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그림자 아이', 미스터리한 동화 속 박소이·유나의 신선한 앙상블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7.02 10:00 / 수정: 2026.07.02 10:00
도플갱어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엮은 이야기
임수정, 배우 겸 프로듀서로 활약
그림자 아이는 3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수안이 변해버린 엄마 금옥과 죽은 언니 수련의 얼굴을 한 소녀 재인을 만나며 그림자 동화의 비밀에 빠져드는 기묘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썬더필름
'그림자 아이'는 3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수안이 변해버린 엄마 금옥과 죽은 언니 수련의 얼굴을 한 소녀 재인을 만나며 '그림자 동화'의 비밀에 빠져드는 기묘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썬더필름

[더팩트|박지윤 기자] 미스터리한 동화와 현실의 경계가 뒤섞이면서 몽환적이고도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리고 믿고 보는 아역 배우인 박소이와 유나는 신선한 앙상블로 극을 힘 있게 이끌고, 배우 겸 프로듀서로 참여한 임수정은 든든한 중심축이 된다. 물론 아쉽게 다가오는 구간도 있지만 지금껏 보지 못한 색다름을 지녔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인상적인 '그림자 아이'다.

1일 개봉한 '그림자 아이'(감독 유은정)는 3년 만에 코마에서 깨어난 수안(박소이 분)이 변해버린 엄마 금옥(임수정 분)과 죽은 언니 수련(유나 분)의 얼굴을 한 소녀 재인(유나 분)을 만나며 '그림자 동화'의 비밀에 빠져드는 기묘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밤의 문이 열린다'를 연출한 유은정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에 나오는 '그림자 동화'는 수안과 수련 그리고 금옥의 집안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것으로, 그림자가 사는 지하 세계이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곳이라는 유니크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여기에는 땅 아래에 사는 그림자가 땅 위에 사는 두 아이를 부러워해 둘 중 하나의 몸을 빼앗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유나(가운데)는 1인 3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박소이(위쪽)는 언니를 잃은 상실감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을 힘 있게 이끈다. /썬더필름
유나(가운데)는 1인 3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박소이(위쪽)는 언니를 잃은 상실감을 비롯한 여러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극을 힘 있게 이끈다. /썬더필름

이를 수안에게 자주 읽어주던 수련은 어느 날 밤 옥상에서 떨어져 세상을 떠났고 이를 말리려다가 함께 떨어진 수안은 3년간 의식을 잃었다가 눈을 뜬다. 깨어나 보니 수련은 곁에 없고 추억으로 가득했던 집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살게 됐고 다정하고 따뜻하던 엄마는 무언가를 숨기는 듯 초조하고 불안해한다.

모든 게 달라져 있고 언니의 죽음에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얽혀있음을 직감한 수안은 죽은 언니와 똑같은 얼굴을 한 재인을 우연히 발견하고 그와 시간을 보내며 점점 가까워진다. 이후 재인과 함께 옛집을 찾아간 수안은 반쪽짜리 그림자를 마주하고 "외로운 그림자가 꼭 닮은 두 아이를 찾아왔어. 너희는 몸이 두 개니까 하나를 줘"라는 동화 속 내용을 떠올리며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도플갱어(자신과 똑같이 생긴 생물체)와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엮은 유은정 감독은 지하 세계에 사는 그림자가 꼭 닮은 두 아이 중 한 사람의 몸을 원한다는 동화가 상상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집안에서 언니를 잃은 상실감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수안의 시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낸다.

여기에 존재만으로 미스터리한 재인과 첫째를 잃었지만 둘째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는 금옥의 예측 불가한 행동이 더해지며 어디까지가 진짜이고 어디까지가 상상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를 보는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수안의 시선에서 모두를 의심하게 되고 숨겨진 비밀을 함께 좇으며 궁금증을 키워 나가게 된다.

임수정은 수련과 수안의 엄마인 금옥 역을 연기하고 프로듀서로서 활약하며 작품 안팎으로 힘을 보탰다. /썬더필름
임수정은 수련과 수안의 엄마인 금옥 역을 연기하고 프로듀서로서 활약하며 작품 안팎으로 힘을 보탰다. /썬더필름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몰입감과 긴장감을 켜켜이 쌓아온 것에 비해 후반부에 쉽게 진실이 드러나는데 그 반전이 예상보다 강렬하지 않아서 왠지 모를 허무함을 안기고, 인물의 선택으로 대대로 내려오던 집안의 비밀도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되면서 끝까지 힘을 유지하지 못한다. 동화 이야기와 판타지 세계를 목탄 질감의 일러스트로 표현한 장면은 작품의 이해를 돕지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설정으로 몰입도를 떨어트리는 요소가 된다.

분명 도플갱어라는 소재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상실에 대한 아픔 그리고 집안 대대로 내려져 오는 미스터리한 운명이 얽히고설키면서 색다르고 참신한 설정과 비주얼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떠나보낸 사람과 닮은 이를 만난다면 상실감이 채워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며 생각할 거리를 안기지만 서정적인 판타지와 미스터리 장르 안에 담긴 공포나 반전은 생각보다 약해 그 이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이 가운데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맛은 확실하다. 1인 3역을 소화한 유나는 인물에 따라 달라지는 설정과 외적 비주얼에만 의존하지 않고 표정 눈빛 말투 몸짓 등에 미묘한 차이를 주는 남다른 표현력으로 작품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박소이는 언니를 잃은 상실감을 비롯한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임수정은 딸을 잃은 아픔부터 또 다른 자식을 지키기 위해 광기에 휩싸이는 엄마의 얼굴까지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05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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