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영화 '호프' 기대감…흥행 신호탄일까, 반짝 돌풍일까
  • 강일홍 기자
  • 입력: 2026.07.20 00:00 / 수정: 2026.07.20 14:25
'영상미·배우 연기' 호평 속 '대사·개연성'엔 혹평…극명한 '호불호'
'왕과 사는 남자' '살목지' 이어 '호프'까지…SNS 입소문 흥행 좌우
연초 흥행 돌풍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 예상을 뛰어넘은 공포영화 살목지의 선전에 이어 최근 나홍진 감독의 호프까지 가세하면서 극장가가 올해 들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연초 흥행 돌풍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 예상을 뛰어넘은 공포영화 '살목지'의 선전에 이어 최근 나홍진 감독의 '호프'까지 가세하면서 극장가가 올해 들어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분위기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한동안 OTT에 주도권을 내주며 침체를 거듭했던 국내 극장가가 올해 들어 모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연초 흥행 돌풍을 일으킨 '왕과 사는 남자', 예상을 뛰어넘은 공포영화 '살목지'의 선전에 이어 올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힌 나홍진 감독의 '호프'까지 가세하면서 극장가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호프'는 개봉 전부터 올해 극장가의 운명을 가를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나홍진 감독이라는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이 컸고, 초호화 캐스팅과 대규모 제작비, 독창적인 세계관까지 더해지며 일찌감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결과만 놓고 보면 출발은 성공적이다. 사전 예매만 37만 장을 넘기며 올해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개봉 3일 만에 120만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최근 극장가의 흥행 공식은 과거와 다르다. 예전에는 개봉 첫 주 스코어가 흥행을 어느 정도 보장했다면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SNS와 유튜브,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실관람객들의 평가가 실시간으로 퍼지면서 첫 주보다 둘째 주, 셋째 주 관객 유지력이 훨씬 중요해졌다.

작품성 자체보다도 '호불호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 평가

이런 점에서 '호프' 역시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다소 엇갈리는 관객 반응 때문이다. 영화를 높게 평가한 관객들은 "영상미가 압도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다", "몰입감이 대단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CGV 실관람객 리뷰에서도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 스케일, 몰입감은 가장 많이 언급되는 장점이다. 반면 혹평도 적지 않다.

네이버 실관람평에는 "대사는 누가 쓴 건가", "최악의 엔딩", "감독 욕심이 너무 과하다", "예술영화인지 SF인지 모르겠다", "외계인 CG가 어색하다"는 의견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야기의 개연성과 대사 완성도, 일부 CG 표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결국 '호프'는 작품성 자체보다도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라는 평가가 조금씩 굳어지는 분위기다.

최근 국내 흥행작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첫 주 오프닝이 아니라 '입소문'이 장기 흥행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좋은 영화는 관객이 스스로 홍보한다. 반대로 기대작이라도 첫 주 이후 평가가 무너지면 관객 감소 속도는 놀라울 만큼 빠르다. SNS 시대에는 영화 광고보다 실제 관람객 한 줄 리뷰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코로나 이후 관객 감소와 OTT 확산 '위기 극복' 시험무대

"무조건 극장에서 봐야 한다." 이 한마디가 수십억 원의 마케팅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시대다. 이는 다시 새로운 관객을 불러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사실 올해 극장가 분위기는 연초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가 예상을 뛰어넘는 열기를 내 뿜으며 단숨에 바꿔놓았다. 공포영화 '살목지' 역시 기대 이상의 흥행을 기록했다. 공포 장르 특유의 체험형 관람 문화가 젊은 관객층과 만나면서 극장 관람의 재미를 다시 확인시켜 준 사례였다.

두 작품 모두 "좋은 영화라면 관객은 여전히 극장을 찾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거대한 마케팅보다 관객들의 자발적인 추천이 흥행을 키웠다는 점이다. 덕분에 침체됐던 극장가에도 적지 않은 자신감을 안겨줬다. 특히 올 여름은 코로나 이후 수년간 이어졌던 관객 감소와 OTT 확산이라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에도 시험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극장가의 변화는 왕과 사는 남자가 첫 불씨를 지폈고, 살목지(사진)가 장르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제 그 바통을 호프가 이어받았다. /영화 살목지
올해 극장가의 변화는 '왕과 사는 남자'가 첫 불씨를 지폈고, '살목지'(사진)가 장르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제 그 바통을 '호프'가 이어받았다. /영화 '살목지'

올여름 극장가 "오랜만에 볼 영화 많다" 반가운 변화 '주목'

집에서도 편하게 최신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시대, OTT는 분명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꿔놓았다. 하지만 극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형 스크린과 웅장한 사운드, 수백 명의 관객이 함께 호흡하는 극장의 경험은 여전히 대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올해 극장가의 변화는 바로 그 가능성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가 첫 불씨를 지폈고, '살목지'가 장르영화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이제 그 바통을 '호프'가 이어받았다. 물론 첫 관람객들의 평가가 추가 관객을 불러들이는 선순환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호불호 논란 속에서 초반 기세가 꺾일지는 아직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올여름 극장가는 오랜만에 볼 영화가 많다'는 기대감 속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고, 그것만으로도 침체에 익숙해졌던 영화산업에는 반가운 변화다. '호프'가 기대작에 머무를지, 아니면 올여름 극장가를 대표하는 진짜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할지, 그 답은 앞으로 이어질 박스오피스 순위보다,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한마디가 먼저 확인해줄 것이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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