신 감독은 "배우분들이 쉽게 하기 힘든 동작을 대신해서 하는 것이 저희 직업이기에 중점적으로 기르고 갈고 닦는다"며 "이 외에도 필요한 종목이 있으면 전문가분들과 협업해서 훈련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영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무술팀의 역할도 더욱 넓어지고 있다. 실제 액션을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촬영 이후 CG와 편집을 거쳤을 때 어떤 장면으로 완성될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무술감독들은 촬영과 편집을 통해 '액션 콘티 데모' 작업을 현장처럼 구현해서 진행하기 위해 CG와 AI 기술도 공부하고 있다"며 "작품에서의 독보적이고 창의적인 액션을 위해 스턴트맨 스턴트우먼들은 체육관 내부에서 매일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새로운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위험한 동작을 수행하는 것은 스턴트 배우의 숙명이지만 무작정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이들의 일은 아니다. 반복 훈련과 사전 콘티 제작, 촬영 장소 점검은 모두 사고를 줄이고 계획한 장면을 가장 안전하게 구현하기 위한 과정이다.
신 감독은 "뜨거운 태양 아래, 매서운 추위에도 밤을 새워가며 영화와 드라마의 한 장면을 위해 몸을 던진다"며 "영화와 드라마 산업의 발전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완성된 작품에서 가장 먼저 주목받는 사람은 배우다. 하지만 배우의 화려한 액션은 혼자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 아니다. 액션을 설계하는 무술감독과 위험한 장면을 직접 수행하는 스턴트 배우, 배우의 동선을 함께 만들어가는 트레이너와 현장 스태프들의 노력이 더해져 한 장면이 완성된다.
비록 화면 속에서 스턴트 배우의 얼굴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작품 곳곳에 남는다. 오늘날 K액션의 경쟁력과 화려함은 카메라 뒤에서 수없이 반복된 연습과 치밀한 설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하나가 돼 만들어진 결과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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