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엄태구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각오였죠"
  • 박지윤 기자
  • 입력: 2026.06.05 10:00 / 수정: 2026.06.05 10:00
'와일드 씽'에서 트라이앵글의 래퍼 상구 役 맡아 열연
장발·파마머리로 비주얼 파격 변신…랩·댄스도 완벽 소화
배우 엄태구가 영화 와일드 씽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엄태구가 영화 '와일드 씽'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더팩트|박지윤 기자] 파격적인 외적 비주얼 변신부터 해본 적 없는 랩과 안무를 소화하기까지, 도전의 난이도가 10점 만점 중에서 9.9점이었다. 그럼에도 "귀엽지 않으면 죽겠다"는 남다른 각오를 다지며 모든 걸 내려놓은 배우 엄태구는 '와일드 씽'으로 새로운 대표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엄태구는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영화 '와일드 씽'(감독 손재곤) 개봉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시사회 이후 호평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과 만난 그는 기분 좋은 긴장과 기대감을 내비치며 작품과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6월 3일 개봉한 '와일드 씽'은 한때 가요계를 휩쓸었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하루아침에 해체된 3인조 혼성 댄스 그룹 트라이앵글이 20년 만에 찾아온 재기의 기회를 잡기 위해 무모한 도전을 벌이는 이야기를 그린 코미디 영화로, '해치지 않아' 등을 선보였던 손재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엄태구는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 상구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펼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는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 상구 역을 맡아 파격 변신을 펼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 가운데 '연예계 대표 내향인'으로 알려진 엄태구는 혼성그룹 트라이앵글의 래퍼 상구로 분해 파격적인 외적 비주얼 변신을 꾀했고 분명 열심히 하는데 잘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폭풍 랩 실력까지 보여주며 관객들의 웃음을 제대로 책임진다.

앞서 영화 개봉 전에 공개된 트라이앵글의 'Love is(러브 이즈)' 뮤직비디오와 예고편을 본 대중은 배우들의 파격 변신을 두고 '얼마나 성공하고 싶은 건지 감도 안 온다' '도대체 출연료를 얼마나 받은 거냐' 등과 같은 격한 반응을 보였던 만큼, 엄태구에게 어떠한 결심으로 '와일드 씽'에 뛰어들었는지를 먼저 물어봤다.

"당연히 고민을 많이 했죠. 자신 없는 부분이 있었고 다른 분이 하면 더 잘할 것 같았거든요. 한 가지만 새로운 게 아니라 장르랑 캐릭터도 처음 접해보는 거였고 랩과 안무도 새롭게 도전해야 했으니까 겁이 났어요. 그럼에도 매 작품이 도전이고 이번에도 도전 말고는 특별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상구는 정통 힙합 전사를 꿈꿨지만 현실은 한두 마디 파트가 전부였던 멤버로, 팀 해체 후 솔로 앨범을 발매했지만 연달아 실패하면서 빚더미에 앉아 보험 설계사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이에 엄태구는 5개월 동안 JYP엔터테인먼트 사옥을 오가며 연습생으로서 시간을 보냈고, 스트레이 키즈 등과 협업한 Kass 프로듀서로부터 레슨을 받으며 특유의 허스키한 보이스가 돋보이는 래핑을 선보였다.

"상구가 열정은 넘치지만 주변에서 '네 랩이 랩이냐?'라는 말을 들으면서 무시당하는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제가 더 진지하게 열심히 하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너무 다행이었던 건 5개월 동안 열심히 연습했는데 실제로 잘 못했어요. 그래서 이걸 의도했다기보다는 '나는 그냥 매번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엄태구는 자신이 없는 부분이 있었고 겁이 났지만 이번에도 도전 말고는 특별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는 "자신이 없는 부분이 있었고 겁이 났지만 이번에도 도전 말고는 특별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았다"고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말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는 래퍼의 열정 넘치는 면모부터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설움까지 진지하면서도 능청스럽게 그려내며 또 한 번 안정적인 연기력을 입증하고, 주어진 랩과 잘 짜인 안무도 완벽하게 소화하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그는 무대 위에서 쉴 새 없이 윙크하고 표정에 변주를 주는 등 숨겨왔던 아이돌 자아를 꺼내며 귀여움도 놓치지 않는다.

"제스처를 따로 연습하지는 않았어요. 정해진 안무만 연습했고 제스처나 표정은 첫 공연 장면을 찍는 날 정했죠. 머리를 하고 의상을 입고 안무 선생님과 이야기하다가 '상구가 귀엽게 나오면 좋겠다'고 하셔서 고민하다가 제가 즐기면 귀엽게 나올 것 같더라고요. 무대에 오르기 전에 '이 자리에서 귀엽지 않으면 차라리 죽겠다'는 마음이었고 쑥스러웠지만 또 자연스럽게 나오더라고요.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서 윙크를 반복했어요(웃음)."

그러면서 그때 그 시절을 잘 소환할 수 있게 해준 의상 분장팀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엄태구다. 특히 장발이나 파마 등과 같은 지금껏 시도해 보지 않았던 스타일링은 코미디 장르에 서 자신감을 장착할 수 있는 힘이었다고. 그는 "다 감독님과 의상 분장팀의 아이디어였고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옷을 입고 가발을 쓰니까 귀여운 척을 할 수 있게 되더라. 무기 같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날 엄태구는 외향인까지는 아니지만 과거에 비해서 장난도 많이 치고 할 말을 하는, 사회화된 내향인이 됐다고 자신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영화 '가려진 시간'(2016) 이후 10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한 강동원과도 더욱 가까워졌을까.

이에 그는 "반가웠지만 티를 안 내서 아마 모르셨을 것"이라며 "그래도 예전에는 선배님을 보면 놀랐는데 이번에는 잘 부탁드린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사실 번호를 저희 형을 통해서 알게 된 거라 괜히 실례가 될까 봐 보내는 데 한 시간을 주저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놔 웃음을 안겼다.

엄태구는 와일드 씽을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엄태구는 "'와일드 씽'을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연습실에서 동원 선배님이 계속 거꾸로 있다가 넘어지는 걸 보는데 괜히 숙연해지는 느낌이었고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신인 배우가 처음으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것처럼 엄청난 열정이 느껴져서 저도 바로 JYP엔터테인먼트로 가서 연습했어요. 누가 되면 안 되니까 안무든 랩이든 정해진 것보다 더 잘하려고 노력했죠."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택시운전사'와 '밀정'에서 작은 분량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고, 드라마 '구해줘 2' '놀아주는 여자' '조명가게' 등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소화하며 주연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배우로서 가수의 꿈을 놓지 못하는 상구를 보면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제가 포기할 수 없는 것도 바로 연기거든요. 직업이기도 하고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만나는 만큼 늘 잘해야 된다는 부담감도 갖고 있어요. 물론 당장 다음 주에 있는 촬영을 고민하고 걱정하다 보니까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다가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진 상구를 연기하면서 저의 더 먼 미래를 생각해 보지는 못했지만 어떻게 하면 상구를 더 진실되게 그려낼 수 있을까를 많이 고민했어요."

그동안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왔지만 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나는 건 '판소리 복서'(2019) 이후 약 7년 만이다. 이에 엄태구는 "시사회 이후에 좋은 반응이 나오니까 기대를 안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오랜만에 극장의 좋은 분위기를 느꼈으면 좋겠다"며 "상구가 빵빵 터진다기보다 피식하게 되는 캐릭터인데 영화를 보고 많이 웃으셨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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